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추격에 메리츠 점유율 70%→50%
개·고양이 모두 가입 가능···플랜 수는 DB 勝
DB손보, '입양 반려동물'에 1년간 보험 제공
메리츠, 수의사·동물병원과 협약···확장 기대

2018년 10월 국내 최초로 장기 반려동물 보험을 출시했던 메리츠화재는 5년 넘게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최근 DB손해보험의 신계약이 늘어나면서 메리츠화재의 독주 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DB손보는 지난해 '펫블리 반려견·묘 보험'을 새로 출시하고 버려진 동물을 입양하는 가구에 보험료 감면 혜택을 주는 등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자동차보험에도 '반려동물의 교통사고 사망 위로금' 특약을 출시해 '집사' 고객을 겨냥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반려동물 보험 시장의 중역인 수의사 업계와 손을 잡고 반려동물 건강 문화 개선 사업에 돌입했다.
한편 국내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은 2022년 기준 0.8%에 불과하다. 보험 업계는 더욱 정확한 손해율 측정을 통해 상품 질을 개선하면 가입자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진료수가 표준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는 진료수가 표준화가 실현되기 어렵다면서 농축산식품부와 금융 당국 등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메리츠화재가 독식하던 반려동물 장기 실손 의료보험 시장의 지형에 변화가 일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8년 10월 반려견을 대상으로 하는 '펫퍼민트 퍼피 앤 독'을, 이듬해 3월에는 반려묘를 대상으로 하는 '펫퍼민트 캣 보험'을 출시했다. 이후 5년간 반려동물 보험 계약의 70%를 점유했다.
하지만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시장점유율은 50%대로 떨어졌다.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독주를 막아선 것은 DB손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기준 반려동물 보험 신계약 점유율에서 DB손보는 메리츠화재와 마찬가지로 30%대를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의 신계약 점유율이 1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DB손보의 약진은 괄목할 만하다.
DB손보의 반려동물 보험 브랜드는 '펫블리'로 해당 브랜드에는 반려견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과 반려묘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 두 가지가 있다. 메리츠화재의 반려동물 보험 브랜드는 '펫퍼민트'다. 마찬가지로 가입 대상에 따른 두 가지 상품이 마련됐다.
펫블리 보험은 보장 항목과 보상 비율에 따라 실속형·표준형·고급형·프리미엄형 총 4가지 플랜으로 나뉜다. 한편 메리츠화재의 펫퍼민트 보험은 3가지(실속형·기본형·고급형) 플랜을 제공한다.

최근 DB손보는 반려동물 플랫폼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3월 DB손보는 지자체에서 관리 중인 유기 동물을 입양 희망자와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 '포인핸드'와 입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인공지능(AI) 기반 동물 안면 인식 기술 등을 활용해 반려동물 등록 산업에 있어 국내 1위인 '다음펫'과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DB손보는 유기 동물 입양을 권장하며 전국의 지자체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광주시에서 관리 중인 유기 동물을 입양한 사람은 1년간 DB손보의 '프로미 반려동물보험'을 제공받을 수 있다. 보험료는 지자체에서 지원한다.
2021년 지자체 중 서울시와 처음으로 업무협약을 맺었던 DB손보는 2022년 대구시, 2023년 부산시, 2024년 광주시와 순차적으로 협약을 맺고 유기 동물 입양 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DB손보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자동차보험에 들어가는 ‘반려동물 위로금 특약’을 출시하기도 했다. 해당 특약은 차량에 동승 중인 반려동물이 자동차 사고로 죽거나 다친 경우에 위로금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차대차 사고로 반려동물이 죽는 경우 최대 100만원까지(부상 시에는 50만원, 기본형 기준) 보상한다. 운전자 과실 사고라도 위로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기존 자동차보험 특약과 차이점이다.
DB손보의 펫블리 보험에는 반려동물 사망 시 장례지원비를 지원하는 특약도 마련됐다. 가입 후 2년이 지난 반려동물이 사망할 시 보험가입금액 전부를, 2년 미만 동물 사망 시에는 50%를 지급한다.
메리츠화재는 최근 수의사 업계와 손을 잡으며 사업 확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지난 12일 메리츠화재는 한국동물병원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보험사와 동물병원의 상생을 위한 보험금 청구서류 간편화에 뜻을 모았다. 반려동물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할 때 수많은 서류가 필요하다면 보험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지 않게 되고 이는 비전문적인 자가진료를 늘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선발 주자 메리츠화재는 펫퍼민트를 출시한지 1달만이었던 2018년 11월부터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제휴된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이 진료나 치료를 받을 경우 곧바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가입 시 다양한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는 점도 메리츠화재 펫퍼민트의 장점이다. 2022년 펫퍼민트는 2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이 가입할 시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다펫 할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반려견, 반려묘 구분 없이 펫퍼민트에 2, 3마리가 가입하면 보험료의 5%를, 4마리 이상 가입하면 10%를 할인해 주고 있다.
이에 더해 가입 동물의 등록 번호를 고지하면 2%의 추가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동물등록제는 주택, 준주택, 그 외의 장소에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월령 2개월 이상의 개를 대상으로 유실·유기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서 시행하는 제도다.
'집사' 313만 가구에도 펫 보험 가입률 0.8%
보험 업계 "수가 표준화로 매력적 상품 개발"
전문가 "실현 난항···금융·농축산부 협력 필요"
한편 한국의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은 매우 저조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총가구의 15%인 313만 가구로 추정되지만 반려동물 보험의 침투율은 0.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웨덴과 영국의 반려동물 보험 침투율은 각각 40.0%, 25.0%에 달하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국정과제로 '펫보험 활성화’를 내걸었던 바 있다. 이에 TF까지 꾸렸지만 큰 변화가 감지되지는 않는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좋은 상품이 개발돼야 가입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반려동물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필요성을 아직 못 느껴서 그렇다고 본다"며 "조사해 보면 보장은 더 크고 보험료는 지금보다 저렴한 수준이 되면 가입하겠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집사'들이 좋아하는 반려동물 보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진료수가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 관계자는 "병원마다 진료비, 치료비가 천차만별이라 요율 통계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손해율 등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보다 공격적인 상품 출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는 진료수가 표준화가 반려동물 보험 상품 개발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시행되기 어렵다고 봤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완전 표준화는 거의 어렵고 부분적 표준화 작업에도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며 "(수)의학계와 함께 논의해야 하는 사항이라 실질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정책적 추진 과제로는 진료수가 표준화 외에도 진료 행위의 명칭 코드화 등이 있다. 반려동물 관련한 다수 업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김 연구위원은 "반려동물 보험 시장은 농식품부와 금융 당국이 협력해야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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