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귀촌인들은 일자리 수요 따라 만족도 달라져
로컬 크리에이터가 지역의 일자리를 만든다
정선 DMO사무국장 김광진의 일자리 창출 분투기

귀농귀촌을 실행하여 지역에 정착한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은 시작이 어려워서 그렇지 하고 나면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것. 귀농귀촌 실태조사를 보면 나쁨으로 답변한 이들이 2%대인 것을 보면 놀랍다. 97%가 좋거나(67%)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고(31%) 응답한다. 아쉽고 황당한 상황과 사건이 날 때마다 속상해서 내가 꼭 이렇게 살아야 하는 순간은 있겠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만족도는 높다. 

불만점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면 귀촌인들은 일자리를 강조한다. 귀농은 농업을 기반으로 할 것을 목표로 삼고 준비하기에 창업과 일자리는 진입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귀촌의 경우는 지역의 일자리 기반과 연관이 되므로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20대에서 40대는 도시에서 지방으로 이주를 할 때 지방소멸 대응 차원에서 엄청난 환영을 받는다. 그러나 일자리 문제가 해결이 안 되어 도시로 떠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은 중대한 일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일자리를 누군가 제공해 주기를 바라면서 가지 않는다. 지역으로 가서 스스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고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이들도 있다. 요즈음 주목을 받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그렇다.

로컬 크리에이터란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을 뜻하는 크리에이터(Creator)가 합성된 형태의 신조어이다.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는 용어였는데, 중소벤처기업부 활성화 지원 사업에서 ‘지역 가치 창업가‘라고 명명되었다. 관광 분야에서는 관광이 지역 활성화를 일으키기에 육성을 오랫동안 하였다. 

 정선DMO사업단은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관광 경영체를 만들어 육성하고 있다. 우측부터 최승호 매니저, 박경철 팀장, 김광진 사무국장 /사진=김성주
 정선DMO사업단은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관광 경영체를 만들어 육성하고 있다. 우측부터 최승호 매니저, 박경철 팀장, 김광진 사무국장 /사진=김성주

로컬 크리에이터를 뛰어넘어 로컬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지역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지역의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어 소개한다. 정선군 DMO사업단 김광진 사무국장이다.

정선DMO사업단은 정선군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역관광 거버넌스를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지역관광 활성화 계획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토록 하는 지역 기반형 관광의 중추 역할이다. 

김광진 사무국장과 함께 지역 청년들이 모여 사무국을 구성하여 일하고 있다. 지금 '정선 아리랑 마을 Open Air Museum 조성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정선은 아리랑 시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선읍을 정선 아리랑 주제로 문화 예술의 향기가 감도는 살기좋은 마을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주목할 점은 기존의 마을 개발처럼 벽화를 그리고 간판을 개선하여 시각적 변화 효과를 노리는 기초 수준이 아니라 직접 지역 관광 활성화에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는 업종과 인물을 발굴하여 자리를 잡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정선아리랑 시장에 장날이면 떠들썩한 장터가 마련된다. 상인과 주민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모여든다. 거기에 열차를 타고 온 울긋불긋한 등산복의 관광객이 가세하면 축제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리고 대개의 사람이 메밀 모둠전과 막걸리를 마신다. 막국수와 콧등치기 국수도 별미이다. 

그러나 몇 번 온 관광객들은 시장에서 즐길 거리가 메밀전과 막걸리밖에 없다고 외면한다. 시장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은 아이들이 먹을 것이 없다고 아쉬워한다. 다양한 먹거리와 함께 정선 문화를 즐길 체험 거리가 있다면 더 오랫동안 머물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이런 문제점을 정선 DMO가 해결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아리랑 시장 안팎에 입점할 창업자들을 모았다. 식음료, 생활용품, 굿즈, 공예, 공유오피스 등의 분야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의 주민들과 상인들이 채울 수 없는 정선읍의 부족한 부분을 모았다.

정선 막걸리를 보완할 정선 하이볼, 정선의 향을 담은 향수, 정선의 곤드레나물과 고로쇠를 새롭게 해석한 음식과 음료, 시장 캐릭터를 응용한 기념품과 생활용품, 누구나 참여만 하면 정선을 사랑하게 할 이색 체험프로그램, 워케이션을 위한 공유오피스, 등산객과 트레킹족의 편의를 위한 백패킹 서비스 등이다.

실행만 되면 관광객들이 며칠을 머물러도 지루함이 없을 좋은 아이디어이다. 이 사람들이 바로 로컬 크리에이터들이다. 그리고 사업에 신청한 사람들은 모두 귀촌자들이었다. 김광진 사무국장은 이들과 함께 기존의 주민 여행사와 리조트, 호텔, 마을과 연계하여 정선읍을 훌륭한 관광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김광진 사무국장은 공무원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지역 활성화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인이다. 자기 일자리를 찾기도 버거운데 남의 일자리를 마련하고 지역 상권까지 활성화하는 발전소 역할을 하니 대단하다. 그것의 시작은 귀촌이다. 

정선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를 보내고 대학과 직장생활을 도시에서 했다. 그러다가 고향 정선으로 귀촌하였다. 정선읍 덕우리가 그의 집이다. 젊은 청년이 결혼해서 돌아오자 마을 주민들이 환영하였다. 덩치는 산만 한데 미소는 소박한 그에게 마을 주민들이 SOS 신호를 보냈다. 우리 마을이 체험 마을인데 도와달라.

