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현대百, 중고 패션 보상 프로그램 도입
매입 금액에 따라 백화점 포인트로 지급
각 사 백화점 앱 신청, 택배 수거 후 검수
거래 플랫폼 찾거나 구매자 기다릴 필요 없어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9일 중고 패션 보상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여성경제신문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9일 중고 패션 보상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여성경제신문

유통업계가 의류 자원순환을 위한 움직임에 앞장서고 있다. ‘패스트 패션’의 유행으로 의류 폐기물이 환경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친환경 소비를 위한 ‘중고 패션’ 시장을 키우는 데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대표적으로 중고 의류를 백화점에 가져다주면 포인트로 전환해주는 등 자원순환 모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이날 중고 패션 보상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중고 패션 제품을 가져다주면 백화점 자체적으로 보상 금액을 책정하고, 이 금액대로 백화점 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리세일 전문 기업 ‘마들렌메모리’와 손을 잡았다. 수거한 제품은 세탁 및 정비 과정을 거쳐 ‘마들렌메모리'를 통해 중고 시장에서 재판매 될 예정이다.

이는 가치소비에 주목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리세일 문화와 친환경 소비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들어 중고거래의 가치는 단순히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소비 관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패션업계의 의류 생산과 폐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지적받고 있어 중고 패션 시장의 활성화가 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9200만 톤의 섬유 폐기물이 발생한다. 이 수치는 1초마다 쓰레기 트럭 1대 분량이 매립·소각되는 양이다. 하지만 재활용률은 약 12~15%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매립(57%) 또는 소각(25%) 처리된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섬유 폐기량은 2030년까지 1억34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패스트패션의 확산으로 인해 소비자 1인당 연간 폐기하는 의류 량은 미국이 37㎏, EU는 평균 1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는 글로벌 중고 패션 시장이 2024년을 기점으로 향후 3년간 연평균 48.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속 가능한 소비 패턴으로서 중고 패션이 주류 시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이 흐름에 발맞춰 중고 패션 제품을 엘포인트로 교환해주는 ‘그린 리워드 서비스’를 오는 11일부터 정식 도입한다. 총 151개에 달하는 다양한 패션 브랜드 제품이 참여 대상이다. ‘준지’, ‘띠어리’ 같은 컨템포러리 브랜드부터 ‘타이틀리스트’, ‘아크테릭스’ 등 골프 및 스포츠 브랜드, 그리고 ‘지용킴’, ‘포스트아카이브팩션’, ‘아모멘토’ 등 MZ세대가 선호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까지 폭넓게 포함된다.

‘그린 리워드 서비스’는 롯데백화점 앱을 통해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앱 내 ‘그린 리워드 서비스’ 탭에서 중고 제품 정보를 입력하고 수거 주소를 등록하면, 택배사가 직접 방문해 제품을 수거한다. 수거된 제품은 제조 연도, 오염 및 손상 여부 등을 기준으로 정밀 검수를 거치며, 2025년 올해 기준으로 2019년 이후 제조된 상품부터 신청이 가능하다.

보상은 최소 5000원부터 최대 28만원 상당의 엘포인트로 지급된다. 브랜드와 품목에 따라 보상 기준이 상이하며, 특히 해외 브랜드 아우터 등 고가 품목일수록 높은 보상 금액이 책정된다. 제품 수거부터 검수 및 포인트 지급까지는 약 일주일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5월부터 2개월 간 시범 운영한 중고 패션 보상 프로그램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고객이 보유한 패션 상품을 되팔면 해당 상품 중고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대백화점그룹 통합 멤버십 H포인트로 지급하는 신규 서비스다.

바이백 서비스는 더현대닷컴 홈페이지와 앱에서 이용할 수 있다. 더현대닷컴에서 판매 신청을 하고 상품을 박스에 담아 문 앞에 두면, 현대백화점과 ‘마들렌메모리’가 협업해 상품 수거 및 검수를 진행한다. 검수는 구성품 및 라벨 여부, 출시 시점 등을 기준으로 진행하고 검수를 통과하면 매입 금액이 고객에게 H포인트로 제공된다. H포인트는 현대백화점·아울렛·더현대닷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바이백 서비스가 취급하는 브랜드는 현대백화점과 더현대닷컴에 입점해 있는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130여 개다. 마들렌메모리 측은 고객에게 매입한 중고 상품을 8월부터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리세일 상품으로 재판매할 예정이다.

실제 바이백 서비스 시범운영 결과도 호응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시범운영 2개월 동안 1000여 명의 고객이 참여했으며, 이중 2회 이상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했다. 바이백으로 지급받은 H포인트를 활용해 동일 브랜드 상품을 다시 구매한 경우도 전체 매입 건수의 45%를 기록했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구매 주기가 짧은 고객일수록 바이백 서비스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채널 외에도 백화점 점포 내 중고 상품 매입센터를 운영하는 등 오프라인으로도 바이백 서비스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중고 패션 보상 프로그램은 고객이 직접 거래 플랫폼을 찾아다니거나 구매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 고객 편의성 측면에서 유사 중고거래 플랫폼보다 경쟁력을 높였다”며 “또한 백화점이 인증하고 매입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서비스의 신뢰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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