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블루포인트 보고서 협력 강조
듀얼 트랙이지만 구조 단일 방향
독립은 비효율 암시···통합 촉구
韓엔 LLM 끝까지 만져본 손 없어

오픈AI가 한국 정부에 제출한 ‘AI 블루포인트 보고서’의 핵심은 자립이 아니라 기준 통합이다. 외면적으로는 ‘듀얼 트랙’을 제시했지만, 구조는 단일 방향으로 고정됐다. 글로벌 프런티어 지위를 인정하고, 파운데이션 모델 포기를 권유하는 기술 문서였다.
23일 빅테크 업계와 엔지니어들에 따르면, 오픈AI가 공개한 ‘AI in South Korea: Economic Blueprint’는 듀얼 트랙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그러나 보고서의 청사진은 자립보다는 기준의 일원화에 가까웠다. “독립은 비효율이며, 통합이 곧 생존”이라는 메시지가 깔려 있었다.
‘듀얼 트랙’의 의미는 한국이 자국 중심 AI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글로벌 협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보고서의 첫 문장부터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프런티어 AI 기업과 협력해야 한다”는 제안은 사실상 통보에 가깝다.
이재명 정부가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라는 구호를 내부적으로 주장하더라도, 외부의 기준에 맞춰 움직이라는 신호다. 전국 곳곳에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GPU를 깔아도, 핵심 설계의 중심이 해외에 있다면 한국의 AI는 여전히 ‘호스트’일 뿐이다.
더 나아가 보고서는 한국 기술로 소버린 AI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수년간 축적된 학습 데이터, 미세조정 인력, 토큰화·추론 알고리즘의 노하우가 결합된 생태계 산업이다. GPU를 사들여 공모전을 열 수는 있어도, 프런티어의 구조를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GPU와 컴퓨팅 자원 부족을 이유로 내세운 ‘글로벌 협업’ 구호 역시, 한국이 독자 노선을 고집할 경우 기술 속도전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경고에 가깝다. 자원은 한정돼 있고, AI의 연산 속도는 분초 단위로 벌어진다. 세계는 이미 연합 단위로 움직이는데, 한국이 단독으로 파운데이션 모델을 유지하긴 현실적으로 벅차다.
특히 한국의 경우,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냉각비는 국민 세금으로 감당할 수 있어도, 모델을 고도화할 학습 자원과 LLM을 끝까지 만져본 경험이 있는 글로벌 수준의 튜닝 인력은 전무하다. 이 격차가 벌어지면 한국의 AI는 ‘지역형 응용 모델’에 머물러, 프런티어가 설계한 틀 안에서만 움직이게 된다.
또한 ‘스타게이트 협약’이 언급된 부분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픈AI는 삼성전자·SK·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아태 최초 파트너’라며 내세웠지만, 협약이라기보다 투자 유치 쇼케이스에 가깝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미국 내 제조·AI 인프라 재건 구상의 연장선 위에서 배경훈 장관과 이재용·최태원 회장이 보여준 소버린 AI 연출은, 사실상 전시장 한켠의 모형품이 되어버린 셈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관련기사
- 한국 금융사, 글로벌 AI 독립 여건 갖추고도 투자는 정반대로 종속 지향
- [기자수첩] 공짜 지능 원하는 바보들···AGI는 API 키로 열린다
- [분석] 중국의 이상한 AI 자신감···아무리 봐도 견적 안 나오는데
- 이재명 정부 韓 소버린 AI 프로젝트 밀어붙이지만···글로벌 AI 공룡 셋방살이 면할까?
- 현대차도 美 비자 문제 있나?···美 조지아 주지사 방한, 후속 논의 '주목'
- 中 4만명 규모 'AI 블랙홀' 가동···韓, 유출할 두뇌조차 없어
- 데이터 주권은 허상···현대건설이 보여준 진짜 하이퍼스케일
- AI 이름만 붙인 '사회적 가치'···최태원 회장의 위험한 도구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