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익종의 삶이 취미, 취미가 삶]
취미생활에서도 세 가지는 명심해야
시뮬레이션, 방어운전, 고양이심리 탈피

입에 담기도 민망한 표현이 있다. `잔칫집이 초상집으로 변했다’이다. 재수 없는 얘기로는 따라 올 표현이 없고,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을 순서로 매긴다면 으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핼러윈 축제 참사로 수많은 꽃다운 젊음이 유명을 달리했다.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남겨진 가족, 친지의 아픔을 생각하면 일례로 삼는 것조차 삼가야 하겠지만 개인이나 사회나, 유사한 참사를 예방하자는 측면에서 이 글을 씀을 헤아려 주시기 바란다.

 

취미생활에도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픽사베이
취미생활에도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픽사베이

온 세상을 질식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의 공포를 소환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막혔던, 3년여 쌓였던 불만과 갈증을 한순간에 폭발하게 만든 마스크 없는 축제가 시작됐다. 오랜만의 희열을 만끽하기 위해 젊음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정열과 낭만을 아낌없이 분출하고자 했다. 오래 잠들어 있었던 휴화산이 분출하는 것 같은 파괴력을 지닌 축제가 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던 바였다.

필자는 그날 저녁 모 신문에 `축제의 봇물이 터진 제주에서 축제를 생각하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주 내용은 우리네 축제가 갖는 정체불명, 천편일률성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아쉬움, 워스트 플랜(부정적 결과에 대한 대비책)의 중요성에 관한 내용이었다. 모처럼 맞은 기분 좋은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송고 직전 `봇물’이라는 단어가 갖는 파괴적 상황에 대해 준비하자는 내용은 뺐다. 코로나가 진정되기도 전에 너무 일찍 터트리는 샴페인이 아니냐는 내용도.

취미생활에 관해 얘기하면서 이번 핼러윈 축제 등 대형 이벤트가 갖는 위험성을 언급하니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의아해하는 독자가 있겠다. 그런데 개인의 취미생활이나 사회적 이벤트나 공통점이 있다. 일상, 평상과는 다른 특이사항이 있다는 것이다.

취미생활이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벤트를 찾는 것이라면 일상의 범주와는 다른 그 무엇을 요구한다. 일상과는 조금 다른 고려사항이 필요하다. 더구나 즐기는 일은 흥분된 감정의 영역으로 들어가기에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세계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물론 독서나 담화 등 일부 취미생활은 예외지만)

그러기에 반드시 일상 외의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음을 명심하자는 얘기다.

일상 밖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의 관리, 흥분된 상태에서 유발 가능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소위, 시뮬레이션과 방어운전 자세, 그리고 고양이심리에서의 탈피가 필요하다. 무슨 취미생활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아 가며 즐기냐고? 그렇다면 역으로 묻고 싶다. 즐기는 일을 어떤 위험 때문에 앞으로 못 하게 되는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인간의 거주지 주변에서 로드 킬을 가장 많이 당하는 동물이 고양이다.

고양이가 도로 위를 가로지르기 전에 돌발상황을 예측하고 예의주시하며 건널 리 만무하다. 거기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빠르다는 심리를 가졌기 때문에 로드킬을 가장 많이 당한다.

내가 미칠 듯이 좋아하던 골프를 손 놓은 이유도, 한때 릿지 산행이며 암벽등반이며 종주 산행하며 즐겼던 등산을 이제 삼가는 이유도 일종의 시뮬레이션과 방어운전, 그리고 고양이심리에서의 탈피와 연관이 있다. 즐김으로써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클 것이라는 판단, 그리고 그를 대신할 다른 취미생활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전거 파크경기를 치르는 선수. 아찔한 묘기를 보며 취미로서 갖는 리스크를 헤아려 본다.
자전거 파크경기를 치르는 선수. 아찔한 묘기를 보며 취미가 갖는 리스크를 헤아려 본다. /사진=한익종

취미생활을 하면서 내 취미에는 어떤 위험도 없고, 내 취미는 절대 안전하며, 가장 좋은 취미라는 자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가정은 지나간 사건에나 없지 지금도 앞으로도 있으며, 가정의 자세는 꼭 필요하다. 취미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은 '만일?'을 생각해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필자는 해외여행 중 규모가 큰 호텔에 묵을 때면 반드시 현관으로부터 방까지의 방향과 거리 등 동선을 확인한다. 누가 아나? 화재나 지진 등으로 인해 긴급하게 피해야 할 상황이 생길지···. 또 하나의 원칙이 있다. '수상하면 가지 말고, 이상하면 하지 마라'다.

예측 가능한 한 대비책의 마련, 그리고 예외는 없다는 생각. 그것이 취미를 제대로, 오래 즐길 수 있는 좋은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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