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철원군 청년농의 승마장 대암홀스랜드
말산업과 레저를 융복합하다

나는 봄이 다가오면 특별한 나들이를 간다. 그 특별한 나들이란 말을 타러 가는 것이다. 말을 타러 철원의 승마장으로 간다. 봄에 말을 타면 매우 기분이 좋아진다.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말을 타기가 꺼려지는데 봄에는 적당한 온기와 바람이 불기 때문에 좋다. 물론 가을도 괜찮다만 지난 몇 년간 가을장마가 찾아와서 기회를 놓쳤다. 

철원군 대암홀스랜드에서 지역 학생들이 승마를 배우고 있다.
철원군 대암홀스랜드에서 지역 학생들이 승마를 배우고 있다. /김성주

내가 말을 타는 이유는 한 가지다. 말과 대화를 하고 싶어서 간다. 말 등에 올라타서 걷고 뛰면 굉장한 운동이 된다. 그러나 진정 흥미로운 시간은 그날 만나는 말에게 말을 건네고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말이 말을 알아듣겠냐만 말은 말을 잘 알아듣는 것 같다. 말 못 하는 말이지만 교감이 된다. 

말이라는 동물은 신기하다. 내가 건네주는 건초나 당근 같은 먹이를 잘 받아먹는다. 먹으면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 같다. 건초 바구니를 들고 마방(마구간)으로 들어가 문을 열면 얼른 자리로 들어와 먹이를 내려놓으라고 몸을 비켜 준다. 그리고 나를 기억하는 것 같다. 마방 안을 지나가면 몇 번 안면을 익힌 말은 나를 흘깃 보는 것 같다. 그 커다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 눈망울에 빠져든다.

말 등에 올라타면 서로 대화를 한다는 느낌이 더욱 든다. 느긋하게 평보를 하면서 마장을 돌며 말에게 말을 건네 본다. 이리 가자. 저리 가자. 좀 빨리 가볼까. 배고픈데 간식 먹을까. 오늘은 기분이 우울하네.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주절거리고 있으면 말이 알아서 움직이다. 간식 먹고 싶다고 하면 귀신같이 간식 자리로 이동한다. 발로 옆구리를 차면 말은 뛴다. 

대암홀스랜드는 철원군의 청년농이 운영하는 승마장이다. /김성주
대암홀스랜드는 철원군의 청년농이 운영하는 승마장이다. /김성주

유럽은 승마가 일상이 되어서 가까운 곳에서 말을 탈 수 있다. 그리고 말은 치유 동물로 잘 활용되고 있다. 말의 큰 눈만 바라보아도 심리적 치유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말과 교감하는 활동은 동물 매개 치유의 대표적인 활동으로 치유농업에 잘 활용되고 있다.

말을 타러 철원으로 가는 이유는 그곳에 매우 보기 드물게 승마장을 경영하는 청년이 있기 때문이다. 철원군 갈말읍의 대암홀스랜드의 이동진 대표이다. 앞으로 말산업을 이끌 청년이라 몇 년 전부터 눈여겨 보고 있다. 축산을 알고 말산업을 알고 승마 실력까지 갖추고 승마장을 직접 경영하는 청년은 내가 알기로는 이동진 대표가 유일하다. 그리고 청년 후계농이다.

이동진 대표는 젊다. 아직 30대이다. 지금 자녀가 1명 있는데 곧 둘째가 나올 예정이다. 그는 축산업을 하는 가정에서 자라고 성장을 하였다. 부모가 젖소 사육과 말 생산 사업에 뛰어들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묵묵히 일을 배워 왔다. 그리고 대학에서 동물 생명공학을 공부하였다. 또한 승마에 관심을 가져 독일로 승마 유학을 다녀오기도 하였다. 농업과 축산을 제대로 공부하고 현장 경험까지 있는데 말 조련과 승마 지도 능력까지 갖추었다.  

대암홀스랜드에는 28필의 말을 기르고 전국 승마대회를 석권하고 있다.
대암홀스랜드에는 28필의 말을 기르고 전국 승마대회를 석권하고 있다. /김성주

그리고 2022년 승마장을 창업하였다. 2023년에는 청년 후계농 지정을 받았다. 천여 평의 부지에 승마 시설을 갖추고 현재는 28필의 말을 기르고 있다. 승용마와 미니어처 포니가 있다.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전문 승용마 생산 농장’으로 지정받았다. 그가 키우는 말은 전문 승마 선수들을 위한 말이다. 그 말들이 지금 전국대회를 휩쓸고 있고 국제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동진 대표가 운영하는 대암홀스랜드는 단순히 말을 생산하는 곳이 아니다. 농촌 융복합산업(6차산업)의 취지에 맞추어 레저 승마를 함께 하고 있다. 오히려 이 관광 서비스 분야를 심화시켜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철원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승마 체험, 주말 체육학교 승마, 승마 관련 직업 진로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농장이 단순히 말을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말과 함께하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포부이다. 

