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부 ‘신재생’ 산업부 ‘원전’ 
부처별 정책 분리 추진 가능성 유력
에너지를 환경부 이관시 문제 소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지명되면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둘러싼 에너지 정책 방향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당초 기후에너지부가 만들어지면 산업부의 주요 에너지 부서가 전면 이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에너지 정책이 탈탄소와 탈원전, 원전 규제에 치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강경한 원전 반대론자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 장관에 내정된 점도 설득력을 실어줬다. 

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로 소형모듈원자로(SMR)개발과 체코 원전 수출 사업과 깊이 연관된 원전 전문가로 평가되는 인물이 산업부 수장으로 발탁되자 기류가 달라지는 양상이다.  

2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김정관 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산업부 장관으로, 전날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을 산업부 2차관으로 각각 임명했다. 

김 장관 후보자는 지명 뒤 “산업부와 에너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산업·통상·에너지 분야가 유기적으로 협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시대를 준비하면서 머리가 반도체, 데이터센터라면 심장은 에너지로 머리와 심장을 떼어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의 발언은 예상대로 정부 조직 개편에서 기후에너지부가 만들어지더라도 여전히 산업부가 에너지 정책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 관계자는 “김 장관 지명은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믹스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려는 인사로 보인다”며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에서 산업부가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국정기획위원회도 ‘원전 유지’ 입장이 뚜렷하다. 국정 기획위는 정책 해설서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원자력 발전 등과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기후에너지부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산업부는 원전 정책을 맡아 각각 분리하여 에너지 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산업부 소관 에너지 정책을 기후에너지부에 통으로 넘길 것이란 관측도 다소 흐릿해질 수 있다. 기후에너지부가 출범할 경우 정책 방향이 탈원전에 집중될 수 있는 관측도 빗나가는 셈이다. ‘반쪽’ 부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산업부 내부 직원들의 허탈감도 덜 수 있다. 

산업부 2차관에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이 임명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차관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RE100(재생에너지 100%) 산단 조성, 에너지신산업 창출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에너지정책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전력과 가스, 에너지 분야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부 내부에선 김 장관 지휘 아래 이 차관이 이재명 정부의 최대 경제 공약인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의 실행을 맡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기후에너지부는 태양광, 풍력 등에 집중해 기후 문제에 대응한 에너지 정책을 입안하고, 산업부는 기존 원자력 에너지 활용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산업부의 에너지 부분을 환경부에 이관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산업을 지원하는 산업부의 기능과 규제 기능이 강한 환경부가 통합되면 제대로된 기능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따라서다. 

이렇게 되면 한전·한수원·가스공사 등 주요 공기업에 대한 인사와 규제 권한도 산업부에 남을 공산이 크다. 

다만 원전과 재생에너지 주무 기관이 분산될 경우 에너지 정책에 대한 통합적인 시각이 필요한 전력수급계획, 에너지기본계획 등을 수립시 명확한 교통 정리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고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조직 개편이 확정되지 않아 조심스럽다”면서도 “만약 한쪽에서는 규제, 다른 쪽에서는 진흥이라는 정책을 동시에 전달하면 집행 기관 입장에서는 당혹스런 입장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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