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옥의 살다보면2]
새들도 아는 성공의 비밀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

시골 동네를 도는 마을버스를 타면 버스 안은 늘 소란스럽다. 누군가가 올라타면 서너 명은 아는 사람이라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는다. 한 정거장에 차가 멈추고, 검붉은색 가죽 앞치마에 워커를 신고 카키색 모자를 눌러쓴 중년의 여인이 올라온다. 눈에 확 띄는 복장이 힘이 있다.
한 어르신이 아는 체 한다.
“어딜 다녀오는가? 자네 그 복장은 랜도마크여. 랜도마크~(랜드마크)”
아마도 일을 할 때나 구역 내에 외출할 때는 늘 그렇게 입고 다니나 보다.
“자네 식당은 내 부모님 대부터 단골이니 벌써 몇 년째인가?”
옆에 어른도 거든다.
“암만~ 저번에 갔는데 음식 맛도 그때나 지금이나 똑 같아. 자네 얼굴도 그대로여.”
그 말에 나는 풋 하고 웃음이 나왔지만 그나마 마스크를 써서 들키지 않는다.
“아이고~ 거짓말도 잘하셔라. 폭삭 늙었지요. 열여덟에 시집와서 시어른이랑 같이 한 시간까지 합하면 50년이 훨씬 넘지요. 나이 들어 몸도 아프고 해서 이젠 아들네가 거들고 있어요. 나는 그냥 문지기로 도와주고요.”
안부를 묻던 어르신이 손을 저으며 말한다.
“한 사람이 그 자리에서 오래 그 맛을 지키고 있다는 건 성공한 인생인 거지.”
그런 거 같다!! 아무리 요리가 취미고 특기라 해도 수십 년을 지속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다. 장사가 잘되어 가계를 확장할 수도, 웃돈을 받고 팔 수도, 메뉴를 바꿀 수도, 다른 직종으로 변신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삶의 희로애락을 가슴에 묻고 삭이며 헤쳐나간 삶이다. 성공한 인생이란 격려에 고유의 음식 맛을 지키며 살아 낸 그녀를 돌아보게 한다.

실제 나이보다 열 살은 어려 보이는, 중년의 한 지인도 늦은 나이에 대학원을 다니며 배움을 멈추지 않으니 모두 그 열정을 부러워한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왔으니 아쉬움도 후회도 없을 거라고, 당신은 성공한 인생이라 치켜세우니 의외로 대답이 진중하다.
“결혼도 잘하려고 스펙을 쌓고 노력했는데 어느새 중년이 되었어요. 그래도 사는 날까지 도전 또 도전 꼭 찾아낼 겁니다. 호호.”
“아이고~ 결혼은 스펙보다 미쳐야 하는 건데, 어쪄. 그럼 반만 성공한 건가? 하하.”
모두 그의 도전이 성공하길 바라며 엄지척하며 격려해 준다.
회갑을 맞은 해에 나는 잠시 무기력에 빠졌다. 홀로되어 뒤돌아보니 60년 세월 동안 아무것도 되지 못한 내 삶이 멋쩍고 무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나이 들면서 삐걱거리긴 해도 그럭저럭 건강한 몸, 나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여유로운 직장, 등단을 하지 않았어도 즐거운 글쓰기를 이어가고, 적당한 나이에 친할머니 외할머니 소리를 듣는 자격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것이다.
부와 명예 같은 대열엔 낄 수 없지만 소박한 꿈이 있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 나를 위해 사는 지금이야말로 대단히 성공한 인생이라 자부한다. 내 멋대로의 정의지만 부끄럽지 않다.

저녁 운동 길에 보이는 여기저기 무리 지어 있는 새들, 하루를 마친 새들이 퇴근하다가 전깃줄 포장마차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나누는지 엄청 시끄럽다. 마치 경청하고 공감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듯 짧은 모가지로 끄덕거리는 모습이 웃음을 준다. 그 풍경에 잠시 멈춰 서서 내 맘대로 어문 풀이하며 똑똑한 척 낄낄거린다.
“재재재재~ 찌지이찌지~ 뿌지이뿌지~~”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너네 들도 안동 산다고 한문 쓰냐? 아니면 Z Z Z Z~B B B B?~피곤한 나는 졸 테니 너는 노래나 불러라? 하하하)
성공에 정의가 있으랴~ 새들도 주어진 목적에 의해 열심히 날고 함께 어울려 하루를 사는 것처럼 우리네 인간도 각자에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며 사는 날까지 한발 한발 나아가길 멈추지 않는다면 모두 성공한 인생인 거지.
여성경제신문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sesu32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