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양, 장시간 초과근무 폐지·근무환경 개선
공장 자동화·인력 확충 통해 생산성·안전 강화
농심·오뚜기도 근무제 개편 검토하며 변화 동참

SPC삼립 시화공장 /연합뉴스
SPC삼립 시화공장 /연합뉴스

식품업계가 생산직 근무제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잇따른 공장 사망사고로 질타를 받은 SPC그룹이 장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한 데 따른 움직임으로 보인다.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에 이어 삼양식품 등 주요 식품기업들이 생산직 근로자를 위한 근로 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SPC그룹은 지난달 27일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열고 생산직 근로자들의 8시간 초과 야근을 없애는 등 사고 위험을 차단할 수 있도록 생산 구조를 전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인력 확충, 생산 품목과 생산량 조정, 라인 재편 등 전반적인 생산 구조를 전면 개편한다. SPC 계열사들은 각 실행 방안을 마련해 오는 10월 1일부터 전면 시행할 방침이다.

SPC는 앞서 공장 내 사망사고가 빈번했다.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지난 5월 50대 여성 근로자가 크림빵 생산 라인의 컨베이어에 윤활유를 뿌리는 일을 하다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2022년 10월에는 SPC그룹 다른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23년 8월 샤니 성남공장에서 잇달아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에 직접 참석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일주일에 나흘을 밤 7시부터 새벽 7시까지 풀로 12시간씩 일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며 SPC삼립 제빵공장의 장시간 근무를 포함한 업무 환경 문제를 질책했다.

SPC그룹 측은 이 대통령과 간담회에서 오는 2027년까지 2조 2교대를 20%로 줄이는 것을 포함해 안전설비 확충과 위험 작업 자동화, 작업환경 개선, 장비 안전성 강화에 624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어 이틀 만에 8시간 초과 야근 폐지 등의 생산직 근로 체계 개편 시행 계획도 발표한 것이다.

SPC그룹은 필수 생산품을 제외하고 야간 작업을 최대한 줄이며, 공장 운영 시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서서히 줄여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안전사고 위험을 미리 방지할 방침이다. 아울러 근무제 개편이 원활히 안착하도록 노조와 꾸준히 협의하고, 전환기에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교육과 매뉴얼 정비도 병행할 예정이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연합뉴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연합뉴스

전 세계에 ‘불닭’ 열풍을 일으킨 삼양식품도 근로 환경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전량 내수 생산해 수출하고 있는 삼양식품은 급증하는 수출 물량을 맞추기 위해 생산직 직원들의 장시간 야간 근무를 초래했다는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논란의 원인을 차단하기 위해 삼양식품은 밀양 2개 공장과 원주·익산 공장 등 4개 공장에서 특별연장근로를 폐지하기로 했다.

최근 노동자들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근로환경 변화에 따라 삼양식품은 현재 '2조 주야간 맞교대' 방식의 근무 형태도 개선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삼양식품 측은 "급여 문제 등으로 주야간 맞교대 근무를 원하는 직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모든 직원의 의견을 수렴해 현재 근무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앞서 밀양 2공장을 포함한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매달 초과근무 동의서를 받아 특별연장근로를 실시했으며, 주당 근무시간이 49시간 30분에서 최대 58시간을 넘는 2교대 근무제를 운영했다. 한 달 2~3회 토요일 근무까지 이어지면서 야간조는 주 5~6일 연속 밤샘 근무를 해야 했고, 직원들은 피로 누적과 건강권 침해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특별연장근로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별개 개념으로, 이를 시행해도 법 위반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의 수출액은 2015년 300억원에서 지난해 1조3359억원으로 10년 새 약 45배 늘었다. 생산 확대를 위해 신공장과 자동화 라인을 도입했고, 지난 6월 완공된 밀양 2공장은 연간 8억3000만 개의 라면을 생산한다. 당초 연말부터 특별연장근로를 중단할 계획이었으나 자동화 가동률이 예상보다 빨라 이달 9일부터 특별연장근로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농심과 오뚜기도 관련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2교대 체제를 운영하며 주 52시간제를 준수하고 있으나, 향후 노조가 요구하면 근무형태 조정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오뚜기는 주 52시간제를 기본 원칙으로 유지하면서도 필요 시 일부 라인에 한해 3교대 근무를 탄력적으로 적용해 근무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회사 측은 제조본부 차원에서 근무제 전반에 대한 다양한 개선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식품산업 전문가는 여성경제신문에 "최근 식품업계가 근무제 변화에 나선 까닭은 단순히 노동시간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생산성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흐름으로 판단된다”며 “자동화 설비 확충과 인력 운영 재편이 병행된다면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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