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관세 부과 시 K-푸드 수출 제약
국내 생산 비중 큰 수출 기업 타격
현지 생산시설 구축·마진 축소 고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시한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8월 1일)을 앞두고 국내 식품업계가 긴장 태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는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가운데 미국으로 라면이나 소스류 등 가공식품을 수출하는 K-푸드 기업들은 수출 단가 상승과 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3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K-컬처 열풍을 타고 대표적인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오른 라면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1조원 규모가 해외로 수출됐다. 이 중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해 관세가 실제 부과될 경우 직격탄이 예상된다. 

이미 고환율로 인해 해외 시장에서 판매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추가적인 관세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현지 소비자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삼양식품, 대상 등 국내 생산해 수출하는 비중이 큰 식품기업들은 상호관세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불닭볶음면의 인기로 글로벌 기업의 위치에 올라선 삼양식품은 해외 시장 공략과 관세 이슈 등의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 매출이 1조3359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지난해 삼양식품 미국 법인 매출 비중은 22.2%다. 특히 삼양식품은 전량 국내 생산해 수출한다.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이 없기 때문에 관세 대책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삼양식품은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우려하며 마진을 줄이는 방안도 고민해 왔다. 삼양식품의 대표 제품인 불닭볶음면의 미국 판매 가격은 봉지 당 1.5달러 정도로 책정된다. 

‘종가’ 브랜드로 김치 수출 1위를 차지하는 대상도 관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상은 미국 LA 현지에서 김치 물량 일부를 생산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비중이 2배 더 높다. 대상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2000억원에 달한다. 대상 측은 우선 현지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고 수출 다변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여러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미국 현지 공장을 두고 있는 CJ제일제당, 농심, 풀무원 등은 상대적으로 관세 부담이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 인수를 통해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또한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미국 사우스다코다 주에 7000억원이 투자되는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농심 역시 캘리포니아 제2공장 등 미국 현지 공장을 갖추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수출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제품별 수출 단가 재조정이나 유통채널 다변화가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 확대나 관세 회피 가능한 제3국 우회 수출 전략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북미 시장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가격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지화 전략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장류나 조미료 제조업체들처럼 미국산 원재료를 수입해 쓰는 기업들은 이번 조치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산 옥수수, 대두, 밀 등 곡물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미국이 주도하던 곡물 공급 체계가 흔들리면서 브라질 등 남미 국가의 수출이 늘고 미국산 곡물 수출은 관세 부담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다양해지고 남는 물량도 많아져 옥수수와 대두 같은 곡물 가격이 떨어지거나 안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3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인상을 경고한 이후 옥수수와 콩 등 국제 곡물 가격은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장류·조미료·식용유 업계는 수입 원가 하락 시 수익성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가 절감이 제품 가격에 일정 부분 반영되면 국내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의 통상 마찰 속에서 업종별로 명암이 갈리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으며, 수출 중심 기업은 부담이 커지고, 수입 중심 기업은 원가 개선 기회를 얻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관세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수출 시장의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한국의 농식품 수출은 미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에 절반 이상을 의존하고 있어, 특정 국가의 정치·경제적 변화나 기후 변수에 따라 공급망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식품산업 전문가는 “수출국이 지나치게 제한돼 있어 예상치 못한 외부 요인에 따라 수출이 불안정해질 위험이 크다”며 “다양한 국가와 지역으로 수출처를 넓히고, 시장을 분산시켜야만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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