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내년 치폴레 1호점 출점 준비
쉐이크쉑 실적 부진·에그슬럿 철수
고가·운영비 부담에 수익성 미지수 
멕시칸 음식 대중화 미흡도 변수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과 치폴레 미국 매장 /여성경제신문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과 치폴레 미국 매장 /여성경제신문

국내 외식·식품 기업 SPC그룹이 미국의 인기 멕시칸 패스트캐주얼 브랜드 ‘치폴레’(Chipotle Mexican Grill)를 한국에 들여올 준비에 나서면서 업계 이목이 쏠린다. 다만 SPC의 외식 사업 부문이 수익성 감소, 브랜드 철수 등으로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이번 신규 외식사업 역시 성공 여부에 대해 의문 부호가 따라 붙는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이 내년 상반기 서울 주요 상권에 치폴레 1호점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도입은 SPC의 외식 전문 계열사인 빅바이트컴퍼니가 맡을 예정이며, 치폴레 본사와의 계약 방식은 라이선스 체결이나 합작법인(JV) 설립 등 다양한 형태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바이트컴퍼니는 SPC그룹 오너가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이 이끄는 쉐이크쉑 운영사다. 

치폴레는 1993년 미국에서 시작해 주문 즉시 조리하는 ‘메이드 투 오더’ 방식과 신선한 재료, 맞춤형 메뉴로 폭발적 인기를 얻은 브랜드다. 주요 메뉴는 멕시코 음식 기반의 부리토, 타코, 볼 등으로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써브웨이와 같이 소비자가 샐러드, 고기류, 콩류, 치즈 등 토핑을 직접 고를 수 있다. 미국에만 약 33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럽 등 타 지역까지 합치면 총 3800여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치폴레가 한국에 들어오면 아시아 지역 첫 매장이 된다.

치폴레 국내 도입은 허희수 부사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허 부사장의 해외 외식 브랜드 한국 론칭 시도는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쉐이크쉑, 에그슬럿 등의 국내 도입을 진두지휘 했다. 

허 부사장이 2016년 국내 도입을 주도했던 쉐이크쉑은 국내 프리미엄 버거 시장을 개척하며 론칭 초기에는 성공적인 실적을 냈다. 2016년 서울 강남 1호점 오픈 이후 2017년 기준에는 영업이익 3189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자 SPC그룹은 외식사업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신규 법인 빅바이트컴퍼니를 설립했다. 

당초 쉐이크쉑 사업부는 SPC그룹의 베이커리 및 카페 사업을 해오던 파리크라상 내에 있던 것이었으나 2023년 12월 1일 쉐이크쉑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외식 전문 자회사 빅바이트컴퍼니로 분리했다. 2024년 8월 31일 모회사로부터 직영점 및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잠바주스 사업부도 취득했다.

다만 최근 성과는 다소 지지부진하다. 2024년 기준 빅바이트컴퍼니 매출액 1065억원을 냈으나, 영업손실 19억원을 냈다. 빅바이트컴퍼니의 매출 중 약 70% 이상(약 738억원)이 판매관리비로 지출됐고, 그 중 임차료가 약 116억원을 차지하는 등 운영비 비중이 매우 높았다.

실적 부진은 외형 확장에 집중한 출점 전략이 원인으로 꼽힌다. 쉐이크쉑 매장은 당초 2025년까지 국내 25개 매장 개점을 목표로 삼았으나 올해에만 부산기장점, 성수점, 인천공항점 등 3개 점포를 오픈하면서 총 30개 매장을 확보하게 됐다. 공격적인 출점은 단기 매출 증가에는 유리하지만, 수익성 확보에는 실패한 모습이다.

허 부사장이 2020년 국내에 들여온 미국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은 초기 화제와 관심을 모았지만, 고가 전략과 임차료·원가 부담, 제한적인 메뉴 구성 등으로 수요 창출에 실패하며 지난해 말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어 리브랜딩을 단행한 잠바주스도 2023년 29개에서 올해 9월 기준 33개로 매장 수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치며, 국내 시장 안착에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허 부사장이 이전에 국내에 도입한 해외 브랜드들의 사례를 고려할 때, 치폴레 역시 고가 전략과 운영비 부담, 현지화 전략 부재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기 화제성만으로는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SPC의 치폴레 국내 안착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치폴레의 DIY 방식과 건강식 재료 등은 MZ세대 수요에 적합할 순 있으나 최근 외식 시장 전반이 원가 부담과 고정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치폴레는 현지에서도 중가 이상의 포지션을 유지하는 브랜드로, 국내 도입 시 가격대가 한 끼에 1만5000원 안팎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외식 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미지수다. 또한 멕시칸 음식 시장이 국내에선 아직 대중화되지 않고 여전히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SPC가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등 글로벌 브랜드 경험이 많지만, 멕시칸 음식은 한국 시장에서 아직 대중성이 부족하다”며 “트렌드와 마케팅이 맞물리지 않으면 ‘두 번째 쉐이크쉑’이 될지, 조기 철수 브랜드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허 부사장이 국내 도입을 주도한 해외 브랜드들은 초기 화제성을 모았지만, 에그슬럿과 잠바주스는 수익성 확보에 실패했고, 쉐이크쉑은 최근 적자로 돌아서며 지속 성장의 한계를 드러냈다”며 “이러한 흐름은 치폴레 국내 안착 여부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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