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7월 처음으로 평균 3만원으로 올라
폭염에 배추·무 생육 어려워 가격 상승세
육계 폐사와 여름철 수요 증가에 닭고기↑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김모씨(56세)는 수박 코너를 들여다보다가 이내 구매를 포기하고 돌아섰다. 김씨는 “고기 한 근보다 수박 한 통 사는 게 더 비싸다”며 혀를 내둘렀다.
올여름 이례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수박값이 치솟고 있다. 특히 7월 들어 처음으로 수박 한 통 평균 가격이 3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제철 과일과 채소 가격도 무더위에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수박(상품) 한 통 평균 소매 가격은 3만65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날(2만1336원)보다 40.9%, 평년 대비 43.0% 높은 수준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전통시장 평균 가격이 3만원을 돌파했는데, 이날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포함한 전체 평균 가격이 3만원을 넘어섰다. 이달 4일(2만3763원)과 비교해도 불과 11일 만에 6000원 이상 뛰어오른 것이다.
7월에 수박 한 통 가격이 3만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폭염과 호우가 겹친 8월에 평균 가격이 3만원대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는 폭염이 평년보다 일찍 찾아오면서 수박과 배추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예년보다 빠르게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는 폭염 속에서 생육 상태가 나빠지고 당도가 떨어져 기준 이상 품질의 수박 물량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수요 증가와 함께 지난 5~6월 일조량 부족으로 출하가 늦어진 것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수박 출하량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폭염 영향으로 가격은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하순부터 강원 양구, 경북 봉화, 전북 고창 등 주산지의 출하 물량이 늘어나고, 충북 음성에서도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되면서 가격이 다소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박뿐만 아니라 다른 제철 과일과 채소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특히 멜론은 1개 평균 소매 가격이 9891원으로 집계돼 1년 전보다 19.46%, 평년보다 14.1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복숭아(백도) 역시 10개에 2만3840원으로 지난해와 평년 대비 약 13%가량 비싸다.
채소류 중에서는 깻잎이 100g당 2670원으로 지난해보다 15.33%, 평년보다 25.59% 상승했다. 여름철 가격 변동이 심한 배추와 무는 현재 1개당 각각 4569원과 244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36%, 2.7% 저렴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주일 새 가격 오름폭이 심상치 않다. 배추 가격은 지난 9일 3700원대였지만 10일 3983원으로 올랐고, 11일에는 4309원으로 4000원 선을 넘어섰다. 무 역시 9일 2033원에서 10일 2127원, 11일 2313원으로 사흘간 꾸준히 상승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폭염으로 배추와 무의 생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무는 낮 기온이 높아 산지 작업이 중단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물량이 줄고, 이로 인해 시세가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날은 앞두고 닭고기 가격 상승도 소비자 부담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무더위로 인한 육계 폐사와 여름철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가격이 점차 오를 전망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닭 폐사가 늘고 있고, 초복을 앞두고 계육 수요까지 증가해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준 닭고기 소매 가격은 ㎏당 6138원으로 10일 전 대비 6% 상승했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작황 부진과 축산물 생산성 저하가 우려돼 수급 안정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