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LG생건, 중국 매출 부진에 실적↓
중국 ‘궈차오’ 확산에 현지 브랜드 인기
中법인 둔 OEM·ODM, 궈차오 수혜 기대

국내 화장품 업계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중국 매출 타격의 여파로 지난해 역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반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사들은 중소 화장품 브랜드의 흥행을 바탕으로 호실적을 보여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K-뷰티 흥행의 중심지였던 중국에서 ‘궈차오(애국 소비)’ 열풍이 불면서 현지에서 고가 브랜드를 판매했던 국내 화장품 대기업은 점차 밀려나고, 현지 브랜드의 수주를 받는 국내 OEM·ODM사는 궈차오 수혜를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와 면세점을 찾는 보따리상(따이궁)이 줄어들면서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4조213억원의 매출과 15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5%, 영업이익은 44.1% 감소한 수치다.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 3조6740억원, 영업이익 1082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대비 11.1%, 49.5%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연매출 6조8048억원, 영업이익 4870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대비 5.3%, 31.5% 감소했다. 특히 화장품사업은 2조8157억원의 매출, 14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12.3%, 52.6%나 급감했다.
양사의 실적 급감은 중국 매출 감소의 영향이 크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사업 매출 중 아시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75%로, 이 중 중국 매출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러한 가운데, 미주 및 EMEA(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58%, 62% 성장했으나, 아시아 지역 매출은 16%가량 줄어들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해외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5.5% 줄어든 1조3918억원, 영업손실 43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서자 전체 매출에도 큰 타격을 준 것이다.
LG생활건강의 해외 사업 매출에서도 중국의 비중이 가장 크다. 중국은 11%, 북미 9%, 일본 5% 순이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의 해외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6.9% 감소한 2조32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시장 매출이 19.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中 '궈차오' 열풍으로 현지 브랜드에 밀린 韓화장품
한국 화장품은 중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국 제품 소비문화인 ‘궈차오’ 바람이 번지면서 중국 현지 브랜드에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의 자국 화장품 브랜드 매출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만에 51% 증가했고, 같은 기간 점유율은 14%에서 28%로 성장했다.
중국 최대 검색 엔진인 바이두에서는 "같은 가격대에서 한국 화장품보다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류가 점차 사라진 후 한국 화장품 수요도 조용히 감소했다"는 등의 반응이 잇따른다.
지난해 11월 열린 중국 최대 쇼핑축제인 광군제 기간 동안 중국 이커머스 사이트인 티몰과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틱톡 등에서는 화장품 판매 순위 1~3위에 프로야, 칸스 등 중국 브랜드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22년 LG생활건강의 ‘후’가 1위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8위로 떨어지는 등 국내 브랜드의 순위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북미, 일본,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 다변화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 또한 온·오프라인 재정비, 글로벌 브랜드 육성과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中 현지 고객사 수요에 OEM·ODM 실적 기대감 '쑥쑥'
반면, 지난해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은 호실적을 기록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연 매출이 전년 대비 15.5% 증가한 2조1554억원을 기록하며 최초로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6.4% 급증한 1366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맥스도 호실적이 전망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코스맥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2.8% 증가한 1조8103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9% 증가한 127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소형 K뷰티 브랜드의 성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화장품 판매 채널로 올리브영, 다이소, 이커머스 등의 비중이 커지자 신규 뷰티 브랜드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이러한 시장에 뛰어들고자 ODM 기업을 찾는 고객사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고가 브랜드보다 중저가 뷰티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점도 영향이 컸다.
또한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과 법인을 둔 ODM, OEM사는 현지 화장품 브랜드의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로, 성장세가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콜마는 중국 북경과 강소성 무석시에서 각각 화장품 생산공장과 현지 법인을 운영한다. 코스맥스는 현지 이센그룹과 합작으로 광저우 신공장을 건설해 지난해 8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해당 공장은 단일 화장품 제조시설로 아시아 최대 규모이며, 코스맥스는 해당 공장에서만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유통채널의 다양화로 중소기업 브랜드들의 시장 진출이 용이해졌으며 이들 업체의 제품을 개발하는 화장품 ODM, OEM사들의 성장이 가파르다”며 “또한 중국에 법인을 두고 있는 OEM·ODM사는 중국 로컬 브랜드 고객사의 수요에 따라 궈차오 트렌드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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