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 종료 앞두고 막판 마케팅 총력
車 업계 EV 올인 목표 잇따라 철회
내연차·하이브리드 투자 확대 기조
"저가 전기차·LFP 배터리 전환 필요"

미국 IRA 세액 공제 종료를 앞두고 테슬라는 미국 홈페이지 첫 화면에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재고 부족"이라는 문구를 띄었다. /테슬라 미국 공식 홈페이지 캡처
미국 IRA 세액 공제 종료를 앞두고 테슬라는 미국 홈페이지 첫 화면에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재고 부족"이라는 문구를 띄었다. /테슬라 미국 공식 홈페이지 캡처

미국 전기차 시장이 오는 10월 세액 공제 종료를 앞두고 막판 반짝 효과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부터는 전기차 수요 급감과 투자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18일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13만1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2월(13만6000대)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으로 전체 승용차 판매 비중은 사상 최고치인 9.1%를 기록했다.

판매 급증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세액공제를 오는 9월 30일까지만 유지하겠다고 밝힌 데 있다. 당초 2032년까지 지속될 예정이던 혜택이 7년이나 조기 종료되는 셈이다.

혜택 종료를 앞두고 제조사들은 일제히 '막판 마케팅'에 돌입했다. 테슬라는 홈페이지 첫 화면에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재고 부족"이라는 문구를 띄웠고 리비안은 "7500달러 크레딧이 사라지기 전에 구매하라"며 판촉에 나섰다. 포드도 9월 말까지 일부 모델 구매 고객에 가정용 충전기를 무료 설치해주고 있다.

보조금 종료 이후 시장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7월 미국 전기차 평균 가격은 약 5만5689달러(약 7738만원), 내연기관차는 약 4만8078달러(약 6680만원)으로 집계됐다. 세액공제 최대액이 7500달러(약 1033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혜택이 사라질 경우 가격 격차는 1000만원 가까이 벌어진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올인 전략을 서둘러 수정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30년까지 전 차종 전기차 전환" 목표를 철회하고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병행 전략을 선언했다. BMW 미니(MINI) 역시 북미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생산을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전경.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엘라벨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전경. /연합뉴스

현대차그룹 역시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일부 라인을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전환하고 내년 말까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생산할 계획이다. 제네시스 역시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당초 IRA 규정상 한국에서 수출되는 차량은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현대차는 리스·렌트 등 우회시장을 통해 세액공제 혜택을 간접적으로 받아왔다. 이에 지난달 현대차 미국 판매량은 8431대로 전년 동월 대비 50% 급증했다. 랜디파커 현대차 북미법인 사장은 "리스와 렌트 프로그램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보조금 혜택을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한 점이 판매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현대차기아가 장기적으로 '저가형 전기차'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차·하이브리드차와 맞붙는 동시에 저가 전기차 수요가 높은 유럽시장까지 공략이 가능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벌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드는 지난 11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공장에서 중형 전기 픽업트럭과 크로스오버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 출시 계획을 밝혔다. 새로 개발한 범용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해 생산 단가를 낮췄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E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LEP 배터리를 탑재한 엔트리급 전기차 '볼트'를 3만 달러대 가격으로 재출시할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IRA 세액공제가 종료되는 9월 말까지는 전기차 판매가 활발하지만 이후에는 시장이 사실상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며 "판매량이 30~40%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현대차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전기차 생산 물량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 없이 전기차 경쟁력을 갖추려면 저가형 전기차와 LEP 배터리 활용이 불가피하다"라며 "중국산을 배제해야 하는 만큼 국내 배터리 업계의 빠른 대응이 전기차 경쟁력 확보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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