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우 주도 신사업, 실적 부진
삼양애니·헬스케어 매출 미미
경영 승계 명분에도 부담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CSO) /삼양식품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CSO) /삼양식품

‘불닭 신화’를 이어가는 삼양식품이 신사업에선 성과가 지지부진하다. ‘불닭볶음면’ 하나로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대표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하며 황제주에 등극했지만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후속작과 사업 다각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콘텐츠부터 헬스케어·라면 후속작 등 다각도의 도전이 이어졌고, 이는 모두 삼양식품 오너 3세인 전병우 상무가 주도한 사업이다. 하지만 신사업들의 매출 기여도가 미미하고 적자도 지속되고 있어 오너 3세의 경영 능력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시각이 많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지난해 전병우 상무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하며 승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94년생인 전 상무는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아들이다. 2019년부터 경영수업 차원에서 해외 수출·마케팅 실무 경험과 불닭 수출 전략회의 등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전 상무의 첫 작품인 삼양애니는 지금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 상무가 2021년 12월 말 직접 설립·대표를 맡은 콘텐츠 계열사 삼양애니는 2022년 첫해 매출 15억원, 순손실 7억원을 내고, 2023년에는 매출 39억원, 당기순손실 6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현지 법인까지 세워 K-푸드와 캐릭터를 결합한 융합 모델을 내세웠지만, 실제 사업성과는 부진하다는 평가다. 결국 지난해 3월 전병우 상무는 삼양애니 대표이사를 사임했다. 승계 국면에서 실적 부진 계열사의 대표직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결국 자리에서 손을 뗀 것으로 보인다.

이어 삼양애니의 사업 영역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삼양애니는 올해 3월 건강기능식품유통전문판매업 신고를 완료했다. 건강기능식품유통전문판매업은 건강기능식품전문제조업자에게 의뢰해 제조한 건강기능식품을 자신의 상표로 유통·판매하는 업을 말한다. 이미 삼양식품이 지난해 10월 식물성 헬스케어 브랜드 ‘잭앤펄스’를 론칭해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뛰어든 상황에서 양사의 사업영역이 겹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다가 당초 지식재산권(IP) 사업을 기반으로 시작한 회사가 건기식까지 손을 뻗으면서, 비(非)식품 부문 다각화 전략이 오히려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전 상무가 미래 먹거리로 꼽은 헬스케어·뉴트리션 사업 역시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24년 식물성 단백질 브랜드로 론칭한 ‘잭앤펄스’는 매출 규모가 전체의 한 자릿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지난 7월 잭앤펄스를 ‘펄스랩((Pulse Lab)’으로 변경하고 콩과 식물성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식품으로 영역을 축소했다. 기존에 잭앤펄스에서 선보이던 단백질 음료와 에너지 비타민 등은 건강기능식품 라인업에서 빼고 ‘선택과 집중’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헬스케어 BU 역시 뚜렷한 수익 모델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헬스케어를 포함한 뉴트리션 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26억원으로 전년 36억원에서 26.6% 줄었다. 전체 매출 비중 역시 0.3%에서 0.1%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 매출이 6억7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늘었지만, 워낙 작은 규모 탓에 뚜렷한 성장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라면 후속작도 시장 반응이 냉담하다. 불닭의 뒤를 이을 전략 제품으로 전 상무가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총괄한 ‘맵탱’ 라면은 출시 초기 화제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매출이 기대치를 밑돌며 성장세가 둔화됐다. 지난해 8월 출시한 맵탱 시리즈 3종의 8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4% 감소했다. 또 다른 편의점들도 같은 기간 각각 매출이 15%, 12.8% 줄었다. 공격적 프로모션에도 소비자 충성도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전 상무는 현재 헬스케어BU장, 미토믹스 연구소장, 리서치센터장,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등 그룹 내에서 4개의 직책을 겸임하고 있을 만큼 책임감이 막중하다. 지난 2023년 9월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비전선포식에서 헬스케어 사업 전략을 발표하며 공식 경영 활동을 본격화한 그는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다양한 신사업 실험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모두 경영 승계를 위한 ‘실적 쌓기’ 사업일 뿐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며 회사 성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은 불닭 수출 호조 덕에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전병우 상무가 이끄는 신사업의 성패가 향후 회사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력 사업이 압도적으로 견고한 상황에서 3세가 이끄는 신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경영 승계 명분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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