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으로 H20 대중 수출 승인
젠슨 황, 中 판매 재개 위해 총력전 펼쳐
중국 겨냥 신제품 'RTX Pro'도 출시 예고
"中이 진짜 원하는 건 H100 같은 첨단칩"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H20의 대중 수출을 승인했다. /로이터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H20의 대중 수출을 승인했다. /로이터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H20의 대중 수출을 승인했다.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미·중 무역 협상에서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 통제 해제와 맞바꾼 조치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미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입이 이뤄지고 있어 실질적 변화는 크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8일 중국중앙TV(CCTV)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정부의 승인으로 H20을 출하할 수 있게 됐다"라며 "이제 중국 시장에 H20을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6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미·중 무역 협상에서 중국이 희토류 자석 수출 통제를 해제한 데 따른 '맞교환' 성격이 짙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15일 CNBC 인터뷰에서 "중국과 자석 관련 합의를 하면서 중국에 칩을 다시 팔기 시작했다"라며 "중국 개발자들이 미국 기술에 중독되게 하겠다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당초 바이든 행정부의 고사양 AI 반도체 수출 금지 조치 이후 성능을 낮춘 H20 칩을 제작해 중국에 공급해 왔다. 하지만 작년 말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이마저도 불허하자 중국은 희토류 자석의 대미 수출을 통제하며 대응에 나선 바 있다.

16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 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 개막식에 연사로 참석했다. /AFP
16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 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 개막식에 연사로 참석했다. /AFP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중국 국제공급망촉진박람회 개막식에 연사로 참석했다. 이날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가죽 재킷 대신 청나라 전통 복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당복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중국 현지 언론은 이를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이자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반영한 행보"로 평가했다.

H20 수출 중단은 엔비디아의 실적에도 큰 타격을 줬다. 회계연도 기준 1분기 실적에는 약 55억 달러(약 7조6300억원) 규모의 H20 재고 상각이 반영됐으며 2분기에도 약 80억 달러(약 11조1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 바 있다. 이번 수출 재개로 중국 AI 칩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일정 부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 CEO는 H20 판매 재개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젠슨 황 CEO는 H20 판매 재개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젠슨 황 CEO는 H20 판매 재개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에 따르면 그는 미국 워싱턴에서 정책 입안자들과 만나 미국 내 일자리 창출, AI 인프라 및 제조 경쟁력 강화, AI 분야 미국의 주도권 확보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도 정부 및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AI를 통한 생산성 제고 방안을 논의했으며 중국 고객들에게는 "미국 정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미리 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H20 공급 재개와 함께 중국 전용 신제품 'B40'(RTX Pro)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기존 블랙웰 RTX Pro 6000 프로세서를 수정한 모델로 미국의 수출 통제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속 데이터 전송 기술 NVLink 등이 제거됐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엔비디아 H20 수출 허가가 희토류 공급 재개를 위한 큰 양보처럼 보이지만 실효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중국은 이미 싱가포르 등 제3국을 통해 H20을 포함한 고급 AI 칩을 우회 수입해 왔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라며 "이번 조치로 수입이 다소 쉬워졌을 뿐 중국 AI 산업에 날개를 달아줄 결정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국은 서부 지역 30여 곳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인 만큼 H20 수출 완화는 분명한 호재지만 정작 중국이 필요로하는 건 H100과 H200 같은 최첨단 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월 딥시크에 엔비디아 칩을 공급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과 관련해 싱가포리안 2명과 중국 국적 1명이 사기 혐의로 기소 중이다. 해당 사건은 AI 반도체 밀반출 의혹과 연관돼 있으며 오는 8월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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