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차 보급 예산 총 5302억원 감액
친환경차 판매 내연기관 첫 추월 기록
2030년 전기차 50% 보급 목표와 충돌
"中에 시장 내주는 결과 초래할 수도"

정부가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전기차 등 친환경차 관련 예산을 5000억원 이상 삭감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전기차 등 친환경차 관련 예산을 5000억원 이상 삭감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전기차 등 친환경차 관련 예산을 5000억원 이상 감액하면서 보조금 축소가 소비자 이탈과 완성차 업계의 판매 전략 혼선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전기차 보급 확대'라는 정부의 중장기 정책 기조와도 충돌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4일 기획재정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추경안에서 무공해차 보급 예산 4672억원과 충전 인프라 구축 예산 630억원 등 총 5302억원을 삭감했다. 이는 올해 본예산 대비 20.6% 줄어든 수준으로 전기승용차 약 3만8000대, 전기화물차 2만5000대 등 6만대 이상에 대한 보조금이 줄어드는 셈이다.

환경부는 "사업 여건과 집행 가능성을 고려한 조정"이라며 "지난해 무공해차 보급 예산 2조3193억원 중 7932억원이 불용된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기차 화재 사고 여파로 수요가 급감한 데다 올해 역시 일부 예산이 불용될 것으로 판단해 추경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쇼핑몰 내 친환경 자동차 전용 주차구역에 하이브리드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대형쇼핑몰 내 친환경 자동차 전용 주차구역에 하이브리드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업계는 정부가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뒷북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올해 들어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넘어서며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7만3511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내연기관차(48.2%)를 앞질러 전체 내수 판매의 51.8%를 차지했다.

이달 17일 산업부가 발표한 '2025년 5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총 7만195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7% 늘었다. 특히 5월 한 달간 판매량은 2만1445대로 전년 대비 60.3%, 전월 대비 32.1% 증가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도 15.1%로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할 때 올해 전기차 판매량은 20만 대 안팎까지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히려 보조금 예산이 부족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완성차 업계는 보조금 축소가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시장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아직 가격 경쟁력이나 충전 인프라 측면에서 자생력이 충분하지 않다"라며 "보조금이 줄면 소비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완성차 업체의 판매 전략 조정도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결정이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50%를 달성하겠다"라며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 확충을 통한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기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친환경 전환이 목표라면서 왜 예산을 삭감하는지 모르겠다", "이러다 보조금도 끊기는 것 아니냐"라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CD)' 달성을 위해 수송 부문에서 2030년까지 전기차 누적 42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보급량은 71만2000대에 그쳤고 목표 달성을 위해선 앞으로 매년 50만 대 이상을 보급해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전기차 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는 중요한 시점에 정부가 보조금을 대폭 삭감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전기차는 아직 가격 경쟁력이나 충전 인프라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한데 보조금까지 줄이면 활성화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내수 시장을 테스트베드 삼아 FTA·WTO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구조인데 이번 정책은 오히려 중국산 전기차에 국내 시장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정부가 어떤 판단으로 예산을 줄였는지 불분명하고 정책 방향성도 일관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