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 동결’ 2023~25년 금리 하향 조정
점도표상 내년 0.75%포인트 금리 인하 추정
파월 “인하 시점 논의, 긴축 리스크에 유의”
뉴욕증시↑코스피·코스닥 장 초반부터 급등
한은 “금융·외환 시장 변동성 예의주시해야”

기대보다 더 비둘기파적(dovish·통화 완화 선호)이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의 입에서 인상 사이클에 대한 정점 인정과 금리 인하 가능성 언급은 지난해 3월 첫 긴축부터 지금까지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파월 의장의 첫 피벗 신호탄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는 환호성을 질렀고 이는 태평양을 넘어 한국거래소까지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모두 전장보다 1%대 상승 출발했다. 한국은행은 금융·외환 시장의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겠다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1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13일(현지 시각) 뉴욕증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사에 일제히 상승세를 떨쳤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일 대비 21.26포인트(0.46%) 상승한 4643.70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월 14일 이후 최고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0.91포인트(0.70%) 오른 1만4533.40에,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73.01포인트(0.48%) 오른 3만6577.94에 거래를 마쳤다. 각각 지난해 3월 29일 이후, 지난해 1월 4일 이후 가장 높았다.

뉴욕 증시의 강한 상승 압력에 한국 주가도 상승했다. 이날 낮 12시 4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26.21포인트(1.04%) 상승한 2536.87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6.71포인트(0.81%) 상승한 836.92를 가리켰다.
국내외 주가 상승은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올해뿐 아니라 2024년, 2025년까지도 물가와 근원물가 정책금리 전망이 모두 하향 조정됐다. 특히 내년 정책금리 전망치는 기존 5.1%에서 4.6%로 0.5%포인트나 하향 조정됐다.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기존 2.1%에서 2.6%로 상향 조정됐지만 내년은 기존 1.5%에서 1.4%로 수정됐다. 물가는 올해부터 후년까지 총 3년간 기존 전망치 대비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 물가는 기존 3.3% 전망에서 2.8%로 하락했다.
파월 "인상 사이클 정점" 금리 인하 가능성
연준 도비시하지만···국내 피벗은 신중 입장
경제전망 지표 변화에 파월 의장은 이에 걸맞은 매우 비둘기파적인 발언으로 일관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정책금리는 상당히 제약적인 영역에 있어 경제활동,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정책 결정문의 추가 인상 앞에 ‘any’라는 표현을 추가한 것은 현재 정책금리 수준이 인상 사이클의 정점 또는 바로 근처에 와 있다고 인정한 것이나, 참가자들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고 싶지 않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FOMC 정책 결정문을 보면 지난 11월 FOMC와 비교해 많은 문구 변화가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3분기 경제활동은 강한(strong) 속도로 확장”이 “성장이 3분기의 강한 속도로부터 둔화되고 있음(has slowed)”으로 수정됐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높게 유지(remains elevated)”에서 “금년 중 완화(has eased over the past year but remains elevated)”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또한 모두가 궁금해하는 “추가 인상 정도(the extent of additional policy firming)“는 ”any“라는 제한적 표현을 추가(any additional policy firming)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21개월 만에 처음 피벗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정책금리가 정점 근방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음은 정책 제약 정도를 완화하는 시점이 시야에 들어오기(come into view) 시작했으며 금일 회의에서 금리 인하 시점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면서 “정책금리 결정을 너무 오래 끌 때(hang on too long)의 리스크를 잘 알고 있으며, 그러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매우 유의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의 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는 발언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연준은 이날 점도표에서 2024년 말 적정 정책금리 전망치 중간값으로 4.6%를 제시했으며 이는 현재 금리로부터 0.75%포인트, 즉 내년 세 차례 금리 인하 단행을 추정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피벗 선물에 증시뿐 아니라 미 국채와 달러화 가치도 푹 내려앉았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1.44% 하락해 3.9750을 기록, 4%대가 무너졌고 5%대 수익률로 고공 행진하던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전장보다 3.12% 하락하며 4.3410을 기록했다.
같은 날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103선 밑으로 떨어졌으며 이날 102.87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11일 104.10까지 올라섰었다. 달러화 기세가 약해지자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 아래로 고꾸라졌다. 이날 낮 12시 37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24.50포인트(1.86%) 하락한 1294.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로써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그러나 한은은 이번 FOMC에서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도비시(dovish, 양적 완화 선호) 했다고 평가하지만 국내 피벗과 관련해선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통해 “미 연준 통화정책 운용에 대한 관심이 금리 인하 시점에 맞춰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 과정에서 금융·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수 있다”면서 “미국 물가·경기 흐름과 통화정책 기조 변화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국내 경제,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잘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속보] ‘인플레이션 과도기’ 진입 美···연준 금리 5.5% 3연속 동결
- [인터뷰] 안 떨어지는 대출금리, 돈 잔치 누명 쓴 은행 “자본 자유화 부작용 탓”
- [포커스] ‘매냐, 비둘기냐’ 파월 입에 긴장하는 시장···금리 동결은 확실시
- 한 돈 40만원 육박 금값 더 오를까 ‘파월 금리 인하 시그널 잡아라’
- 연착륙 vs 경착륙 vs 무착륙 전미경제연구소에 쏠리는 눈
- 금리 인상 시대의 일몰···‘볼드모트’ 국제유가의 하락
- "경제의 디지털화 피할 수 없어", 이창용 CBDC 도입 시도
- 한국은행,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협력 강화···'인구구조 변화 대응'
- 美 물가 둔화 기대 속 환율 1300원도 깨졌다···‘개미는 치킨 시켜 먹는 날’
- 30만원 vs 9000원 케이크···경기 어려울수록 식품 시장 양극화
- 나이키·해즈브로 직원도 짐 싼다, 주가 상승에도 美 침체 그림자
- [포커스] 일본 지진과 하마스 로켓 20발에 솟구친 환율 ‘다시 1300원대’
- 긴축 충격이 성장 판도 갈랐다···세계은행 “미중 둔화 지속, 일본은 상승”
- [분석] 1095조 가계대출·태영發 PF 지뢰밭에 갇힌 韓 ‘발만 동동’
- '긴장하시오 헬리콥터 벤'···한동훈發 356만 가구 전기료 동결·39조 공급
- 日 주가 6% 올랐는데 2500선 깨진 코스피 “반도체 사이클 회복 기대”
- S&P500 4800→5000 청신호 ‘포모증후군’ 시달리는 동서양 개미
- ‘금리 인하 힌트, 궁금해 죽겠네’ 시장은 파월 눈·코·입에 관심
- [속보] ‘물가 둔화와 경기 호황’ 사이 낀 美···연준 금리 5.5% 4연속 동결
- [포커스] 벚꽃 금리 인하 부인한 ‘매 파월’ vs 강한 성장 반긴 ‘비둘기 파월’
- [분석] ‘반년간 왔다 갔다’ 파월 혀의 행적···고금리 장기화만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