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기심리 악화 8월 지속" 전망
재계 "채산성 한계선 이미 넘었다" 경고
트럼프가 힌트 줘도 선고만 기다리는 꼴
20%대 에치슨 라인 → 국가 몰락 순식간

미국과 일본이 25% 상호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데 합의하면서 한국은 동아시아 핵심국 중 유일하게 협상 진전을 이루지 못한 국가가 됐다. 메머드급 대표단 20여명의 리스트는 마치 1907년 헤이그 밀사처럼 아무런 내용 없이 명분만 앞세운 채 파견됐다가 빈 손으로 돌아온 공범으로 이름이 기록될 형국이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업심리지수는 두 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제조업 심리는 2.5포인트 떨어졌고 8월 전망 역시 악화가 예상된다. 관세 불확실성이 자동차·철강 등 주력 업종의 체감경기를 짓누르고 있으며 신규 수주 감소와 수출 계약 유보가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우려했던 현실이 기업 심리에 반영된 것이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가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국내 수출 대기업의 92%가 관세율 15% 이상일 경우 “채산성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미 미국이 발표한 25% 관세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상당수 업종이 구조적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에너지·안보·지도데이터까지 패키지 협상을 요구하지만 한국 방미단은 산업·농업·원전·정보통신까지 사안별로 따로 움직이며 아무런 전략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알래스카 LNG, 제조업·의약품 시장 개방 등을 언급한 것이 힌트였는데도 아무런 정무적 대응을 하지 못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및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여야 국회의원 13명으로 구성된 방미단이 미국에서 최종 선고만 기다리는 상황이 된 이유다. 이번 방미단에는 민주당 조정식·서영교·소병훈·김영배·이정헌·김남희 의원, 국민의힘 나경원·이헌승·송석준·조정훈·한지아 의원,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 13명이 포함됐다.
재계는 “10% 인하조차 실패할 경우 한국은 사실상 동아시아 패싱 국가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본·필리핀·인도네시아가 줄줄이 협상을 타결한 한국만 뒤처지는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엔 주무부처 산업통상자원부 차원의 대응책도 엉망이었다. 원가 절감, 단가 조정, 현지 생산 확대 외에 실질적 대응은 없어 민간이 자구책만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감내하기엔 한계가 뚜렷한 실정이다.
구체적 업종별로는 자동차, 일반기계, 석유화학, 철강 등에서 채산성 악화가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수출단가 하락과 인건비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지 생산 노선으로 커버할 수 있는 반도체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력 산업이 고립무원 상태다.
미국은 여전히 농식품 검역, 지도 데이터,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완화 등 새로운 요구사항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협상의 전제조건이 되는 패키지조차 구성하지 못한 채 여야 정치권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이 일정 부분 양보하더라도 상호 관세율을 20%대가 찍힐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한미 간 관세 협상 상황은 사실상 경제 분야의 ‘에치슨라인’ 선언과 같다”며 “한국만 패싱된다면, 이는 명백히 한국이 미국의 경제 동맹 전략축에서 제외된다는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군사적 위기보다 더 심각한 국가 몰락의 전조”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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