[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농산물이 이슈가 된 2024 총선
결국 대파에 대파(大破)당한 여당
농산물 가격에 근본적 대안 필요

이번 선거는 사과로 시작해서 대파로 끝났다. /연합뉴스, 픽사베이
이번 총선은 사과로 시작해서 대파로 끝났다. /연합뉴스, 픽사베이

먹을 거로 장난하지 말라는 말을 어른들에게 들으면서 컸다. 밥상머리에서는 엄숙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 생각을 선거가 끝난 다음 날 아침 식탁에 앉아 뉴스를 보면서 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사과로 시작해서 대파로 끝났다. 

명절을 지나면서 확인된 사괏값은 사람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하였다. 사과 값이 세계 1위라는 뉴스도 나왔다. 이렇게나 비쌀 수가 있나. 사과를 차례상에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에서는 한 알에 만원은 자괴감을 느끼게 하였다.  

그 가격은 계속되지는 않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었다. 정부에서는 고작 사과를 수입하겠다는 대책을 검토 중이라 하였다. 이에 사과 농민들은 분노하였다. 사괏값 폭등의 원인을 생산량 감소로만 본 것이다. 사과는 생산 원가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의 문제라는 것을 지적해 주는 사람들은 적었다. 생산량 감소는 기후 위기 탓이라고만 하였다. 기후 위기는 요즈음 가장 좋은 핑계이다. 기후만 지적하고 슬쩍 뒤로 빠진다. 대안은 없다. 

사과 유통이라는 것이 이렇다.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는 맞다. 작년에는 착과량이 거의 절반가량 줄었다. 그래도 과수원에서 사과는 출하된다. 최초 출하될 때 가격은 개당 1500원가량이다. 이것이 산지 공판장과 도매시장 등 총 5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단계별로 수수료가 붙어 가격이 4000원이 된다. 

4월 2일 발표된 통계청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달 사괏값은 1년 전 같은 달에 견줘 88.2% 올랐다고 나왔다.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39만4428t으로 전년(56만6041t)보다 30.3% 줄었다. 생산량 감소가 있었다고 하지만 사괏값 상승 폭은 3배 가까이 높다. 지나치다.

사과는 생산 원가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의 문제라는 것을 지적해 주는 사람들은 적었다. /픽사베이

농산물 물가 폭등이 이슈가 되면 유통과정에서 도매시장과 도매시장 법인의 역할과 부작용에 대해 논의를 하지만 지금까지 딱히 대책이 나온 것은 없다. 민간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도매시장의 이익을 법으로 보호해 줄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금처럼 선거철이 되어도 그에 대한 공약은 나오지 않았다. 국회의원보다 더쎈 존재가 도매시장인가 보다. 사괏값에 사람들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였다.

거기에 기름이 부어졌다. 대파이다. 실수였는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은 대파 한 단 값 875원이 합리적이라고 말하였다. 그 상황은 모두 잘 아니 설명하지 않겠다. 아무튼 세상 물정 모르는 정부라는 비판이 온 나라를 흔들었다.

실제 대파 가격은 너무 올랐다. 한 단에 5000원을 넘기도 한다. 대파 가격 상승의 원인에도 도매시장이 큰 몫을 한다. 대파는 도매시장에서 그날 반입량에 따라 경매가 이루어지고 가격이 정해진다. 국가 관리 품목 같아 보이는 대파도 민간에서 가격을 정할 뿐이다.

농협 마트의 대파 한 단 875원은 할인 가격이다. 보조금을 받은 일시적 할인 상품이다. 실제로는 8000원에 육박한 곳도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875원을 한 뿌릿값이라고 주장한 후보가 나타났다. 그는 선거에 낙선하였다. 

실수였는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은 대파 한 단 값 875원이 합리적이라고 말하였다. 그 상황은 모두 잘 아니 설명하지 않겠다. 아무튼 세상 물정 모르는 정부라는 비판이 온 나라를 흔들었다. /픽사베이
실수였는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은 대파 한 단 값 875원이 합리적이라고 말하였다. 그 상황은 모두 잘 아니 설명하지 않겠다. 아무튼 세상 물정 모르는 정부라는 비판이 온 나라를 흔들었다. /픽사베이

대파는 생활의 상징이다. 드라마를 보면 장바구니에는 항상 대파 한 단이 들어 있다. 대파는 우리의 대표적인 농산물이다. 그 특유의 향기와 맛으로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이 녹색 식재료는 음식을 더욱 풍미 있게 만들어주며, 한국 음식문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귀한 줄은 모르지만 없으면 안 되는 존재.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 대파에서 투영이 된다. 

나는 대파에 식용유를 살짝 붓고 지져 파기름을 낸다. 이 파기름으로 곧잘 라면을 끓여 먹는다. 파기름의 풍미가 라면의 품격을 상승시킨다. 이 파기름이 선거판에 부어지니 결과는 식재료를 무시한 여당의 참패로 이어졌다. 대파에 대파(大破)당했다.

선거가 끝났다. 농산물이 이렇게 이슈가 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뿐이다. 농산물 가격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원인 분석과 해법은 제시되지 않은 채 선거는 끝났다. 대파 농민이 어디를 찍었든, 사과 농장 주인이 누구를 찍었든 이걸로 끝이다. 끝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끝이다.

그 이유는 농업인을 대변해 줄 사람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농업인 경력을 전면으로 내세운 후보는 한 명도 없었다. 아쉽지만 사과와 대파 가격 폭등 대책은 또 연구 대상으로 남을 예정이다. 

지금 할인 지원 정책으로 대파 가격은 안정세란다. 그러나 세금을 동원한 할인 지원 정책일 뿐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 대파로 중간에 이득을 취한 이들은 그대로이다. 지금 다음 타자로 양배추, 당근, 풋고추가 꿈틀거리고 있단다. 양배추 사러 마트에 오픈런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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