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로 보호받아
수달 복원 활동하는 한국수달보호센터
건강한 생태계 위한 연구원들의 노고가 빛
북한은 김정은이 수달 모자 쓰자 포획 중단

수달이라는 동물은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날렵한 몸으로 물을 헤엄치고 뭍에 올라오면 껑충껑충 뛴다. 그러고는 귀여움을 한껏 볼에 불어 넣고 주변을 쳐다본다. 세상에서 제일 천진하고 귀여운 모습이다. 먹이를 사냥하면 그 자리에서 먹기도 하지만 집으로 가져가 식구들을 먹이고 남는 것은 저장해 둔다. 그럴 때는 가장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예전에는 전국 어디서나 물가에서는 수달을 만날 수 있었다는데 지금은 잘 볼 수가 없다. 멸종위기종이다.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동물인 수달은 포유류이다. 수달은 육상동물이지만 물에서 더 활발하게 지내는 것으로 진화되어 왔다. 족제비, 오소리, 담비와 같은 식육목 족제빗과에 속하고 그중 특별히 수달아과로 분류된다. 수영을 잘하도록 날렵하게 유선형의 몸과 긴 꼬리를 가지고 있고 물갈퀴가 있다. 그래서 주로 강에서 물고기를 먹고 산다.

무엇이든 잘 씹어 먹는 강한 이빨과 턱을 가지고 있다. 괜히 수달을 만나서 손가락을 물리면 즉시 잘린다. 조심해야 한다. 수달은 물고기뿐만 아니라 양서류도 먹고 조류도 먹는다. 양서류에 해당하는 개구리는 그렇다 치고 조류도 먹는다는 글에 놀랐을 것이다. 그렇다. 날아가는 새를 물속에서 뛰어올라 새의 목을 물고 잠수하여 새를 익사시켜 잡아먹는 무척 훌륭한 사냥꾼이다.

지금 한반도에서는 호랑이와 늑대, 여우가 없으니 사실상 최상위 포식자이다. 사실 수달은 최상위 포식자답게 매우 흉포하고 잔인하다. 아마존의 수달은 떼로 몰려다니며 악어를 사냥하기도 한다. 귀여운데 흉포한 신기한 동물이다. 요즈음 인기 좋은 판다는 귀여운데 맹한데 말이다.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동물인 수달은 포유류이다. /사진=김성주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동물인 수달은 포유류이다. /사진=김성주

수달은 생태계 건강성을 보여주는 환경 지표종이다. 수달이 서식하는 지역은 수환경이 매우 건강하다는 증거다. 세계의 큰 도시들은 모두 강을 끼고 발달하는데 수달이 서식하고 있다면 인간과 생물이 공존하는 생태환경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도시라는 것을 입증하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수달 보호에 경쟁하듯 활동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시내에 수달이 지나가니 조심하라는 표지판을 봤을 때 참 부러웠다. 앞으로 서울이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런 수달이 멸종위기종으로까지 몰린 것은 수달의 가죽이 너무나 훌륭한 모피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한과 방수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그래서 인간에게 필요 이상으로 잡혀 지금 수달을 보기가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만나기가 어렵다. 그래서 국제멸종위기종이다.

몇해 전 만난 자수 명인에게 수달 이야기를 했더니 수달 가죽으로 만든 ‘아얌’을 보여 주었다. 조선 시대에 만들었다는 아얌은 옛날 양반집 부녀자들이 쓰던 방한모이다. 조선 후기부터는 어지간한 부녀자들은 다 쓰고 다녔다는데 그때부터 수달의 멸종위기 조짐이 보였으리라. 우리뿐만 아니라 온 나라 사람들이 수달을 잡아 모자를 만들고 외투를 만들었다. 심지어 먹기도 했다는데 그 맛은 절대 궁금하지 않다. 

수달이 멸종위기에 몰린 또 다른 이유는 서식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강이나 호수와 같은 수변에서 나무뿌리나 계곡 바위틈의 은폐된 공간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생활하는데 사람들이 물길마다 정비한다고 수풀을 없애고 둔치를 만들고 콘크리트로 죄다 막아 버려서 집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거기에 환경 오염으로 물고기들이 없어지니 먹이 부족으로 개체수가 급감하여 멸종위기에 몰렸다.  

한국수달연구센터의 수달들은 연구원을 엄마처럼 여기며 재롱을 부린다. /사진=김성주
한국수달연구센터의 수달들은 연구원을 엄마처럼 여기며 재롱을 부린다. /사진=김성주

뜬금없이 수달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나 자신이 수달 보호 운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십수년 전 우연히 한국수달보호협회의 한성용 박사를 만나 인연을 이어 오다가 수달 보호와 복원 사업에 함께하고 있다. 심지어 나는 한국수달보호협회의 수도권 서부지회장 직을 맡고 있다. 봄이나 가을에 캐쥬얼한 복장의 나를 만나면 가슴에 수달 배지가 달린 것을 볼 수 있다. 여러 모임의 직책을 맡아봤지만 수달보호협회의 일원이라는 게 여간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서 꼭 티를 내고 다닌다.

한국수달보호협회는 강원도 화천군에 있고 한국수달보호센터를 화천군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파로호변에 자리 잡은 수달보호센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달을 보호하고 치료하고 연구하고 복원할 수 있는 기관이다.

