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 논란 뒤덮어 예측불허
선관위 사전투표 부실 관리 정황
이재명 후보의 잇단 설화 리스크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판세를 뒤흔들 수 있는 3대 변수가 부상함에 따라 각 캠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막판까지 이어온 '1강 1중 1약' 구도를 흔들 첫 번째 변수는 주요 인사의 '여성 혐오' 발언 여파다. 이번 대선의 유권자 수는 4439만 1871명인데 성별로는 여성 유권자가 2241만 4382명(50.5%)으로 남성 유권자 2197만 7489명(49.5%)보다 43만 6893명 더 많은 상황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TV 토론에서 여성 신체 특정 부위를 연상케 하는 '젓가락' 발언으로 초기 집중포화를 맞았으나 최근 사과를 하면서도 반박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들이 유죄를 받은 것이 뒤늦게 드러나자 이준석 후보는 “하루 정도 메신저 공격으로 잘 버티셨다. 이재명 후보의 빠른 사과를 기대한다”고 역공했다.
국민의힘도 공세를 거들었다. 김혜지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아들의 성희롱 앞에 무너진 이재명식 ‘여성 인권’의 허상”이라며 “이재명 후보의 장남 이씨가 상습 도박과 음란 문언 전시 혐의로 5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받았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이재명 가족비리 진상조사단'은 이재명 후보 아들 도박 불법자금 조세포탈과 관련한 조세 범칙 사건 조사요청서를 국세청에 제출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측에서는 유시민 작가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아내 설난영 여사를 겨냥한 비하 발언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유 작가가 설 여사에 대해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는 설난영 씨 인생에서는 갈 수 없는 자리”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 국민의힘은 유 작가를 공직선거법 제251조(후보자 비방죄)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진보 진영의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도 성명을 내고 “김문수 후보에게 노동운동을 팔 자격이 없듯 유시민 역시 여성을 노동운동의 조연으로 치부할 자격이 없다”며 “여성을 주체적이지 않고 판단 능력조차 없는 존재로 조롱했다”면서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이날 "설난영씨는 1970년대 노동조합 위원장으로 활동한 여성 노동운동가임에도 ‘남편이 홀륭해서 자신이 고양된 것’이라는 식의 발언은 여성의 삶과 판단을 오직 남성의 그림자 아래에 두려는 전근대적 인식이며, 이는 명백한 여성 비하에 해당한다"고 규탄했다.
전문가는 이 변수가 여성 유권자 마음에 충격을 줘서 최종 결과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이준석 후보는 발언을 소개한 것이고 억울한 측면이 있다. 이재명 후보가 우물쭈물 지나가니까 공세로 나온 것"이라며 "거기다가 기름을 부은 유시민 전 장관의 얘기는 한 마디로 '공순이 주제에 영부인 넘보느냐'는 취지인데 그런 부분들은 중장년층 여성한테 상처를 줄 가능성이 있다. 여성 투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변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 관리 논란이다. 부정선거론자들이 줄기차게 문제 제기했던 사전투표 과정에서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 투표소 밖에서 시민들이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는가 하면, 용인의 한 투표소에서는 회송용 봉투 안에서 이미 이재명 후보로 기표된 투표용지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파장이 일었다.
이러한 선관위의 미흡한 대처는 정치 불신이 높은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선거 관리의 기본 원칙이 흔들린다는 인상을 줄 경우 투표 참여 의지를 꺾거나 특정 후보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선대본부 회의에서 "투표용지를 들고 밥을 먹고 온 유권자도 있었고 이 과정에서 신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 정말 있어서는 안 되고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선관위가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마지막 세 번째 변수는 이재명 후보의 '설화 리스크'다. 이 후보는 유세 과정에서 종종 거침없는 발언으로 주목받았으나 때로는 상대 후보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거나 논란을 자초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 29일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 유세 현장에서 "강남·서초의 우리나라의 먹고 살만하신 여러분"이라며 "민주정권이 지금까지 집권했을 때 부동산 집값이 올랐다. 나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연설했다. 이에 이상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국민사이렌센터장은 30일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후보의 본성이 또다시 드러났다"며 "강남·서초 지역 주민들을 '먹고 살만한 사람들'로 규정하는 편협한 시각, 이것이 이 후보의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이재명 후보는 또한 지난 22일 경남 양산시 유세에서 "울산에 포항공대라고 있다. 거기도 지방"이라며 "1인당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엄청나게 많으니까 전국에 우수한 학생이, 우수한 교수가 몰린다. 그러니 우수한 대학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포항 출신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후보를 겨냥 "제 고향 포항엔 포항공대가 있다. 그런데 울산에 제가 모르는 포항공대가 또 있습니까?"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재명 후보는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유세에서 "처음에는 판·검사해서 그냥 배 두드리고 소위 큰소리 뻥뻥 치고 '룸살롱 접대' 받으면서 살라고 그랬다. 근데 그거 다 접고 내가 일하던 성남 노동 현장으로 돌아가서 노동 인권 변호사로 정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귀연 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을 겨냥한 발언이었지만 평소 속마음이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선거 막판 후보의 국민적 상식에 어긋나는 한마디는 결정적인 실책으로 이어져 부동층의 이탈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후보 캠프에서는 발언 수위를 조절하며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훈식 민주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 작가 발언 관련 질문을 받고 "특정인 발언에 대해 말씀드리기보다는 선대위는 물론 모든 민주 진보 스피커가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알려드리고 있다"며 "모두가 발언 하나하나에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표 한표 정성으로 모으는 상황에서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거나 그것으로 인해 여러 가지 정성들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걱정과 경계를 갖고 이후에도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21대 대선은 마지막 순간까지 극적인 변화가 올지도 모를 안갯속 형국이다. '여성 혐오' 논란의 향방, 선관위 부실 관리에 대한 민심의 반응, 그리고 우세 후보의 '설화 리스크'가 남은 기간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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