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부터 후견인 관리까지 센터 역할
사업 수행하는 센터 60%···부담 막중
사업 전담 인력 배치‧지속 훈련 필요

# 치매 진단을 받은 82세 A씨는 혼자 살던 중 낙상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인지 능력이 낮아 스스로 병원비를 낼 수 없었다. 임대주택 계약 만료일은 다가오는데 계약 문제도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 가족도 없어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던 찰나, 치매 공공후견인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후견인도 구할 수 없었다.
가족이 없는 치매 독거노인에게 가족 역할을 해 주는 공공후견인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치매 공공후견사업은 혼자 사는 치매 노인의 기본적인 일상생활 영위를 보장하는 유용한 제도다. 하지만 실시‧활동하고 있는 지자체‧후견인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치매 공공후견사업은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치매 노인이 자력으로 후견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경우 후견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인간의 존엄성 및 기본적인 일상생활의 영위를 보장하기 위한 사업이다.
2018년 9월부터 시작했고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 중 권리를 대변해 줄 가족이 없는 경우 가정법원의 결정을 거쳐 법정 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혼자 사는 치매 노인에게 필요한 제도지만 실제 사업을 수행하는 안심센터는 전국 60%뿐이다. 2023 중앙치매센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치매 공공후견인 후보자 양성 교육 수료 인원은 170명, 누적 인원은 1301명이다. KBS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전달받은 자료에 따르면 치매안심센터 등록 치매 환자 기준 독거 치매 환자 수는 지난해 19만4382명이지만 2024년 4월 기준 후견인으로 총 235명만이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치매안심센터 관계자 A씨는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전체 치매안심센터에서 60%만 치매 공공후견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센터는 후견인 대상자뿐만 아니라 후견인도 관리‧교육해야 한다. 치매 사례 관리 중 한 꼭지지만 시간과 전문성이 더 요구되는 데 비해 인력은 부족하다"며 "또 후견인과 어르신의 매칭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후견인 후보자 양성 교육 이수 후 실제 활동에 부담을 느껴 중도 포기하는 경우, 혹은 지자체에서 후견 대상자를 발굴하지 못해 연결이 안 되는 경우다. 앞으로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은 사업이다"라고 설명했다.
최종 선정된 후견인은 1인 담당 기준 월 20만원을 활동비로 지원받는다. 하지만 어르신에게 문제가 생길 때마다 수시로 방문해야 하는 사업 특성상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씨는 "월 20만원은 사실상 겨우 교통비 정도다. 후견인들은 치매 어르신이 배회하다 경찰서에 인도되면 연락을 받고 가야 하고, 응급 상황엔 보호자 역할로 가야 하는 등 낮‧밤 가리지 않고 수시로 이벤트가 발생한다. 들이는 시간과 이동비 등에 비해 활동비가 적은 편이다. 2018년도 시행 후 6년째 활동비가 그대로다. 물가 반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매안심센터에선 치매 어르신 발굴부터 후견인 후보자 교육, 최종 후견인 관리 등까지 수행해야 하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 지표도 사업 특성에 맞지 않아 센터 입장에선 사업을 수행하는 데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수도권 치매안심센터 관계자 B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치매 공공후견사업은 얼마나 많은 시민에게 치매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등을 기준으로 보는 양적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받기 힘들다. 실제 사업에 참여하는 후견인, 어르신 수가 적다 보니 표면적으론 결과가 안 나오는 것"이라며 "혼자 사는 어르신에겐 이벤트가 굉장히 많이 일어난다. 급하게 수술하게 되거나, 길을 잃거나, 마트에서 계산 없이 물건을 가져와 고소당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이럴 때마다 후견인은 법적인 사건에 연관되게 되고 지자체에선 후견인 담당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관리하는 수는 적지만 많은 시간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고난도 사업이다. 그만큼 양적 평가가 아닌 질적 평가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전담 인력 보충이다. 치매안심센터에 공공후견사업을 담당하는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지속해서 훈련‧교육하는 게 필요하다. 전담 인력이 지쳐서 그만두지 않도록 후견인도 함께 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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