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합의로 독점 규제 사실상 멈춤
각자 이해관계 얽히며 동력 사라져
여권서도 ‘명분 vs 현실’ 노선 균열
참여연대 성명 발표해 배신감 표출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던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추진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핵심 이해관계자였던 통신 3사의 전략이 역풍을 맞는 동시에 좌파 진영에서도 내분의 조짐이 감지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 자료에서 양국이 미국 기업 차별 및 과도 규제 방지 원칙을 공식 명문화했다. 이를 두고 좌파 진영에서는 “공약을 걸어놓고 스스로 내려놓는 모양새 아니냐”, “정부 비판에 앞서 내부 점검이 먼저 필요하다”는 상반된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온플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플랫폼 규제 공약이었으나, 이번 합의로 독점 규제법 추진은 사실상 중단되고 규제 강도가 비교적 낮은 공정화법만 남는 구도가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강경 규제 유지’ 파와 ‘현실적 후퇴 인정’ 파가 구분되는 기류가 감지된다.
양국은 연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장관급 공동위원회를 열고 비관세 분야 이행 계획을 확정하기로 하면서 독점규제법의 재추진 가능성도 낮아진 상황이다. 미 의회 역시 해당 법안이 구글·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부당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해 왔다.
당내 강경파는 “대선 공약은 되돌릴 수 없다”며 정치적 명분 유지에 방점을 두지만, 실무 정책 라인에서는 “국제 통상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현실 무시”라는 냉정론이 힘을 얻고 있다.
참여연대는 노골적 실망감과 배신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온플법은 미국 기업만 겨냥한 법이 아니라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제도이며 추진 명분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사실상 “철회 명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정책의 출발점이 대선 공약이었음을 고려하면, 이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정책 의지를 재확인하거나 방향 전환을 공식 선언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온플법 추진 배경에는 빅테크 대상 망 이용 규제를 통해 시장 지위를 강화하려 했던 통신 3사(SKT·KT·LGU+)의 전략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정부의 플랫폼 규제 기조가 미국 행정부의 정면 경계 신호를 불러온 출발점 중 하나가 국내 통신사 CEO들의 공개 발언이었던 만큼, 법안 추진 동력은 초기부터 불안정했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온플법을 통해 빅테크를 규제하고자 했던 초기 목표는 구도·명분·타이밍이 모두 어긋나는 난맥상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더해 좌파 진영에서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가 분출된 상황에서 정부가 ‘쉬쉬’ 기조를 유지할 경우, 이는 의도적 후퇴로 해석돼 정치적 부담을 자초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