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귀농 자금 신청 요건, 구비서류, 교육 시간 등 변경
지방소멸 대책 차원에서 빈집 철거 간소화되고
노인복지주택 분양 등도 변경···항상 관심 가져야
2024년에 들어서 귀농귀촌에 관한 제도 몇 개가 변화가 생겼다. 지방 소멸이 현실화하면서 귀농귀촌을 활성화하겠다는 목적이다. 제도의 변화는 귀농인 자격에 관한 것들과 부동산에 관한 것들로 요약된다. 귀농귀촌을 주관하는 농림부부터 보건복지부까지 여러 부처의 제도를 변경하였고, 이를 모아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이 발표하였다. 규제 완화 차원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선 도시민들이 좀 더 쉽게 귀농귀촌에 접근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 사업’(이하 귀농자금)의 신청 자격을 완화했다. 종전에는 퇴직자 또는 월 60시간 미만 단기 근로자만 신청할 수 있었는데, 올 1월 규제 개선을 시행해 은퇴 예정자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직장에 다니면서 미리 자금조달계획을 세울 수 없어 귀농을 준비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 사업'에서 귀농자금 지원은 귀농을 희망하는 자에게 3억원을 대출해 주는 것을 말한다. 농업 창업을 지원하는 취지이다. 다만 신청 시 농업 외 타 산업 분야에 상근직이면 안 된다. 퇴직자이거나 월 60시간 미만의 단기근로자인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하였다. 이를 퇴직 예정자에게까지 확대한 것이다.

많은 기업이 자사의 퇴직 예정자들을 위해 6개월에서 1년간 퇴직 준비를 하고 은퇴 준비 교육을 하고 있다. 퇴직 예정자들은 1년간의 세월을 두고 퇴직 이후의 새로운 삶과 직업을 준비할 수 있는데, 귀농자금은 현직에 있을 때는 신청이 불가하여 아쉬웠는데 이를 해결해 준 것이다.
퇴직 예정자들은 미리 귀농자금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퇴직 이후에도 전업하거나 농업이 아닌 분야에 창업하여 사업자등록을 내는 경우는 귀농자금이 취소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아직은 퇴직 예정자 귀농자금 취소에 관한 자세한 규정은 나오지 않았다.
귀농자금을 신청할 때 많은 사람이 준비하는 것이 필수 교육 시간 이수와 농업창업 사업계획서 작성이다. 필수 교육 시간은 최소 100시간 이상을 귀농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하였다. 이를 8시간 이상으로 완화하였다. 100시간이 8시간으로 줄어든 것은 완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없앴다고 볼 수준이다.
100시간이면 하루 8시간을 교육을 받더라도 8일 이상이 소요될 것을 하루에 끝낼 수 있게 한 것이다. 누군가 100시간 교육은 너무 많다고 민원을 낸 것 같다. 온라인으로 8시간 교육을 받아도 상관이 없으니 교육과 관련된 고충은 사라진 듯하다. 여기에는 다른 의견이 많다.
귀농귀촌과 관련된 교육을 100시간 이상 수료한다는 것은 매우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이수했다는 것이다. 실제 교육과정을 보면 귀농귀촌에 대한 제도와 법률, 이론에 관한 것부터 작물 재배, 농업 경영, 재무 회계, 부동산, 일자리, 지역문화 이해, 작물 선정, 유통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고 현장 실습도 병행하기 때문에 교육 과정을 이수하면서 농촌 생활을 이해하고 자신의 적성과 형편에 맞게 귀농귀촌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귀농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개인적 적성과 상황에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것이지 교육 시간이 너무 길어서 포기하는 상황은 아니다. 고작 8시간에 농업·농촌의 현실을 이해하고 농업 창업을 결정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현실적으로 8시간만 이수하고 귀농지에 가서 귀농자금을 신청하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귀농자금을 신청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 자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변별력을 가지려면 객관적으로 교육 이수 시간이 많은 사람에게 우선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100시간은 최소 시간이다. 그 이상의 교육을 이수하는 사람은 많다.
필수 교육 이수 시간이 완화가 된 만큼 당장 귀농자금을 신청할 사람은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귀농자금의 규모는 커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귀농자금 선정은 누가 누가 사업계획서를 잘 썼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계획서 작성을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다.
귀농자금은 3억원이라는 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농협을 통하여 대출해 주는 돈이다. 바꿔 말하면 귀농자금을 받는 것은 3억원의 채무를 가지게 된 것이다. 금리가 낮다고 하더라도 3억원의 원금은 상환하려면 상당히 큰돈이다. 평생 직장 생활만 한 사람이 창업하는 것도 쉽지 않고 3억원의 대출자금을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상환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으면 대출을 신청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귀농 후 5년간 신청이 가능하므로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권한다.

