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S-멈추고 바라보라
L-로컬, 지역 기반으로
O-오가닉, 좋은 음식
W-와일드, 자연 친화적 삶

우리는 너무나 빠르게 움직이며 살아가고 있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때로는 느림의 미학을 발견하고 삶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빨라서 효율적일지는 모르지만 지친다. 기다리는 방법을 모르는 삶은 나와 주변을 괴롭힌다. 그래서 슬로우 라이프가 필요하다. 슬로우 라이프는 삶에 여유와 균형을 되찾아 주는 방법의 하나이다. 

워크(work)와 라이프(life) 사이에 균형을 맞추자는 워라밸. 이 단어를 곱씹어 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다. 워크에 대비하는 개념으로 여가가 있음에도 라이프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일과 삶을 대비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일하다 죽을 것 같은 생각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너무나 빠르게 움직이며 살아가고 있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때로는 느림의 미학을 발견하고 삶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너무나 빠르게 움직이며 살아가고 있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때로는 느림의 미학을 발견하고 삶의 여유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들은 살기 위해 일보다는 자신의 삶을 선택하였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더욱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성세대들아. 젊은이들이 살아 보겠다고 워라밸을 외치는 데 방해하지 마라. 그들은 진짜 죽을 것 같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자 속도 조절을 하고 싶어 한다. 현재보다 조금 천천히, 그리고 좀 늦더라도 온전히 오늘의 삶을 누리고 싶어 한다. 슬로우 라이프를 원하고 있다. 

귀농귀촌에 성공하여 전원생활을 누리는 이들은 모두 자신의 삶이 슬로우 라이프이다. 반대로 도시의 패스트 라이프를 벗어나고자 귀농귀촌을 선택했고 슬로우 라이프를 누리고 있으니 귀농귀촌을 선택했다고도 할 수 있다. 

슬로우하게 사는 사람들은 음식부터 다르다. 패스트푸드 대신 천천히 준비한 건강한 식사를 한다. 자신이 가꾼 식재료를 천천히 그리고 직접 요리하는 습관은 행복의 기본이다. 또한 제철 음식을 즐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영양이나 맛보다는 식사 시간이다. 대화를 나누며 여유롭게 음식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기회가 하루에 세 번이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슬로우한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은 여가 시간도 슬로우하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일상에 치여 바쁘게 살다 보면 여가 시간마저 계획적이고 치밀해야 한다. 아니다. 슬로우한 사람은 여가 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보고 휴식을 취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다. 산을 올라도 느긋하게 나무와 길을 즐기며 올라간다. 자전거를 타도 라이딩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서 자칫 게으르다고 오해받는다. 물론 게으르다고 타박해도 신경 안 쓴다. 

그러니 시간 관리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철저하다. 성과 중심으로 시간을 쪼개어 일하고 먹고 쉬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족 중심으로 시간을 나누어 사용한다. 시간을 본인이 선택하여 사용한다. 그것은 대단한 용기이다. 조직 생활에서 자기 마음대로 시간을 썼다가는 윗사람의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다. 적어도 우리나라 조직은 그렇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어 보라. 아름다운 세상이 보일 것이다. 슬로우한 사람은 여가 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보고 휴식을 취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다. /픽사베이
잠시 하던 일을 멈추어 보라. 아름다운 세상이 보일 것이다. 슬로우한 사람은 여가 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보고 휴식을 취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다. /픽사베이

그러나 세상에서 아주 잘나가는 몇몇 회사를 보자. 그들은 직원들을 재택근무를 시키고 일주일에 한 번이나 회의 때문에 오라고 하지 출퇴근을 신경 안 쓴다. 주 4일 근무를 넘어 주 3일 근무를 추진하고 있다는 회사도 있다는데 우리 꼰대 시각으로 보면 참으로 성과가 없는 조직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반대이다. 스스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가장 효율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그들은 조직을 떠난다. 

이처럼 식생활, 여가 활동, 시간 관리라는 측면에서 슬로우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삶의 여유를 가지는 것은 우리가 가진 소중한 시간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내고,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  

슬로우 라이프를 실천하고 누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슬로우(slow)의 영문 네 글자 S. L. O. W를 놓고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S는 ‘Stop and See’이다 멈추고 바라보라.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자동차를 타고 바라보는 풍경과 걸으며 바라보는 풍경이 다르다.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났을 때 멈춘다. 그렇듯이 잠시 하던 일을 멈추어 보라. 아름다운 세상이 보일 것이다. 

