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운영, 법인만 가능… 개인·신생기업은 진입 불가
정부는 시범사업 검토 중… 법령은 여전히 옛 기준 머물러
전문가 “국회가 나서 입법 개정해야 공급 확대 가능”

초고령화사회 진입과 함께 화두로 떠오른 실버타운 분양형 재도입. 정부는 실버타운이 포함된 일명 '노인복지주택'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부는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모양새다. 그런데 실버타운 운영을 위한 기본 토대가 되는 노인복지법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노인복지법은 실버타운을 운영하려면 ‘전담 인력과 조직을 갖춘 법인 또는 단체’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 사업자는 물론, 신생 기업도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7일 여성경제신문이 노인복지법 제33조의2 제6항과 시행령 제20조의3을 분석한 결과 노인복지주택을 설치한 자가 시설 운영을 위탁할 경우 수탁자는 법인 또는 단체로 한정하고 있다.

반드시 전담조직과 전담인력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조항으로, 복지법인이나 기존 대형 운영사 외에는 실질적으로 참여가 불가능한 구조다.
특히 호텔, 금융, 리츠, 스타트업 등 복합형 실버산업에 진출하려는 다양한 민간 기업들은 법적 자격 요건조차 갖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버타운 시장을 고령친화 산업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려는 정부 방침과 배치되는 지점이다.
이 같은 구조적 진입 장벽은 시장의 다양성과 혁신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복지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주거복지의 핵심은 다양한 수요와 맞춤형 공급인데, 지금처럼 사업자 자격을 법인으로 제한하면 공급 자체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특히 지방 중소도시나 농촌 지역에선 영세한 의료법인, 지역 스타트업 등이 지역맞춤형 실버타운 모델을 구상하고도 법령상 제약으로 인해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며 “법인 자격뿐 아니라 전담조직 보유 요건도 현실과 동떨어진 과도한 기준”이라고 했다.

실제 한 실버타운 추진사업에서는 지역 의료재단이 복지주택 설치 허가를 받아 시설을 짓고도, 운영 주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수탁계약이 무산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해당 재단은 의료 인프라는 충분히 갖췄으나 별도 복지시설 운영 경험이 없고 법인 분리가 이뤄지지 않아 행정상 운영 허가를 받지 못했다.
해외에선 보다 유연한 기준이 일반적이다. 일본은 ‘서비스 고령자 주택(サービス付き高齢者向け住宅)’을 민간 기업 중심으로 운영한다. 자격 요건은 자체 기준(보건 인력 확보, 설계 기준 등) 충족만으로 가능하다. 운영 주체에 대한 법인 요건 제한은 없고, 일부 지역에서는 공공기관이 민간 사업자에게 임대료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접근한다.
핀란드는 협동조합형 실버타운 모델을 통해 지역 노인이 출자하고,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 주체를 구성하는 방식도 활용 중이다. 특정 ‘법인 자격’만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 밀착형 모델 구현이 가능하다.
국내의 경우 정부가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도입을 검토하고, 위탁요건에 유연성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데 핵심은 법 자체의 개정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데 있다.
현행 노인복지법(제33조의2) 및 그 시행령(제20조의3), 시행규칙(제16조 등)은 운영 수탁자 자격을 ‘법인 또는 단체’로 규정하고 있고, 전담조직 및 인력을 갖춘 자에 한해 위탁 운영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위임입법 구조로 정해진 제한 요건은 복지부 행정지침이나 가이드라인만으로는 바꿀 수 없다는 것.
복지부 내부에서도 법 개정을 통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 역시 “지금 구조는 사실상 기존 복지법인을 보호하는 구조이고, 새로운 시장 진입자는 가로막는 구조”라며 “초고령사회에 맞는 실버타운 산업 육성을 위해선 노인복지법 조항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민간참여 가능성을 검토 중일 뿐, 구체적인 입법 추진 움직임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위의 사회복지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국회의 입법 개정”이라며 “현재의 폐쇄적 위탁 운영 구조를 열지 않는 이상 실버타운 공급 확대는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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