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 인공지능 = 대인간 사기극
API 노출은 외부 침입으로 경계하며
내수 포화해도 신종 LLM 자랑 몰입
돈 안 되는 디지털 감시 체제는 가능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5년 세계 인공지능 콘퍼런스 행사 안내 포스터. / WAIC 홈페이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5년 세계 인공지능 콘퍼런스 행사 안내 포스터. / WAIC 홈페이지

중국이 다시금 인공지능(AI) 궐기를 외쳤다. 허깅페이스에 래핑 모델이 몇 건 소개되니 서방의 빅테크를 이긴 듯한 착각에 빠진 모양이다. 화웨이, 센스타임,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까지 총동원된 '자립 전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AI 관련 행정 명령에 맞춰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콘퍼런스(WAIC)에서 구체화됐다.

30일 모건스탠리 등에 따르면 중국의 AI 핵심 산업이 2030년까지 1400억 달러, 연관 생태계까지 포함하면 최대 1.4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가 성립하려면 필수적으로 API 개방, 시장 기반 수익화가 전제돼야 한다. 미국의 고성능 칩 규제 속에서 이뤄낸 중국의 기술적 성취는 일정한 의미는 있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빠르게 발전하더라도 검열과 통제가 우선하는 시스템에서는 상업적 확산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자국산 대형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도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거의 개방하지 않는다. 다름 아닌 국가 차원의 통제 전략 때문이다. 외부에 API를 열어주는 순간 외국인이 프롬프트로 접속해 금기어를 테스트할 수 있고 이는 곧 사상 검열 시스템이 무너지는 순간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인공지능 시대 황금 광맥으로 불리는 API는 중국 정부 입장에선 '보안 리스크'다. ※관련 기사 : '황금 광맥' 토큰 단가 낮추는 샘 올트먼···AI 기축통화 거머쥐나

중국 당국은 AI를 군사·산업·사상 통제를 모두 포함하는 전략 자산으로 분류하며 공개 API는 누가 언제 접속해 어떤 질의를 던질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백도어(Back Door)로 간주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AI를 사용하는 모든 주체에게 실명 인증, 대화 로그 저장, 사전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API 공개는 방어막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통제 불능의 창구로 간주된다. 중국의 AI 전략이 애초에 '토크나이징 수익'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

반면 미국은 사용량 기반의 수익화를 통해 인공지능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주요 기업들은 모델 API를 외부에 개방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통해 학습 효율과 상용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이는 시장 경쟁을 기반으로 실사용→수익→재투자의 선순환이 작동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전략과는 근본적으로 정반대다.

중국 정부가 이번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오픈소스 개방'을 강조한 것이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 이유다. 중국의 오픈소스 AI는 대부분 메타의 라마(LLaMA)나 TII의 팔콘(Falcon) 등 기존 공개 모델을 단순 래핑하거나 경량화한 파생 모델에 불과하다. 정작 중요한 아키텍처와 프리트레인 데이터는 비공개다. 라이선스에도 상업적 사용 제한 조건이 붙는다. 그럼에도 '개방'을 내세운 이유는 미국식 빅테크 중심 생태계를 '폐쇄적 독점' 프레임으로 몰아세우려는 전술의 일환이다.

이재명 정부의 소버린 정책도 마찬가지로 국내 정치용 수사에 가깝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고위관리회의(SOM) 연계로 개최한 'AI와 통상 민관 정책대화'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네이버·메가존클라우드·SK텔레콤·KT 등을 참석시켜 '글로벌 거버넌스'란 표어를 내걸지만 실제로는 개방된 API나 투명한 데이터 공유 없이 중국과 한국의 행정 자동화 사례를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025년 기준 중국 LLM 기업 다수는 API 비개방, 상업화 실패, 고통제 구조에 갇혀 있어 생존 기반이 심각하게 취약하다. 특히 딥시크, 지푸(Zhipu), 센스타임, iFLYTEK 등은 기술 외형과 발표는 화려하지만 수익 모델이 없고 정부 의존도가 높아 사실상 ‘붕괴 대기 상태’에 가깝다. 문샷(Moonshot)이나 큐원(Qwen)은 해외 API 테스트 개방 등으로 중간 수준의 유연성을 보이지만 글로벌 확장은 제한적이다. 결국 중국 LLM 생태계는 모델은 많지만 쓸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해설=이상헌 기자
2025년 기준 중국 LLM 기업 다수는 API 비개방, 상업화 실패, 고통제 구조에 갇혀 있어 생존 기반이 심각하게 취약하다. 특히 딥시크, 지푸(Zhipu), 센스타임, iFLYTEK 등은 기술 외형과 발표는 화려하지만 수익 모델이 없고 정부 의존도가 높아 사실상 ‘붕괴 대기 상태’에 가깝다. 문샷(Moonshot)이나 큐원(Qwen)은 해외 API 테스트 개방 등으로 중간 수준의 유연성을 보이지만 글로벌 확장은 제한적이다. 결국 중국 LLM 생태계는 모델은 많지만 쓸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해설=이상헌 기자

이러첨 중국이 API 개방을 '독 묻은 사과'로 보면서도 국제 AI 기구 설립을 주장하고 클라우드 기반의 '일대일로'(一带一路)를 추진하는 것은 집단지성 기반 인공지능이 가능하다는 환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검열된 언어모델, 차단된 API, 폐쇄형 클라우드를 통해서도 글로벌 협업이 가능하다고 믿지만 이는 마치 귀를 막고 합창단을 지휘하려는 행위나 다름없다.