실내 승마장
실내 승마장 /김성주

사실 말산업은 2010년대 중반 잠깐 활성화 기미가 보인 적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말산업 진흥을 위하여 정부 예산이 많이 확보되어 많은 국민들이 승마를 즐길 수 있었다. 승마장에 대한 지원과 함께 승마를 배울 수 있도록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져 승마장이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곧 시들해졌다. 다들 기억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중 하나에 승마가 끼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 후 말산업 지원은 뚝 끊겼다. 지금은 그나마 한국마사회에서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서 승마장들이 명맥을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전국의 많은 승마장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동진 대표는 독일 승마학교에서 배운 선진 승마 교육을 철원군의 미래 세대에게 전수하고 있다. 철원군이 학생 승마의 긍정적인 효과를 알고 있어 대암홀스랜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덕분에 철원군의 학생이라면 거의 모두 말을 한두 번은 다 타봤다고 한다.

이동진 대표가 포니를 안고 있다. 포니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김성주
이동진 대표가 포니를 안고 있다. 포니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김성주

그는 앞으로 부모 세대가 만들어 놓은 토대 위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농촌 융복합산업에 기초를 두고 종합적인 승마 레저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 취지는 이렇다. 원래 우리 민족이 기마민족이었으니 앞으로 모든 국민이 말 정도는 능숙하게 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승마라고 하면 우리나라는 엘리트 승마가 중심이다. 복장을 갖추고 마장마술을 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대중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경마장의 경마는 사행성이 높은 게임이지 스포츠 활동은 아니다. 그래서 점점 대중과 승마는 멀어지는데 그 대안이 레저 승마이다. 

간단히 말하면 승마를 레저활동으로 즐기는 것으로, 서부 시대의 카우보이처럼 자유로운 복장으로 자유롭게 말을 타는 것이다. 말을 타고 동네를 한바퀴 돌고 산을 오르고 개울을 건넌다. 해변에서는 부드러운 모래 위에서 질주를 한다. 승마장에서는 승마를 배우고 말과 놀고 말과 교감하는 활동을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엘리트 승마와 함께 레저 승마가 좀 더 보급되어야 레저 활동이 다양해질 수 있다.  

대암홀스랜드의 이동지 대표
대암홀스랜드의 이동진 대표 /김성주

대암홀스랜드는 철원군청이 있는 신철원 주변이고 고석정과도 가깝다. 예전부터 유기농 축산을 해 왔던 농장이라서 승마장과 방목장 자체가 천연지대이다. 커다란 숲이 배후에 있어서 좋은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이 농장의 소와 말은 항생제를 먹이지 않고 유기농 사료만 먹이기 때문에 예전에는 소똥구리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승마대회를 직접 개최하고 있다. 넓은 마장에 관람석에 앉아 커피 한잔을 하면 세상 부러운 것이 없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승마를 할 수 있으니 가족끼리 가는 것을 추천한다. 나도 봄이 다가오니 자주 갈 것이다. 

승마에 대한 팁을 하나 알려 드리겠다. 이것만 알면 승마에 대해 아는 척 좀 할 수 있다. 말의 걸음걸이와 승마의 보법을 이해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평보, 속보, 좌속보, 경속보, 구보가 있다. 초보는 평보부터 시작해서 속보와 구보로 이어진다. 

평보란 말이 천천히 걷는 것을 말한다. 보통 운동을 시작할 때, 중간에 쉴 때, 마무리할 때 평보를 한다. 물론 초보는 하루 종일 평보를 한다. 평보만 해도 충분히 운동이 된다.

그다음으로 속보가 있다. 평보보다 한 단계 빠른 걸음걸이로, 좌속보와 경속보가 있다. 좌속보는 평보보다 속도가 빠르고 몸이 많이 흔들리면서 위로 튀는 걸음이다. 기승자는 말 위에 붙어있기 위해 힘을 주되 말 위에서 부드럽게 버틴다. 경속보는 엉덩이를 살작살짝 들어 올리면서 리듬에 맞춰 일어나는 것이다.

아이들이 말과 교감하고 있다. 말은 동물 매개 치유의 훌륭한 소재이다. /김성주
아이들이 말과 교감하고 있다. 말은 동물 매개 치유의 훌륭한 소재이다. /김성주

쉬울 것 같아도 난도가 있다. 경속보, 좌속보를 할 때는 안간힘을 쓰고 버티는 것보다는 몸의 힘을 빼고 말과 일심동체가 되어 함께 움직이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평보와 속보를 할 줄 알면 야외로 말을 타고 나갈 수 있다. 

마지막 고난도 기술이 구보이다. 구보는 바로 말과 달그락달그락을 하면서 달리는 것이다. 경마장에서 볼 수 있는 것이 구보이다. 일반 승마자가 구보를 하면 박수를 받을 수 있다. 

나는 구보보다는 속보를 좋아한다. 속보를 잘하면 말을 우아하게 타는 것으로 보인다. 빠른 것보다는 우아한 게 중요하다. 봄이 되었으니 말을 즐겨 보자. 그리고 말을 사랑하는 청년을 만나러 철원으로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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