청년 농업인에게는 월 110만원에서 90만원까지 연차별로 지급해 주는 제도를 시행한다. 기반이 약한 청년들에게 기초적인 금액을 지급해 주는 제도라서 매우 유용하다. 그리고 창업자금 융자 지원을 최대 5억원까지 한다. 2023년부터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융자 가능 금액이 커졌다고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30년 이상 한 은퇴자들도 대출금 상환에 대하여 부담을 가지는 상황에서 경험이 부족한 청년에게 5억원은 나중에 상환할 때는 매우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 농업인 교육에서도 이 점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농업 경영과 재무 회계 교육을 통하여 자금 계획과 집행을 엄격히 하고 대출금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대출금 상환에 곤란을 겪는 상황이 빈번하고, 심지어 대출금을 노린 사기 행각도 있다.
지난 봄에 만난 한 귀농인은 우리에게도 청년 농업인처럼 매달 자금을 지급해 주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었다. 청년 농업인 영농 정착 지원금 제도는 매우 효과가 있다. 지금 최저임금보다 살짝 부족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요즈음 세상에 알토란 같다.
지방 소멸이 걱정된다면 귀농귀촌인에게도 정착 지원금을 주는 게 맞지 않겠냐는 의견인데 일리가 있다. 자금 지원 사업이 거의 모두가 융자 지원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직불금 제도의 확산 차원에서 귀농귀촌인에게 직접 금액을 지불하는 제도를 검토할 때가 되었다.
또 어느 농업인은 요즈음 세상에 3억원이란 돈으로 어느 정도의 땅을 살 수 있겠냐고 푸념하였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기도는 아무리 외곽이어도 200~300평의 농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땅값이 상승하고 생산비가 무섭게 올라가는 현실이 무섭단다. 그 농업인은 농사를 20년째 짓고 있다는 베테랑이었다.
귀농귀촌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몇 가지가 더 있다. 귀농자금 신청 시 제출 서류가 8종에서 6종으로 줄어든 것과 귀농자금 수련자의 농외 근로 허용 기간이 3개월에서 4개월로 확대된 것이다.
요즈음 농업인들은 농업 소득만 가지고는 가계가 어렵다. 그래서 농업 외의 일을 찾아서 소득을 올리고 있다. 농외 근로를 하려면 지자체에 사전 또는 사후에 신고해야 한다. 자칫 농업 외 소득이 과도하게 국세청 자료로 올라가게 되면 낭패를 겪을 수 있다.
농어촌 빈집 철거도 간소화된다. 현재 방치된 빈집을 철거하려면 지자체에 해체계획서를 내고 사전 검토를 받아야 한다. 이때 100만∼180만원가량이 소요돼 철거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앞으로는 건축면적 100㎡(30평) 이하 소규모 주택에 한해 해체계획서 사전검토 의무가 사라진다.
이번 발표에는 지방소멸 대책의 일환으로 노인복지 주택 분양 허용이 포함되었다. 귀농귀촌 규제와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알아둘 필요가 있다. 노인복지 주택은 실버타운을 말한다. 분양은 65세 이상의 노인만 가능하다.
예전에 실버타운이 한참 지어지고 임대와 함께 분양도 이루어졌는데 관리 미흡으로 실버타운 분양이 2015년부터 중지되었다. 당시에 노인복지 주택 사업이 실패했다고 보았다. 관리 문제가 심각했다. 노인들에게 주택만 팔았지 의료·주거 복지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았다.
노인들을 위한 공동 식당 운영도 부실했다. 입주자들도 노인복지 주택의 규정을 잘 따르지 않았다. 분양을 받았으니 개인 소유물로 본 입주 노인들은 60세 이하의 사람에게도 되팔기도 했다. 실버타운에 청년들이 살기도 했다. 그리고 실버타운은 주로 농어촌 지역에 있었으니 교통이 불편하고 의료 시설은 멀고, 시장은 사라지니 생활하기가 어려워 점차 시들해진 것이다. 이것을 인구감소 지역 89곳에 다시 분양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과연 적절한 결정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귀농귀촌을 하려고 해도 주저하는 이유는 도시보다 농어촌이 의료, 교통, 교육, 문화 등의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인구가 소멸이 되고 청년이 떠나는 지역은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생활 인프라를 다시 구축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인구소멸 지역에 실버타운 분양을 한다는 것이 타당할까. 귀농귀촌 희망자에게도 지역 선정을 할 때 인구소멸 지역만큼은 잘 분석하고 이주하라고 권하는 상황이다.
지난 1월에는 인구 감소 지역의 주택을 1주택자가 추가 구입하더라도 1주택자로 인정하여 재산세, 종부세, 양도세에 혜택을 주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세컨드 홈을 통해서라도 인구감소 지역에 생활 인구를 늘리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아직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그 효과가 어떤지 분석이 되지 않았으나 역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역효과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다. 좋은 정책이라도 허점이 있기에 추진하다 보면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도시에서 농어촌으로 이주하는 것은 이민만큼 어렵다고들 한다. 해마다 귀농귀촌에 대한 제도가 변경되니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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