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디지털 결제지만 종속 심화 지적
GVC 운전자본·무역결제 경로 파급효과
통화스와프·원화 채권 발행 강조했지만
학계에선 자구적 절상 정책 필요성 제기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제 결제 수단으로 확산할 경우 달러의 영향력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표면적으로는 편리한 디지털 결제지만 실제로는 무역과 금융 전반에서 달러 패권 종속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달러 패권과 미국발 충격의 글로벌 파급 영향’ 보고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국제적 확산이 달러화의 지위를 강화하고 국내 경제에도 충격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보고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산 가능성과 이에 따른 달러화의 국제적 지위 변화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자산의 기술적 진보가 결국 미국 통화 패권을 더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수출입 결제에 널리 사용될 경우 △글로벌 가치사슬(GVC) 운전자본 경로 △무역결제 경로 두 가지 채널을 통해 달러 가치 변동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GVC 운전자본 경로는 우리 기업이 해외 중간재·자본재를 조달할 때 달러화 차입을 크게 의존하는 구조와 맞닿아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달러 조달 구조는 더욱 고착화되고 환율 변동은 곧 조달비용 상승으로 직결될 수 있다.
무역결제 경로도 달러 의존도가 뚜렷하다. 현재 우리나라 수출입 거래의 80% 이상이 달러로 결제되고 있어,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달러 확산은 무역을 통해 국내 경제 전반에 직접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한국은행이 제시한 ‘아시아 역내 위상 강화’ 방안은 중국식 담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보고서는 “역내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달러 변동이 무역결제 경로로 우리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이는 사실상 위안화를 중심으로 한 지역 블록 구상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어 한은은 “양자 간 통화스와프 체결 확대, 원화표시 채권의 역외 발행 등을 통해 원화를 아시아 역내 결제통화로서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술적 대응을 넘어 원화 결제 비중을 끌어올리는 탈달러 전략을 주문했지만, 원칙 없는 ‘역내 협력’ 구호는 자칫 미국의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경제학계에서는 한국은행의 구상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나 역내 협력 담론에 기대는 방식이 아닌 원칙 있는 원화 절상 정책으로 귀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기 유동성 처방에 의존하면 환율 안정은커녕 새로운 종속 구조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나 통화스와프 확대 같은 기술적 접근은 달러 의존을 오히려 강화할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달러에 연동된 파생 결제 수단을 아무리 만들어도 달러 가치 변동의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한 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취해야 할 길은 자구적인 원화 강세 정책”이라며 “투명한 환율 관리와 원화 신뢰 제고를 통해 시장이 스스로 절상 압력을 반영하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근본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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