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전에 한미 정상회담 불투명
고위급 협상과 패키지 딜 골몰
"한중관계 재조정 중요한 신호"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및 방위비 분담금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대미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통상 협상 실패는 곧 경제적 손실과 임기 초 국정 동력 약화를 불러오는 등 타격이 불가피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방미를 마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에게 보고를 받고 상황 돌파를 고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1일부터 한국산 제품 전체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서한을 통해 통보했으며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 “한국이 100억달러(약 13조7000억원)는 내야 한다”고도 했다. 올해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1조4028억원인데 100억달러는 이에 9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정부는 실제 관세 부과 시점까지 남은 3주 동안 정상회담 등 고위급 협상과 '패키지 딜' 추진을 통해 국익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무역장벽 철폐, 대미 투자 확대,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고 한국은 자동차·철강 등 주요 품목의 관세 완화와 경제안보 협력 확대를 역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미국 측 주요 인사와 좀처럼 접점을 늘리지 못하면서 협상 동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기대를 모았던 한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러한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카드로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80주년 전승절 행사 불참이 부상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이 대통령의 행사 참석 여부를 검토 중인데 이를 불참으로 공식화함으로써 미국 측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 대해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는 아시아 국가들에 최대 이웃 국가인 중국과 세계 최대 소비 경제인 미국 중 하나를 선택하게 강요하고 있다"면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고 따르기도 쉽지 않다"고 짚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해 전임 대통령이 참석했던 외교적 일관성을 없앤 바 있다. 또한 같은 처지의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일본 정부로서는 안이한 타협은 피할 것"이라며 직접 강경한 메시지를 낸 것과 달리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2015년 중국의 70주년 전승절 행사 당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각국의 지도자들이 참석을 거부했던 열병식에 자유진영 정상 중 유일하게 참석해 논란이 됐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중국의 군사적 위상을 과시하는 행사에 불참하는 것은 미국이 중시하는 '동맹의 결속'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관세 및 방위비 협상에서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동시에 이 대통령의 기조인 '국익 중심 실용 외교'와도 걸맞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9일(현지 시간) 온라인 세미나에서 "현 정부의 주요 결정 포인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진행할지 여부"라며 "이 대통령이 9월 중국 전승절에 참석할지가 두 번째 결정 포인트다. 직접적인 경제 문제와 관련은 없지만, 중국과 관계를 재조정하려는 노력의 중요한 신호이자 전략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정상 간의 외교 상호 방문은 비례해야 하는데 한중 간의 정상외교는 지금 비례가 안되고 있다. 중국 정상은 11년 동안 한국에 오지 않고 있다"며 "만약에 우리가 전승절 행사를 가면 11년 동안 세 번이나 중국을 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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