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율 관세 통한 中 공급망 압박에
CATL·BYD가 주도하던 LFP 시장 공략
LG·SK·삼성, 현지 생산라인 구축 박차

국내 배터리업계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을 중점 공략한다. CATL이나 BYD 등 중국 회사들이 오랫동안 주도해온 LFP 시장 선점에 나선 건 트럼프의 ‘중국 봉쇄 정책’에 힘입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에서 ESS용 LFP 배터리 대규모 양산을 시작했고 SK온과 삼성SDI도 내년 본격 생산을 목표로 생산라인 구축,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에 불리한 환경 조성, ESS의 폭발적인 성장 흐름 등 기회 요인이 많은 미국 현지 시장을 발판 삼아 LFP시장 경쟁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17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주요 배터리 3사는 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력해오던 삼원계(NCM/NCA) 리튬이온 배터리뿐만 아니라 보급형 전기차 시장과 AI 데이터센터용 ESS 시장에서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는 LFP 배터리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관련 업계가 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성’이다. LFP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같은 작동 원리지만 화학 구조상 열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고 고온, 충격, 팀투 등 극한 조건에서도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현저히 낮다. 여기에 다른 제품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도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FP의 분해 온도는 270~300도 이상인데 비해 기존 삼원계 배터리는 150~200도에서 분해되고 산소를 방출한다”며 “여기에 열폭주 가능성이 매우 낮아 고열이 사고로 직결되는 전기차, ESS 분야에 적용하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다양한 호재들로 재도약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미국 시장을 LFP의 주요 거점으로 삼고 생산능력을 키우는 중이다. 북미 ESS 시장은 전력망 안정화 수요, 재생에너지 신규 프로젝트의 증가로 올해 97GWh에서 2030년 179GWh로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의 종료 시점을 기존대로 유지한 점도 호재로 작용한다. 당초 하원은 AMPC 종료 시한을 2031년으로 1년 앞당겼으나 상원은 현행처럼 2032년까지 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기로 했다.
AMPC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 셀과 모듈 등을 생산할 경우 1kWh당 최대 45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제도다. AMPC는 국내 배터리 기업의 수익성을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의 기대를 키우는 가장 큰 호재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주의와 고율 관세를 바탕으로 중국 공급망을 압박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에서도 중국산 광물과 부품을 배제한 게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 입장에는 저가형 LFP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온 중국에 맞설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ESS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는 중국의 CATL(38% 점유)였고 2위 역시 중국의 BYD(15% 점유)가 차지했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대외적 환경에 힘입어 시장 공략을 가속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는 최근 미국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2공장에서 LFP 배터리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말부터 라인 전환 작업에 착수하며 2027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목표로 한다.
SK온도 미국에서의 LFP 양산을 통해 ESS 시장에서 중국과 2차전을 벌이겠다는 각오다. SK온은 지난 10일 배터리 소재사 엘앤에프와 LFP 배터리용 양극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그동안 SK온은 배터리 미국 현지 생산에 주력해 왔다. 2022년 미국 조지아1·2공장 독자 가동을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미 켄터키·테네시 일대에서 포드와의 합작 공장을 건립 중이다. 조지아에는 현대차그룹과의 합작 공장이 들어선다. 그중 일부 생산라인을 전환해 LFP 배터리 현지 생산 체제를 신속히 갖춘다는 구상이다.
삼성SDI도 GM과 미국 인디애나 합작공장의 일부를 LFP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기차용 LFP 배터리 생산을 가시화려는 움직임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1조7000억원 중 일부도 LFP 기술 개발과 양산 체계 구축에 투자하는 등 시장 공략을 가속하고 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은 ESS 성장, AMPC 유지 등 여러 호재가 맞물린 시장”이라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여러 기회요인을 최대한 활용해 시장 존재감을 키워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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