국내 동물원에 있는 수달은 보호종인 유라시아 수달이 아니라 작은발톱수달이다. 수달보호센터에 가면 여러 마리의 수달을 만날 수 있다. 야생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고 수달을 보호하고 있다. 대부분 수달이 로드킬을 당하여 길에 쓰러져 있거나 홍수가 나서 떠내려오다가 구조된 아이들이다.

수달은 강한 이빨과 턱으로 먹이를 사냥하고 먹는다. 큰 물고기를 좋아하여 덕분에 외래종 물고기들이 퇴치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사진=김성주
수달은 강한 이빨과 턱으로 먹이를 사냥하고 먹는다. 큰 물고기를 좋아하여 덕분에 외래종 물고기들이 퇴치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사진=김성주

일반인들이 부상당한 수달을 집으로 데려다 보호하여도 위법 사항이라 부상당한 어린 수달들이 화천 수달보호센터로 인도되어 온다. 지금은 대구나 전주 같이 큰 도시에서도 수달들이 간혹 발견되는데 사람들의 인식이 좋아져서 수달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잘 보호해 주고 다친 수달이 있으면 즉각 인도하여 치료하니 다행이다. 

수달연구센터는 화천군 간동면 파로호 변에 있다. 이십여년 전에 화천군에서 폐교를 개조하여 수달연구센터를 만들어 시작되어 지금 제대로 된 연구시설을 갖추었는데, 위치가 상당히 오지이다. 화천읍내보다는 양구 가는 길에서 더 가깝다. 지금은 춘천에서 양구로 가는 터널이 뚫려서 쉽게 갈 수 있는데 예전에는 굽이굽이 고갯길을 넘어가야 하였다.   

그곳에 가면 수달을 지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한성용 박사를 비롯하여 수달을 연구하는 연구원들이 여럿 있다. 오로지 수달을 위해서 화천의 오지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모두 화천과 춘천에 거주하고 있다. 큰 눈이라도 내리면 출근하기가 만만치 않다. 나도 겨울에 갔다가 눈길에 차가 몇 바퀴를 돈 적이 있다.

그러나 연구원들은 내가 출근을 안 하면 수달의 식사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출근을 한다. 며칠 동안 눈이나 비가 내리게 되면 아예 연구센터에서 숙직을 한다. 간혹 그들을 보면 사람보다 수달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 수달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그윽한지 모른다. 

간혹 아주 어린 수달이 구조되어 오는 경우가 있다. 그때는 그 어린 수달을 살려내느라 연구원이 밤낮으로 젖병에 우유를 담아 먹인다. 아예 한 방에서 몇 달을 아기 키우듯이 수달을 보살핀다. 기적적으로 살아나 무사히 다른 수달과 함께 센터에서 생활하고 성체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간 수달이 꽤 있다. 심지어 구조된 아이들끼리 혼인을 하여 새끼를 낳기도 했다. 

수달은 용처럼 날렵하게 물을 헤엄치며 수변에 산다. /사진=김성주
수달은 용처럼 날렵하게 물을 헤엄치며 수변에 산다. /사진=김성주

그런데 진짜 신기한 것은 자연 상태에서는 사람을 두려워하고 물기도 하는 수달이 연구원들을 만나면 한없이 귀여운 강아지로 변한다. 연구원이 수달을 보호하는 케이지를 열고 들어가 이름을 부르면 수달이 물을 가로질러 넘어와 연구원의 어깨로 타고 오른다. 얼굴을 비비대며 응석을 부린다. 젖을 먹여 키워준 정성을 기억하나 보다.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수달의 이름들이다. 연구센터에서 보호되는 수달들은 이름을 지어주고 구별한다. 그 이름들이 ‘효주’, ‘지민’, ‘고은’, ‘가인’ 등등이다. 왜 그럴까? 눈치를 챈 독자가 있을 것 같다. 수달연구센터의 리더가 한씨라서 그렇다. 연구원들끼리 재미 삼아 한씨 연예인들 이름을 따다 수달 이름을 지어준 것이 지금은 관행이 되었다. 수달을 위해서 매일 산골 오지로 출근하는, 유머 감각이 좋은 연구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한국수달연구센터에서 보호되어 건강해진 수달들은 자연으로 돌아간다. 휴전선과 인접한 하천에서 방사된 수달들은 남과 북을 자유롭게 오간다. 남북으로 갈라진 한민족 사람들은 왕래하지 못하는데 수달만큼은 자유롭다.

방사한 수달에게는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칩을 달아준다. 생존 여부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북쪽으로 이동한 수달의 생체신호가 끊기곤 했다. 배고픈 누군가가 잡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수달 개체가 증가하는 흔적이 보인다. 북한에서도 수달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이다. 

북한이 어느 순간부터 수달을 잡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다. 그때가 김정은이 자기 할아버지 김일성이 사용하던 수달 모자를 쓰고 나온 것이 방송에 나온 직후부터란다. 최고 존엄의 머리를 감싸고 있는 것이 영물 중의 영물인 수달인데 감히 잡으면 되겠냐는 사인이 작동했다고 한다. 수달 보호에 대한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덕분에 북쪽 수달들은 살판이 났다. 

화천군 간동면에 있는 한국수달보호센터의 안과 밖에는 봄에 쑥과 냉이가 엄청나게 잘 올라온다. 다들 거기 가셔서 청정한 유기농 쑥 뜯으시면서 우리 연구원들 기운 내라고 박수도 보내주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