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업계, 지역 쌀 활용 신메뉴 출시
가루쌀·메디푸드 등 고부가 제품 개발
정부 수요기반 쌀 소비 정책과 연계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가 지난 5일 경기도 이천시청 다올실에서 ‘임금님표 이천쌀’ 상품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더벤티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가 지난 5일 경기도 이천시청 다올실에서 ‘임금님표 이천쌀’ 상품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더벤티

식음료업계가 쌀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소비 위축으로 남아도는 쌀 소비를 촉진하고자 각 지역 쌀을 활용한 메뉴와 가루쌀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가 쌀을 활용한 메뉴 개발을 위해 대표적인 쌀 생산 지역인 이천, 여주 등과 업무협약에 나서는가 하면, 식품업계에선 쌀 과잉생산을 해소하고자 정부가 육성한 가루쌀(분질미)을 활용해 쌀 가공식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쌀을 활용한 메디푸드 개발 사례도 눈에 띈다.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는 지난 5일 경기도 이천시청 다올실에서 ‘임금님표 이천쌀’ 상품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은 더벤티가 추구하는 지역 특산물 기반 차별화 메뉴 전략과 지역 쌀 소비 촉진 및 고부가가치 농산물 산업 육성을 추진하는 이천시 정책이 맞물리며 성사됐다는 설명이다. 더벤티와 이천시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이천쌀 활용 메뉴 판매, 이천쌀 소비 촉진을 위해 다양한 협력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메가MGC커피가 ‘대왕님 진상미’의 고장인 경기도 여주시와 손잡고 지역 상생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여주시와의 MOU를 통해 메가MGC커피는 여주의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대왕님표 여주쌀’의 인지도 확대에 협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 가을 시즌 한정으로 여주쌀로 만든 누룽지를 넣은 ‘누룽누룽 바삭 프라페’와 여주쌀을 활용한 매콤한 비빔밥을 채운 ‘매콤 비빔주먹빵’ 등 여주쌀을 활용한 신메뉴 2종을 출시하고, 전국 3800여 개 매장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각적인 홍보 활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하림 사골쌀라면 /하림
하림 사골쌀라면 /하림

하림은 깊고 진한 사골 국물에 쫄깃한 가루쌀 면을 더한 신제품 ‘사골 쌀라면’을 출시했다. 가루쌀은 일반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제분할 수 있어 수분 흡수율이 높고, 쫄깃하면서도 촉촉한 식감이 뛰어나다. 하림은 이러한 가루쌀의 특성을 활용한 세심한 배합비율로 기존 라면 면발과 차별화된 쌀면을 구현했다. 여기에 사골을 진하게 고아낸 국물에 대파 등 건더기를 더해 고기 국물 특유의 진한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이번 신제품은 농림축산식품부의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루쌀 제품화 패키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하림산업의 세 번째 가루쌀 기반 제품으로, 앞서 ‘닭육수 쌀라면’, ‘마라쌀볶음면’도 선보인 바 있다.

현대그린푸드 그리팅_메디푸드를 활용해 식사하고 있는 모습
현대그린푸드의 그리팅 메디푸드를 활용해 식사하고 있는 모습 /현대그린푸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인 현대그린푸드는 국산 쌀을 활용한 메디푸드 개발에 나섰다. 현대그린푸드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인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 주관하는 ‘쌀 소재 기반 메디푸드 제조기술 개발’ 정부과제를 수주해, 향후 3년간 국산 쌀을 활용한 메디푸드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혈당지수가 높은 쌀의 저항전분 함량을 높여 섭취 시 혈당을 천천히 오르게 하는 새로운 가공기술을 개발해, 쌀 활용이 드물었던 메디푸드 영역에서 국산 쌀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메디푸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라 질환별 영양 요구 특성에 맞춰 영양성분을 조절한 특수의료용도식품으로, 현재까지 당뇨식단, 고혈압식단, 암환자식단, 신장질환식단 등이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특히 메디푸드 중에서도 가장 수요가 많은 ‘당뇨식단’을 우선적으로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다. 당뇨식단은 열량(500~800kcal), 단백질(18g 이상), 나트륨(1350mg 이하), 단당류·이당류 유래 열량(총 열량의 10% 미만) 등 식약처의 까다로운 제조 기준에 맞춰 생산해야 한다. 현대그린푸드는 축적된 케어푸드 제조 역량을 총동원해 저항전분을 높인 쌀을 활용한 밥과 빵 제조 기술을 우선 개발하고, 이르면 내년 초 쌀을 활용한 당뇨식단 시제품을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이번 정부과제를 통해 국산 쌀을 활용한 메디푸드를 내놓은 뒤, 향후 단체급식 사업장에서도 쌀 활용 당뇨식단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가공식품과 식음료 메뉴에 쌀을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은 2000년 93.6㎏에서 2024년 55.8㎏으로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쌀 초과 생산량은 연평균 20만t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식습관 변화로 인해 쌀 소비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쌀이 남아돌게 된 것이다.

정부는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매년 쌀을 시장에서 격리하거나 매입하는 조치를 반복해 왔으며, 최근 4년간 이로 인해 들어간 예산만 2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쌀 시장이 지속적인 공급 과잉 상태에 놓이자 정부는 이제 수요 중심의 대책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한 일환으로 정부가 앞장서 식품기업의 쌀을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도 유도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앞으로도 국산 쌀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통해 국내 농산물 소비 확대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이는 정부의 쌀 소비 촉진 정책과도 방향을 같이하는 것으로 우리 역시 이에 발맞춰 국산 농산물 활용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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