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직 신설 두고 갑론을박 나와
"회사 발전 위해 꼭 필요한 직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온 유한양행이 28년 만에 회장직을 신설했다. 회장직 부활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자 유한양행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1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유한양행은 지난 15일 열린 제10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장직 신설을 골자로 하는 안건을 상정, 참석 의결권의 95% 찬성으로 정관 변경안을 의결했다. 이에 회장직과 부회장직이 추가됐고 이사 가운데 회장과 부회장을 선임할 수 있는 조항이 생겼다.
유한양행은 창립 이래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와 그의 최측근인 연만희 고문만이 회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회사는 연 회장이 지난 1996년 회장에서 물러난 뒤 회장, 부회장 없이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에 창업주의 유일한 손녀 유일링 이사는 "할아버지 정신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분리 경영을 내세운 창업주의 이념에 이번 회장직 신설이 어긋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일부 직원도 회장 직제 부활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를 냈다. 직원 몇몇은 창업주의 53주기가 되는 날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며 회장직 신설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유한양행 측은 회장직 신설이 '글로벌 유한'으로 발돋움하는 데 필수적인 절차라고 했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사장)는 이날 주총에서 "회사 성장을 위해 언젠가 필요한 직제"라며 "신약 연구개발 등에 필요한 우수 인재를 영입하려면 사장, 부사장과 같은 이사 직함이 필요한데 회장 등의 직제가 없는 현행 정관에서 사장 영입은 주주총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회장직 부활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주총 이후에 열린 이사회에서 "회장·부회장은 대표이사만 오를 수 있으며 대표이사는 최대 연임까지만 가능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내규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회장직 신설'을 두고 현 경영진이 사실상 회사를 사유화하고 장기 집권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취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자 이에 반박한 것이다.
유한양행은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6년 글로벌 50대 제약사에 오른다는 목표를 내놨다. 매출 규모를 현재의 3배 가까이 늘려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