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카드 부재···20%대 숫자 확정될까 초조
美 변화 이끌 유인책 없어 선고만 기다려
美는 ‘패키지 협상’ 선호… 韓은 각개 전투

여야 의원이 포함된 메머드급 고위급 협상단이 총출동했지만 남은 시한은 일주일 남짓이다. / 연합뉴스
관세 25% 날벼락을 막기 위해 여야 의원이 포함된 메머드급 고위급 협상단이 미국 워싱턴으로 총출동했지만 남은 시한은 일주일 남짓이다. / 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이 25% 상호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합의하면서 한국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일본은 자동차·농산물 시장 개방과 함께 76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신속하게 협상을 타결지었다. 필리핀·인도네시아도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아시아 국가 전반의 대미 무역 압박이 줄어드는 모양새다. 반면 한국은 8월 1일 관세 유예 시한을 앞두고도 전략 부재 논란에 휩싸였다.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에 올린 글을 종합하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투자와 제조업·의약품 분야의 시장 개방이 미국과의 협상 타결을 이끈 핵심 카드였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레드라인’을 고민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국산 쌀·소고기 수입 허용은 협상 카드에서 제외됐고 연료용 옥수수 확대 정도만 거론된다. 여당은 물론 국민의힘 저변에 깔린 폐쇄적 사고가 이번 협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구글과 애플이 요구하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는 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한국이 양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명확한 거부 입장을 표하지 못한 채 ‘신중 검토’에만 머물고 있어 전략적 대처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일본은 이미 핵심 안보 이슈를 피해 가며 협상 동력을 확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에너지·방위비 분담 등 패키지 형태로 협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한국은 산업·농업·안보와 함께 원자력 이슈까지 분절적으로 대응 중이다. ‘전방위 협상’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주무 부처 간 공조 부족과 이해 관계 조율 실패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의 대미 투자 약속은 트럼프 재선 초반부터 선언돼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며 협상력을 끌어올렸다. 반면 한국에선 미국 내 증설 계획이 제한적 검토 단계에 머물렀고 이재명 정부 역시 한미 간 에너지 동맹에 소극적이다. 한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내놓을 ‘빅 카드’가 애당초 부재했던 것이다.

여야 국회의원 13명으로 구성된 이번 방미단에는 민주당 조정식·서영교·소병훈·김영배·이정헌·김남희 의원, 국민의힘 나경원·이헌승·송석준·조정훈·한지아 의원,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 13명이 포함됐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등 주요 인사들이 미국과 막판 조율에 나섰지만 남은 시한은 일주일 남짓에 불과하다. 만약 한국이 일본처럼 10% 관세 인하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한국은 동아시아 전략 구도에서 배제되는 것은 물론이고 ‘패싱 국가’로 낙인찍히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일본과 무역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기존 서한에서 25% 관세율을 일본에 통보했는데, 이날 합의 소식을 전하면서는 상호관세율이 15%라고 했다. /소셔네트워크 트루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일본과 무역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기존 서한에서 25% 관세율을 일본에 통보했는데, 이날 합의 소식을 전하면서는 상호관세율이 15%라고 했다. /소셔네트워크 트루스

이재명 정부가 한편으로는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면서도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운운하는 것은 전략 돌파라기보다 매우 구차한 시간벌기용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에 제조업 협력 강화를 제안하며 협상 진전을 노리고 있지만, 일본처럼 대규모 시장 개방과 투자를 약속하지 않는 한 이 구상이 실질적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낮다. 미국은 제조업 파트너십보다 당장의 관세 수익과 일자리 창출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미국은 고정밀 지도 데이터 외에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완화, 농식품 검역 등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 중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치권은 통신 3사를 앞세워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망 이용 규제법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국방·산업 보호를 이유로 일부 항목은 양보가 어렵지만, 이를 거부하면 미국이 상호 관세율 20% 대로 확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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