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영업익, 농심 제치고 1위
삼양 시가총액, 농심의 4배 수준
농심 수출 전용 공장, 삼양 밀양 2공장
해외 수출 대응·현지 마케팅 박차

중국 광저우 대학교에서 실시한 농심 캠퍼스 팝업스토어 /농심
중국 광저우 대학교에서 실시한 농심 캠퍼스 팝업스토어 /농심

농심과 삼양식품이 라면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핵심 승부처로 떠오르며 해외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라면 시장은 인구 감소와 소비 트렌드 변화로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 시장 개척이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해외 시장에서 K-라면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공장을 짓고 현지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주요 라면 업체 중 매출로 보면 1위는 농심이다. 하지만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지난해 삼양식품이 1위를 차지하며 농심을 제쳤다. 

지난해 농심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0.8% 증가한 3조4387억원, 삼양식품의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44.9% 증가한 1조728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삼양식품의 작년 영업이익은 3442억원으로 전년보다 133% 늘며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농심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3.1% 감소한 1631억원으로 삼양식품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시가총액도 삼양식품이 농심의 4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삼양식품의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9조7025억원이고, 농심은 2조4057억원이다.

삼양식품이 농심을 제칠 수 있었던 건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이 주요했다. 지난해 삼양식품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65.1% 증가한 1조335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77.3%로, 전년(67.8%) 대비 성장했다. 반면 농심의 작년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4.2% 증가한 1조3037억원으로 삼양식품보다 다소 뒤쳐졌다. 작년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 비중은 37.9%였다.

양사는 치열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점유율 확보 여부가 기업 가치와 성장성에 직결될 것으로 판단한 모양새다.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으로 해외 실적을 빠르게 키우는 상황에서 농심이 수출 전용 공장을 건설해 대응하고 있다. 또한 신라면 툼바를 해외 공략 제품으로 내세워 현지 소비자와의 접점을 높이고 있다.

농심은 부산 녹산공장 부지에 연면적 약 4만8100㎡ 규모의 수출 전용공장을 신설해 2026년 하반기 완공할 계획이다. 공장 완공 후 3개 라인을 우선 가동해 연간 5억개의 라면을 생산하며, 기존 부산·구미공장 생산량과 합쳐 총 12억개 수준으로 수출용 라면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방침이다. 농심은 향후 해외 매출 성장세에 따라 최대 8개 라인까지 증설, 생산능력을 현재 대비 3배까지 확대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0% 이상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농심은 해외 현지에도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1·2공장과 중국 소재 2개 공장에서도 라면 제품을 생산 중이다. 농심은 지난 3월부터 중국 현지에서 신라면 툼바 생산을 시작하고, 채널별 맞춤 전략을 통해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법인 ‘농심 유럽’을 설립했다. 라면시장 성장 잠재력을 갖춘 남아메리카, 서남아시아 시장 집중 공략에도 녹산 수출공장이 힘을 보탤 예정이다.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농심은 페루 마추픽추, 일본 하라주쿠에서 글로벌 농심 라면 체험공간인 ‘신라면 분식’을 오픈했다. 중국 현지에선 지난 5월부터 약 1개월 간 중국 6개 대학교에서 캠퍼스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삼양식품도 해외에서 늘어나는 수요를 대응하기 위해 생산기지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최근 밀양2공장 준공했다. 모든 수출 물량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삼양식품은 2022년 5월 밀양1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2공장을 통해 글로벌 수출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봉지면 3라인, 용기면 3라인 등 6개의 생산라인을 갖춘 밀양 제2공장이 본격 가동하면 연간 8억3000만 개에 달하는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에 따라 삼양식품의 연간 최대 불닭면류 생산량은 기존 20억8000만 개(원주, 익산, 밀양 1공장)에서 약 28억개로 늘어난다.

내년에는 첫 해외 생산기지인 중국 공장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수출 중심 구조를 넘어 현지 생산·공급 체제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삼양식품 ‘맵’ 말레이시아 팝업스토어 /삼양식품
삼양식품 ‘맵’ 말레이시아 팝업스토어 /삼양식품

또한 불닭볶음면에 한정됐던 브랜드 인지도를 ‘맵’, ‘탱글’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를 통해 넓혀나가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2월 태국, 올해 2월 일본에 이어 지난 5월 말레이시아에 글로블 브랜드 ‘맵’을 공식 론칭하며, 본격적으로 현지 국물라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어 글로벌 파스타 브랜드 탱글의 글로벌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다. 일본에서 현지 맞춤형으로 개발한 ‘탱글 갈릭쉬림프파스타’를 선보이는가 하면, 이외에도 중국, 유럽, 호주 지역 수출을 시작해 현지 유통채널 입점을 진행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 수출도 준비 중이다.

결국 라면 업계는 국내 시장 한계와 K-푸드 열풍이라는 기회 요인, 그리고 치열해진 경쟁 환경 속에서 지속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다양한 국가로 진출해 수익성 다변화에 나서며 점유율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해외 시장은 상대적으로 고마진 시장인 경우가 많고, 환율 효과 등으로 영업이익 개선 효과도 기대가 가능하다”며 “특히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은 시장 잠재력이 크고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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