마을 사무장 역할을 맡았다. 덕우리 마을은 이름처럼 매우 평범한 마을이다. 겉모습은 평범한데 알맹이는 비범한 마을을 만들기 시작했다. 주민 중에 커피를 맷돌로 갈아 마시는 분이 계셨다. 그 모습이 나중에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의 정선 편에서 이서진이 맷돌로 커피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 마시는 장면으로 나온다.

나전역 카페 주변 거리의 모습. 나전역 카페로 인하여 사람들이 모이고 빈 점포가 없다. /사진=김광진 페이스북
나전역 카페 주변 거리의 모습. 나전역 카페로 인하여 사람들이 모이고 빈 점포가 없다. /사진=김광진 페이스북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은 징검다리로 건널 수 있다. 징검다리 건너 언덕을 살짝 올라가면 메밀밭이 나오는데 그 풍경이 이상하리만큼 고요하고 평화롭다. 이 밭을 어떻게 알았는지 원빈과 이나영이 야외 결혼식장으로 선택한다.

옛날 궁핍했던 시절 주민들이 먹었던 국수로 가수기가 있다. 가수기는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는데 양념이 장칼국수와 비슷하다. 매우 거칠다. 정선 향토 음식인 가수기를 마을 할머니들과 재현했다. 그것이 지금은 정선의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아 사람들이 찾는다. 마을의 폐교는 마을 사업의 거점이 되고, 마을의 빈집은 민박이 되었고 덩달아 펜션들도 잘 된다. 마을에 귀촌인들이 모였다. 이제 덕우리 마을은 밭을 가지고 있는 덕우리 리조트이다. 

그 후 관광두레 PD를 맡았다. 정선군에서 지역 관광을 주민들 중심으로 활성화하는 문화관광부 사업이다. 관광두레 PD는 주민사업체를 발굴하고 육성한다. 정선의 관광을 마케팅하는 역할도 한다. 나전역 카페를 만들었다. 나전역을 폐역이 아니라 기차가 운행하고 있는 역이다. 영업 중인 기차역을 카페와 융합하여 새로운 관광지로 만들었다. 나전역 카페는 정선의 농산물로 음료와 디저트를 만들어 낸다. 나전역 카페가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사람들이 모이니 나전역 주변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빈 점포가 없다.

정선에서만 나오는 광물로 운기석이 있다. 운기석은 건축자재로 쓰인다. 이것을 액세서리로 만드는 업체를 발굴했다. 운기석9020협동조합이라는 경영체로 육성했다. 운기석 협동조합은 윤기석으로 온갖 생활용품을 만들어 낸다. 덕분에 한국관광공사 사장상을 받았다. 정선레일바이크 출발지에서 정선 옥수수로 음료와 디저트, 생활용품을 만드는 ’여치읨꿈‘이라는 청년 기업을 발굴했다. 그들은 나중에 참나물 파스타와 곤드레 롤카츠로 대박을 터트리고 전국 전통시장 요리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정선역 앞에는 정선 곤드레 지킴이를 자처하며 모든 음료와 디저트에 곤드레 가루를 사용하여 달콤 담백한 메뉴를 판매하는 ’곤디‘라는 카페가 있다. 정선 유일의 곤드레 카페이다. 정선 곤드레나물이 전남 지역의 곤드레나물에 밀리고 인력 부족으로 산업이 시들해지는 상황에 단비 역할을 한다.

맹글장 레일마켓에 참여하는 셀러들의 워크숍이 열렸다. [사진= 김광진 페이스북]
맹글장 레일마켓에 참여하는 셀러들의 워크숍이 열렸다. /사진= 김광진 페이스북

역시 관광두레 사업체이다. 경력 단절 엄마들로 구성된 레몬트리 협동조합은 플리마켓 운영조직이다. 그 유명한 ’맹글장 레일마켓‘을 운영한다. 맹글장 레일마켓은 나전역, 아우라지역, 정선역, 민둥산역 등 정선선 기차역을 따라 매회 움직이며 마켓을 열고 있다. 처음에는 고작 셀러가 4팀이었는데 지금은 90개가 넘는다. 그 어려운 사업을 정선의 엄마들이 해냈다. 물론 김광진 사무국장의 노고가 숨어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크리에이터인 김광진 사무국장. 이 정도면 일자리 메이커가 아닐까 싶다. 

지역의 일자리 창출이라고 하면 모두 다 지역에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유치하고 대규모 산업단지를 만들어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수동적 일자리 수요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대량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선의 사례처럼 지역을 잘 아는 주민들이 지역의 약점을 보완하고 지역의 강점을 부각하는 사업체를 만들고 활성화해 상권을 형성하는 모델은 매우 능동적이며 지속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커다란 지원과 육성책이 필요하다.

골목상권 활성화 취지에서 소상공인을 격려하고 로컬 크리에이터를 육성하여 지역 경제 생태계를 튼튼하게 만드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고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다만 지방보다는 서울, 시골보다는 도시가 주목받는 시대인지라 지역의 작은 움직임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도시에서 작아 보이는 일이 시골에서는 커다란 움직임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지역을 사랑하는 귀촌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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