변화하고 싶다면 멈추어야 한다. 완전한 혁신을 원한다면 온전히 멈추어야 한다. 그래야 현재의 내가 보이고 무엇을 바꿀지 알 수 있게 된다. 자동차 정비도 엔진을 끄고 한다. 달리는 자동차는 절대로 고칠 수 없다.  

두 번째 L은 Local, 지역 기반을 뜻한다. 지역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이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말한다. 지역 사회와 유대감을 형성하여야 한다.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와 물품을 소비하는 것. 지역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고 보존하는 것. 이것을 실천해야 한다. 도시에서 살든 농촌에서 살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 주민과 함께 하자. 

음식도 지역에서 마련해서 먹자. 로컬 푸드는 반경 100km 이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너무 멀리 있는 곳에서 온 식재료는 운송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일어난다.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지방 소멸의 원인은 지역의 경제 생태계가 망가진 것이 크다. 지역 내부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답을 찾아야 한다. 다른 곳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니 신도시가 생겨나고 대도시로 사람들이 모두 떠나갔다. 비어 있는 지역의 현실은 암담하다. 사회 구조가 지역에서 살아가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Local 중심의 삶이 쉽지는 않다. 

귀농귀촌에 성공하여 전원생활을 누리는 이들은 모두 자신의 삶이 슬로우 라이프이다. 반대로 도시의 패스트 라이프를 벗어나고자 귀농귀촌을 선택했고 슬로우 라이프를 누리고 있으니 귀농귀촌을 선택했다고도 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귀농귀촌에 성공하여 전원생활을 누리는 이들은 모두 자신의 삶이 슬로우 라이프이다. 반대로 도시의 패스트 라이프를 벗어나고자 귀농귀촌을 선택했고 슬로우 라이프를 누리고 있으니 귀농귀촌을 선택했다고도 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세 번째 O는 Organic, 유기농이다. 다시 말해 좋은 음식이다. 슬로우한 사람은 좋은 음식을 추구한다. 좋은 음식이란 몸에 좋은 음식이다.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고 내게 행복을 주는 음식을 찾자. 그러려면 우선 화학 첨가물이 없는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된 식재료와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식재료를 재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지역 기반의 측면에서 가까운 농장에서 재배된 농축산물을 구입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음식을 통해서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추구할 수 있다. 그러면 환경과 건강을 고려한 소비 습관도 생길 수 있다. 

네 번째 W는 Wild, 자연 친화적인 삶이다. 야생동물처럼 살아가는 것도 좋다. 야생동물처럼 살라고 하면 매우 열악하고 비위생적으로 막 살라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진짜 야생에서 사는 동물을 보라. 건강하게 자연 속에서 잘 산다. 병들고 더러운 동물들은 오히려 동물원에서 사는 것들이다.

야생 동물은 청결하다. 잘 먹고 산다. 자연과 조화롭게 산다. 야생 동물 자체가 자연이다.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진 것은 인간이 개입되어서 생긴 결과이다.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동물과 식물들은 조화롭게 잘 산다.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며 산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슬로우 라이프의 목표이자 결과이다. 슬로우 라이프는 오로지 개인의 만족과 행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넓게 보면 내 주변의 자연과 함께 존재하며 교감하는 삶이 슬로우 라이프이다.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 자연의 순환 리듬에 맞추어 생활하는 습관을 만들어 보자. 카메라를 들고 숲으로 가 꽃 사진을 찍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즈음 새를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탐조 활동은 매우 적극적인 자연 친화 활동이다. 취미가 야생화 관찰에서 탐조 활동으로 변했다는 것은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가 생태계를 보호하고 기후 변화를 멈추려고 한다면 가까운 곳의 생태계부터 지켜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생태계를 보호하고 기후 변화를 멈추려고 한다면 가까운 곳의 생태계부터 지켜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사람들은 자신의 집, 자신의 직장, 자신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모른척하고 기후 위기를 걱정한다. 골목의 길고양이에게 애지중지 먹이를 가져다주면서도 그 길고양이들이 한 해에 수억 마리의 조류를 물어 죽여 생기는 생태계 위기는 모른 척한다. 슬로우 라이프는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다.

귀농귀촌인에게 자연 친화는 생활이다. 그들에게는 멀리 있는 귀한 꽃보다 가까이에 있는 쑥과 오디가 더 소중하다.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려 약품을 쓰지 않고 고생하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야말로 생태계 보호에 앞장선 사람들이다. 

슬로우하게 사는 것. 한 번쯤은 그렇게 살아볼 만하지 않은가. 슬로우 라이프를 선택하여 농촌으로, 어촌으로, 산촌으로 찾아간 이들에게 격려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들은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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