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식품사 10곳 이상 영업익 감소
삼양 등 해외 사업 호조 기업만 선방
살 길은 해외지만 미국관세 부과 변수

국내 주요 식품회사가 내수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2분기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원가 압박이 있어 가격을 잇달아 올렸지만 오히려 소비가 감소하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그나마 해외 사업이 호조를 나타내는 기업은 선방했지만 올해 하반기 본격화되는 미국 관세 부과 여파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롯데웰푸드, 빙그레, 오뚜기 등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그 외에도 식품기업 10곳 이상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삼양식품, 롯데칠성음료, 풀무원 등만이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식품업계 맏형격인 CJ제일제당은 자회사인 CJ대한통운을 제외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23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감소했다. 2분기 매출도 4조322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다. 핵심 사업인 식품 부문은 매출이 2조873억원으로 1%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34% 줄어든 901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식품 사업은 매출은 1조3185억원으로 5% 감소했다. 내수 소비 부진과 원재료비 상승이 맞물린 탓이다.
롯데웰푸드도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3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8% 급감했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를 비롯한 주요 원재료 가격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분기 매출은 1조643억원으로 1.9% 증가했다. 해외 법인 매출은 11.2% 증가했지만 국내 법인은 소비 둔화에 강우 일수가 증가한 영향으로 매출이 0.6% 감소했다.
대상은 연결기준 2분기 매출이 1조760억원으로 2.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08억원으로 8.1% 감소했다. 대상 관계자는 “내수 소비 부진에도 글로벌 식품 성장 및 원가 효율 운영을 통한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면서 "유럽의 중국산 라이신 반덤핑 관세 부과에 따라 라이신 판매 단가가 오르고 판매량이 늘었으며 스페셜티 판매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연결 기준 2분기 매출이 8677억원으로 0.8% 소폭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02억원으로 8.1% 감소했다. 오뚜기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90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6.8% 감소한 451억원을 기록했다. 두 기업 모두 판매관리비와 원료 원가 상승에 따라 매출원가율이 높아져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했다.
오리온은 연결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121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다. 매출은 7772억원으로 8.1% 증가했다. 빙그레는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68억원으로 40.3% 감소했다. 매출은 4096억원으로 0.5% 증가했다.
SPC삼립은 사고에 따른 공장 중단 여파에 따라 영업이익이 67% 급감했다. CJ프레시웨이, 매일유업 등도 2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수익성이 좋은 해외 사업 성장으로 영업이익이 성장한 곳도 있다. 삼양식품은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12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5531억원으로 30% 늘었다. 불닭볶음면의 인기로 해외 매출 비중이 거의 80% 수준으로 높아진 덕에 상반기 누적 매출은 1조원을 돌파했다.
롯데칠성음료는 해외 자회사의 실적 호조로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5% 증가한 624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매출은 1조87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 줄었다. 특히 내수 소비 부진에 국내 음료 부문과 주류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했다.
풀무원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6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1% 늘었다. 매출액도 8391억원으로 5.8% 증가했다. 풀무원은 국내 식품제조유통 부문이 신제품과 고수익 채널 전략을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봤다.

식품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환율·원자재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렸지만 소비 위축 속에 판촉비만 늘고 수익성 방어에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주요 식품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환율 상승과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잇따라 제품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당시 일각에서는 국정 공백기를 틈타 기업들이 가격 인상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내수 침체 장기화에 해외 시장 비중을 키우는 것이 식품업계 생존전략이 됐다. CJ제일제당은 하반기에도 일본 생산기지 구축과 글로벌전략제품(GSP)의 대형화 등을 통해 K-푸드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낸다. 대상도 신시장 확보와 현지 사업 다각화로 글로벌 식품 매출을 확대하고 천연 조미 소재 및 미세조류 등 고수익 바이오 제품 포트폴리오를 운영해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웰푸드는 3분기 핵심 제품인 빼빼로에 집중하고 고수익 껌 카테고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에서는 돼지바, 수박바, 죠스바를 생산해 출시하고 카자흐스탄에서는 제로 젤리와 쿠키를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웰푸드의 해외 매출 비중은 올해 상반기 29.5%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0%보다 높아졌다. 글로벌 매출은 지난해 1조원을 처음 돌파한 데 이어 2028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 14∼16%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미국 관세 부과 본격화가 변수로 꼽힌다. 관세로 인해 현지 판매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미국도 소비 심리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해외 시장 공략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제기된 관세 정책으로 유발될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미국 소비자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며 "미국에서 사업을 영위 중인 국내 업체들도 소비심리 둔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신규 침투 여력이 제한적인 업체들에 아쉬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한 시장 경쟁 탓에 프로모션 비용까지 증가하며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며 "향후 관세 충격으로 인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미국 가공식품 소비 둔화 및 수익성 악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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