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인력 수급에 밀린 형평
남은 전공의 문제는 어떻게

지난 17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가운이 걸려 있다. 정부는 25일 장기 휴학 의대생에 대한 복귀 방안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가운이 걸려 있다. 정부는 25일 장기 휴학 의대생에 대한 복귀 방안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정부와 교육기관, 의료계는 이번 사안을 감정적 여론이 아닌 명확한 원칙과 공정성에 입각하여 처리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국민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으며 단 한 번의 특혜로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지난 12일 노00 씨가 국회전자청원에 등록한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복귀 특혜 부여 반대에 관한 청원'에 있는 내용이다. 청원은 지난 17일 동의를 받기 시작해 6일 만에 5만명을 돌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 부쳐졌다.

그러나 정부가 25일 장기 휴학 의대생에 대한 복귀 방안을 확정하면서 해당 청원은 힘을 잃었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의대생 학사 행정 처분은 대학이 자율로 처리하게 된다. 각 대학은 유급 대상자를 기존 합의대로 유급 처리하되 2학기에 복귀시킬 것으로 보인다. 제적 대상자들의 경우 사실상 처분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진급·졸업 일정도 본과 4학년은 내년 8월 코스모스 졸업을 시킬 예정이며 본과 3학년은 학교가 자율로 내년 2월과 8월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결정됐다.

복귀를 대학 자율에 맡긴 건 의대생들이 제적 등 불이익을 사실상 피하게 했다는 의미다. 의료계와 정부는 해당 조치가 의사 수급 조치의 일환일 뿐 특혜는 아니라는 태도지만 국민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그렇다면 여론이 부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어렵지 않다. 국민이 보기에 이번 방안은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파업은 국제노동법에서 보장하는 근로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중 단체행동권에 해당하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다. 따라서 회사는 파업한 직원에게 부당한 인사상의 조치나 해고·징계를 줘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런 권리와 별개로 파업한 노동자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임금 손실이라는 손해를 입게 된다. 파업이 노동자의 권리라면 임금 손실은 권리 행사에 따른 '책임'인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수업을 거부한 의대생들도 유급·제적 문제를 감수해야 한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행정부의 과도한 정책 추진이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실제로 지난 정부가 추구했던 의대 증원이 적절한 방안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다른 업계에서도 잘못된 정책 추진 등으로 파업한 적은 많았지만 이번 사안처럼 정부가 적극적으로 불이익을 봐주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국민이 분노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어째서 의대생, 나아가서 의료계만이 같은 권리를 행사해도 그 책임에서는 자유로운가?

물론 정부와 의료계도 합리적인 이유로 복귀 방안을 결정한 것이긴 하다. 기본적으로 의대 교육은 1년 단위로 교과 과정이 돌아간다. 불이익이 적용될 때 의료 현장의 인력 흐름에 공백이 생기게 된다. 의료계와 정부는 이미 1년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원활한 인력 수급과 현장 유지를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해서 해당 방안이 무조건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정부는 의료 인력 수급만큼이나 공정의 문제도 신경 써야 했다.

의대생 복귀 방안은 확정됐지만 전공의 복귀 방안은 아직 논의 중이다. 정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전공의 복귀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절반의 안이 국민에게 실망을 준 상황에서 나머지 절반은 원칙에 맞는 방향으로 갈지 봐야 할 때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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