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익종의 삶이 취미, 취미가 삶]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는 우리네 삶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겨라

내일이면 2022년도 우리 곁을 떠난다. 그것도 영원히.
그런 생각이 드니 이 순간이 안타깝기도 하고 영원히 내 곁에 붙들어 놨으면 하는 우매한 바람까지 든다. 그러나 오랜 뒤 이 순간을 기억이나 하려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으니 이 아쉬움도 곧 잊겠지라는 생각에 안도의 숨이 쉬어지기도 한다.
이별!
내가 이별에 대해 생각을 고쳐 잡은 것은 선친과의 이별이었다. 내게는 봉건시대의 붕어(임금의 죽음: 필자 주)와도 같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 충격에서 벗어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떠난 여행에서였다.
3일장을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곧바로 중국의 오악 중 하나인 화산에 올랐었다. 화산 정상에 올라 선친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내 드리며 이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그런 경험은 그 이전에, 내가 만 50세 되던 해 회사에 사직서를 내밀고 이집트의 사막 여행을 떠나서 가졌던 생각과 비슷한 경험이었다.
퇴직도, 선친의 죽음도 매 한가지 일 아닌가, 언젠가는 이별이고 그 이별이 조금 빨리 왔을 뿐인데. 그리고 절망으로 바라봤던 텅 빈 사막도, 눈보라가 칼바람처럼 치는 화산의 삭막함도 다 생각하기 나름이더라.
모든 것이 떠나고, 나도 궁극에 떠나는 것을 뭐 그리 애착과 미련을 갖고 아쉬워하며 애통해 할까? 이런 생각은 오히려 지금의 순간을 지금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며 즐길 수 있는 여유까지 준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왜 이별을 께름칙한 이벤트로 여길까?
이별하면 회한, 아쉬움, 절망을 떠올린다. 이별에 관한 시와 글을 검색해 봤더니 모두가 절절한 가슴앓이더라. 그나마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정도로.
그러나 이별은 지극히 자연스런 섭리이며 수많은 새로운 만남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이별은 새로운 만남과 운명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초 단계이다.
그런 생각이 들면 이별이 예측된 내일이 두렵고 피하고 싶은 존재가 아닌, 오늘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고 즐길 수 있게 하는 전령과도 같은 일로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어떤 면에서는 적극적으로 선택(?)까지 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을 꺼려하고 괴로워하는 이유는 무엇을 잃는다는 두려움에 빠진 집착과 소유욕에 따른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별을 아쉬움, 회한, 절망이라는 이미지로 받아들인다면 수 많은 시간, 사람, 환경과의 이별을 반복하는 현재가 행복할 리 없고, 현재가 행복하지 않으면 현대인들의 열망인 웰빙(well being)은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 웰빙이 안 되면 영원한 이별인 웰다잉(well dying)도 요원한 바람에 그치게 된다.
오래 전, 봉사현장에서 만난 중견그룹 회장 출신인 어떤 분이 하신 말이 생각난다. “난 옛 인연들을 될 수 있는 대로 잊고 살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옛 인연에 연연하면 새로운 만남을 방해하고 내게 아쉬움과 미련만 남기기 때문이죠.”
참 현명한 생각이라고 여겼었다. 늘 있는 일이고, 늘 있을 일이라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즐겨라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별을 즐기라는 말이 지나치다면 이별을 흔쾌히 받아들이자라는 제안은 어떠한가.

가수 이선희는 노래 '갈등'에서 '이별 뒤엔 만남이 만남 뒤엔 무엇이 기다리나요~'라고 물었다. 석가모니의 대답은 회자정리, 거자필반이었다. 그러니 이별에 연연할 이유가 무에 있겠는가?
이제 2022년도 떠나보내야 한다. 2022년에는 수 많은 이별이 있었고, 수 많은 만남이 있었다. 내가 보낸 것도 아니고 저쪽이 떠난 것도 아닌데 점점 멀어져 간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고 살고 있구나'라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가사를 읊조려 본다. 지금 이 순간 이별을 즐겨 보련다.
2022년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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