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옥의 살다보면2]
사업을 시작하는 청년들과
삶의 고뇌와 도전을 이야기하다

수백 가지가 넘는, 봄에 가장 화려하게 피는 꽃 모란과 작약은 종이 다르다. 모란은 나무고 작약은 풀이다. 전문가도 헷갈리는 모란과 작약처럼 내 인생의 봄날, 나는 나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에 따라 겉모습은 비슷해도 삶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수백 가지가 넘는, 봄에 가장 화려하게 피는 꽃 모란과 작약은 종이 다르다. 모란은 나무고 작약은 풀이다. 전문가도 헷갈리는 모란과 작약처럼 내 인생의 봄날, 나는 나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에 따라 겉모습은 비슷해도 삶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젊은이들을 만날 기회가 주어졌다. 면 단위 시골 마을의 든든한 이웃사촌이 되고 지역에 생기를 더하며 청년창업의 문을 연 귀한 청년들이다. 비 온 후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5월의 싱그러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슴까지 설레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모범답안보다, 클리셰 범벅의 뻔한 기승전결보다 형식이나 절차, 시간 등의 제약 없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다행히 이웃집 아줌마와의 수다 같은 인터뷰는 역시 젊은이들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보는 데 적잖은 도움을 주었다.

그들은 내 아들이고 딸이었다. 내 아이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넘어가야 할 숱한 어려움이 눈에 보이듯 그려졌다. 그럼에도 이들을 행동하게 하고 부딪히며 한 걸음씩 나아가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다름 아닌 내일을 향한 희망이었다.

청년은 깊이 고뇌하고 사색하면서도 반면에 도전하고 뛰어야 빛이 나는 존재다. /게티이미지뱅크
청년은 깊이 고뇌하고 사색하면서도 반면에 도전하고 뛰어야 빛이 나는 존재다. /게티이미지뱅크

자본주의의 꽃은 주식, 곧 장사라고 배웠다. 젊은이들이 취업보다 창업을 꿈꾸고 도전하는 사회가 선진국이라 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가난과 싸우며 살아온 우리 세대는 자식들의 머리만큼은 최고 지식인으로 만들어 놓고는 그걸 명예로만 갖고 살라 한다. 자식의 남다른 도전은 그저 불안하고 못 미더울 뿐이다. 남들처럼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삼거나 공무원으로 안정된 삶을 누리라며 설득한다.

나 역시 아들이 하려는 일이 두렵고 불안해서 엄청나게 말렸던 전적이 있다. “사업은 위험해.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싸움인 줄 아니? 넌 내가 가장 잘 알아. 어쩌고저쩌고···” 그렇게 아들을 가스라이팅 했다. 그 아들이 부모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그것도 해외에 나가 창업을 해 지금 잘 살고 있다.

청년 지원사업에 선정된 후 어떤 목표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열심히 노력하여 지역을 살리고, 사회에 이바지하고, 이런저런 희망의 목표를 말하는 중에 어느 한 청년의 의외의 대답이 마음에 와닿았다. 자신에게 이 일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 발버둥치다 붙잡은 세상의 끈이라고···. 살아지면, 그 후에 생각해 볼 거라고···.

바닥을 치고 오르려는 절박함. 그 확고한 태도에 누군가는 손잡아 주고 누구는 같이 뛰어줄 것이다. 아무렴, 부딪히고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것은 이미 실패라고 하지 않던가.

지나고 보면 가장 힘들고 아팠던 청춘이 있었기에 지금의 단단한 내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나고 보면 가장 힘들고 아팠던 청춘이 있었기에 지금의 단단한 내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경험은 무형의 자산이다. 젊은 시절 두렵고 절박했던 경험들이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게 만들더라던 아들은 사업이 잘되는 이유가 늘 기도하는 부모님 덕분이라며 추켜세워준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민망하면서도 참 고맙다. 그들의 부모에게도 곧 좋은 소식이 전해질 거라 믿는다.

낯선 도시에 정착해 이런저런 기발한 아이템으로 창업의 출사표를 던진 청년들,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거기엔 지역민과 끊임없는 소통과 연대도 필요하지만 또한 우리 지역민들의 아낌없는 지지와 격려도 필요하다. 그들의 성장이 곧 지역의 성장인 까닭이다.

짜릿한 경험과 도전이 더 청춘답다. /게티이미지뱅크
짜릿한 경험과 도전이 더 청춘답다. /게티이미지뱅크

태도는 승부를 가른다더니,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성공할 것 같은 청년을 제비 뽑았다. 만장일치로 같은 이름의 두 사람이 뽑혀 크게 웃었다. 어쩌면 우리는 나이만큼이나 사람을 보는 연륜도 쌓였나 보다. 그 사람의 태도에서 이미 성공 예감을 점쳤지만 행여나 예감이 틀리지 않게 우리는 모두 그들의 성공을 빌어주기로 했다. 그들은 우리의 호흡이고 미래니까.

여성경제신문 송미옥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sesu3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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