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 비중 높은 편의점 소비쿠폰 수혜
대형마트 ‘역차별’ 불만, 매출 유출 우려
“경기 침체 속 필수 소비에 집중될 듯”

정부가 12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전 국민 대상으로 지원하는 가운데, 지급 기준 및 사용처가 구체화되면서 유통업계가 엇갈린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정부가 12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전 국민 대상으로 지원하는 가운데, 지급 기준 및 사용처가 구체화되면서 유통업계가 엇갈린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정부가 12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전 국민 대상으로 지원하는 가운데, 지급 기준 및 사용처가 구체화되면서 유통업계가 엇갈린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편의점, 배달 플랫폼 등은 사용처에 포함돼 매출 반등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는 반면, 대형마트, 이커머스 업체 등은 소비쿠폰 사용이 제한돼 역차별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오는 21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인당 최소 15만~45만원의 소비쿠폰을 지급한다.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업종은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소상공인 매장에 한정된다. 전통시장, 동네마트, 식당, 의원, 학원 등이 포함된다. 유통 대기업의 경우 본사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은 사용 가능하다. 편의점도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다이소도 전체 1500여개 매장 중 30% 가량이 가맹점이기 때문에 일부 다이소 매장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반면 유통 대기업인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백화점, 면세점, 온라인 쇼핑몰 등은 사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쿠폰 지급의 의의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는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SSM 일부가 포함됐지만 이번에는 제외되면서 범위가 축소됐다. 또한 스타벅스와 올리브영 등 대부분이 직영 형태로 운영되는 매장도 사용처에서 제외된다.

이번 소비 쿠폰 지급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업종으로 꼽히는 곳은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가맹점 비중이 거의 99%에 달하고 연 매출 30억원 미만인 경우가 많아 편의점 대부분이 사용처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편의점 매출이 상승한 바 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2020년 GS25에서 사용된 지역화폐 금액은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3월 대비 4월에는 102%, 5월에는 214%, 6월에는 169% 늘어났다. 특히 먹거리와 생필품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유통업계는 소비쿠폰 지급에 맞춰 마케팅 준비에 돌입한 모양새다. 편의점과 배달 플랫폼들은 소비쿠폰 사용 가능 여부를 적극 알리고, 생필품과 먹거리 할인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GS25, CU, 세븐일레븐 등은 각 점포에 소비쿠폰 사용처임을 알리는 홍보물을 부착하고, 생필품 위주의 할인 기획전이나 여름철 수요가 높은 주류, 음료,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할인 혜택도 검토한다는 복안이다.

배달앱 업계도 소비쿠폰 안내에 나섰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앱에서는 원칙적으로 소비쿠폰 사용이 제한되지만, 가맹점 자체 단말기를 이용한 대면 결제 시에는 사용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비대면 결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고려해 이 기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점주와 고객을 대상으로 관련 정보를 공유할 방침이다.

반면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된 유통업체들은 매출을 타 업종에 뺏길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됐던 지난 2020년 5~6월에 지원금이 가장 많이 쓰인 업종은 마트·슈퍼마켓·식료품(27%)이 차지했다. 지원금을 장보기에 쓰는 소비자들이 많아졌으나 대형마트는 사용처에서 제외되면서 당시 대형마트 매출도 타격을 입었다. 대표적으로 홈플러스가 당시 월 매출이 이전 대비 15~2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정이 비수도권 지역에 있는 식자재마트에 한해 소비쿠폰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져, 코로나 시기보다 대형마트 매출 감소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마트들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해 라면, 빵, 음료, 김치, 아이스크림 같은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7~8월 할인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

대형마트 입장에선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돼 매출 유출 우려가 커진 데다, 할인행사까지 진행해야 해 적잖은 부담이다. 정부와 협의를 거쳐 진행되는 할인행사 특성상 자율적인 가격 정책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물가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라면, 음료, 김치 등 마진이 낮은 가공식품의 할인행사는 손익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가 제조사와 할인 분담 협상을 하거나 자체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물가 인상으로 원가도 오른 상황이라 할인 폭을 늘리는 건 마트 입장에서 손익에 부담이다.

이처럼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이번 소비쿠폰 지급으로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업종과 매장 형태에 따라 체감 효과가 엇갈릴 전망이다. 프랜차이즈 업종의 경우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에서만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어 가맹점 비중에 따라 매출 효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이소는 수도권 매장의 3분의 1만 가맹점이라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곳이 적고, 올리브영 역시 직영점 비율이 84%에 달해 쿠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매장이 제한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이번 소비쿠폰이 일부 업종에만 소비가 몰릴 우려가 있다”며 “이커머스와 비수혜 업종의 매출 위축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더라도 코로나 때보다 경기 상황이 더 어려워 음식 배달, 학원비 등 필수 지출에 소비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며 “전통시장뿐 아니라 대부분의 업종이 침체된 상황이어서 이번 추경 효과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소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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