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익종의 삶이 취미, 취미가 삶]
돈 퍼붓는 취미생활, 이젠 그만
취미생활에도 경제 논리가 필요
`돈 쓰기만 하는 취미생활은 진정한 취미생활이 아니다.’ 이 말을 증명하는 데 15년이나 걸렸다. 만 50세에 인생 2막(필자 주: 직장생활을 인생2막이라 함)을 접고 나 좋아하는 일, 즐기는 일을 통해 이웃과 사회와 함께하는 삶을 지향해 온 지 어언 15년이 흘렀다. 15년 동안의 취미활동과 그 이전의 취미활동을 비교해 보면 질과 양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단적인 차이는 돈만 쓰는 취미생활이냐, 돈 버는(?) 취미 활동이냐이다.
돈 쓰는 취미활동이 필연적으로 과시형 행태를 일으키면서 본질적 의미의 즐기기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면 돈 버는 취미활동은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즐기기 경쟁력을 갖추게 했다.
사실 돈 쓰는 취미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일종의 아편 효과를 불러온다. 바로 남보다 나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돼 `더, 더, 더’를 찾게 된다. 내 과거의 취미활동은 새로운 트랜드를 쫓아 얼리 어답터라는, 그럴듯한 칭호도 얻게 했고, 폼 나 보이는 생활이라는 착각에 남에게 과시하는 우쭐함도 맛볼 수 있었다. 비슷한 취향과 수준에 어울리는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면 신분 상승의 오만에 빠지게도 했다.
그러나 돈만 쓰는 취미는 못된 친구 하나를 달고 다닌다. 바로 `경쟁심’이란 친구다. 정작 자신의 즐거움을 망각하게 하는···. 돈만 쓰는 취미는 정작 핵심적인 가치, 즉 `즐기기’라는 것과는 동떨어진 세상으로 자신을 인도한다. 어느 정도가 지나면 이건 스트레스에 가까운 고통을 주기까지 한다. 인간의 욕심에는 끝이 없는데 그를 뒷받침할 여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골프 예찬론자들이 들으면 정색을 하고 항변하겠지만, 그리고 이는 극히 내 개인의 주관적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생각해 봐야 할 돈만 쓰는 대표적인 취미활동이 골프이다.
과거 삼성의 고 이건희 회장께서 글로벌 스탠다드, 에티켓 등을 들어 골프 확산을 강조하셨다. 하지만 골프 문화 확산에 기여하게(?)된 그 이후 경험한 바에 따르면 골프장에서 벌어지는 작태와 우리 환경에 걸맞지 않는(가격, 문화, 룰 등) 골프는 즐거움보다는 고충을 안겨주는 남 보이기식 취미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 깨달음은 오랫동안 즐겼던 취미로서의 골프를(사실 접대골프가 거의였던) 접게 했다. 거의 20년이 돼 간다.
취미생활은 `즐거움’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속 발전 가능한 취미생활이 되고 그것이 본인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윤활유가 된다. `지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랄까? 거기에다가 취미생활이 경제활동과 연계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확신해 가는 사실이다.
오래전, 퇴직을 얼마 앞둔 후배의 사무실에 들른 적이 있었다. 그의 책상 옆에 놓여 있는 세고비아 기타를 두고 한 말이 있다.
“이 친구야, 은퇴 후 취미생활로 기타를 시작했다면 접으시게. 현역일 때야 집에서 '띵똥띵똥~' 하면 아내가 봐주겠지만 은퇴 후 할 일 없이 띵똥거리면 아내가 좋아하겠나? 그리고 악력 떨어져, 음감 떨어져 그런 상황에서 기타 시작이라고? 그게 취미냐? 스트레스지.”
그리고는 돈 되는, 돈만 쓰지 않는 취미생활을 권한 적이 있었다. 총명한 그 후배는 내 말뜻을 알아차렸는지 기타를 그만두고 목공을 시작했었다.
흔히들 돈 안 쓰는 취미가 어디 있느냐고 물어 온다. 돈 안 들이는 취미는 없다. 문제는 돈만 쓰는 취미는 한번 생각해 보자는 얘기다. 취미로 과다하게 써야 할 돈을 아끼게 되면 그것이 돈 안 쓰는 취미요, 취미를 통해 일자리가 생긴다면 돈 버는 취미 아닌가?
단, 돈 버는 취미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 있다. 바로 나만을 위한 취미가 아니라 이웃과 사회와 나누며 기여하는 취미가 돼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이 은퇴 후 15년이 지난 지금, 이런 생각에 대해서는 이제 신앙에 가까운 확신을 얻게 되었고 이를 이웃에게까지 전파하고 있으며 취미를 통해 경제활동도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취미활동을 하면서 돈도 벌고, 이웃과 사회에 봉사도 하고, 그를 통해 나의 사회적 필요성 인식과 자존감을 향상시키니 이거야 말로 일거삼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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