집단지성 기반 AI는 요술램프가 아니다. 사람들이 많이 쓰고 질문을 많이 던진다고 해서 모델이 자동으로 똑똑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많은 사람이 아무 말이나 던지고 부정확한 정보나 왜곡된 질문을 반복하면 AI는 오류를 그대로 배운다. 즉 '오답을 반복 학습한 돈도 못 버는 모델'에 중국 인민들이 낸 세금으로 천문학적 전기비용만 쏟아붓는 꼴이 된다.

중국 내 클라우드의 수익 구조를 보면 더 분명해진다. 알리바바는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S Azure)처럼 API 호출·사용량 기반 과금이 아닌 정부 계약과 국유기업·공공기관 납품 계약 중심이다. 동남아로 확장해 덩치는 어마어마해 보여도 지정된 사용자만 접속 가능한 관제형이란 얘기다.

대형 AI 모델을 돌리는 데 필요한 물적 자원은 상상을 초월한다. 돈이 되지 않으면 그 어떤 초지능도 버티기 어렵다. 아무리 검열로 통제하고 국가가 인공지능을 ‘디지털 전체주의 기계’로 활용하더라도 운영비와 전기요금은 이념으로 지불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클라우드에서 태어난 AI는 팔리는 기술이 아닌 권력의 장식품으로 귀결된다.

예컨대 딥시크(DeepSeek)의 최신 2360억 파라미터 모델을 100만 쿼리 수준으로 운영한다면 하루 전력 비용만 수십만 달러 수준이다. 중국이 자랑하는 어센드(Ascend) 칩을 화웨이가 자체 공급해도 제조 단가 포함 전체 비용은 수천억 원대에 달한다. 최근 일부 중국 모델이 동남아·한국에 테스트 형태로 API를 개방하는 건 "내수로는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절박한 신호로 해석된다. 인공지능의 진화는 다양한 개발자, 창업자, 연구자 참여한 시장경제 내에서 이뤄진다. 서로간 API를 호출하며 피드백을 축적하고 이 결과로 새롭고 창의적인 에이전트가 등장한다.

중국의 원천기술이 아니란 점도 한계다. 미국 정보 당국(CISA, FBI 등)에 따르면 AI 기밀 탈취 상당수가 중국 연계된 사건으로 보고됐다. 특히 오픈AI, 구글 등에서 일하는 개발자 중 중국 국적 인력의 비율이 높아 모델 구조 및 학습 데이터가 유출되지 않을 것이란 장담을 못한다. 또 이런 방식으로 단기적으로는 선진 모델의 복제를 통해 일정 수준의 기능을 구현할 수는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AGI(범용 인공지능) 수준의 창발적 사고, 다중 모달 융합, 자체 프레임워크 설계로 진화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CAICT)이 주장하는 'AI 모델 1500종', 'AI 기업 5100곳', '유니콘 71곳'은 외형적으로는 거대해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중복된 래핑 모델, 연구소 산하 명의 등록 업체에 불과하다. 기존 공개 모델을 약간 수정하거나 경량화한 파생(예를 들면 Qwen-7B → Qwen-7B-Chat → Qwen-7B-Int4 → Qwen-7B-v2) 모델도 별도로 집계된다.

즉 전세계 AI 모델 40%가 중국산이란 수치 역시 '통계적 허상'에 가깝다. 외부 수요 기반의 API 수익화 구조도 부재하고 글로벌 경쟁력 있는 고유 아키텍처나 독립 생태계도 없다. 특히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있는 기업은 5%도 안 될 것으로 추정된다. 빅테크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기술을 비공식 경로로 확보하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중국 AI는 결코 독립적 진화가 불가능한 모방 생태계에 갇히게 된다"며 "진짜 개방은 API를 열고 사용자가 피드백을 보내고, 그 결과로 모델이 진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이미지는 중국 LLM 진영의 딥시크(DeepSeek)가 중국의 AI 검열을 폭로하는 논문에 대해 자동 차단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고 자백한 것이다. 겉으로는 오픈소스를 강조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권력에 불편한 내용을 제거하는 알고리즘적 검열이 상시 작동 중임을 드러낸다. /해설= 이상헌 기자
해당 이미지는 중국 LLM 진영의 딥시크(DeepSeek)가 중국의 AI 검열을 폭로하는 논문에 대해 자동 차단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고 자백한 것이다. 겉으로는 오픈소스를 강조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권력에 불편한 내용을 제거하는 알고리즘적 검열이 상시 작동 중임을 드러낸다. /해설= 이상헌 기자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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