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냉각시장 최강자 ‘플랙트’ 인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시장 본격 진출
MS Azure 최대 공급 주체로 급부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지난 2021년 만난 자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지난 2021년 만난 자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유럽 최대 공조기기 기업 플랙트그룹(FläktGroup)을 인수하며 본격적인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쟁에 가세했다. 글로벌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가 칩을 넘어서 ‘열·공기·에너지’ 구조까지 수직 계열화에 나선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의 지속 가능 조건인 ‘냉각’이라는 인프라 축을 확보하며 실질적인 클라우드 하드웨어 시장 점령을 선언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14일(현지 시간) 독일에 본사를 둔 플랙트그룹을 약 15억 유로(22조1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플랙트는 100년 이상의 공조기기 제조 노하우를 갖춘 기업으로, 데이터센터·공항·병원·제약 등 고정밀 환경에서의 고효율 냉각 설루션을 제공해 온 기업이다. 특히 데이터센터용 냉각 설비인 CDU(Coolant Distribution Unit)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인수는 AI 운용 속도와 비용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 장악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전체 중앙공조 시장은 2024년 610억 달러에서 2030년 990억 달러로 연평균 8% 성장할 전망이다. 이 중 데이터센터 냉각 분야는 2030년까지 441억 달러에 달하며 연평균 성장률은 18%에 이른다.

AI가 고발열 GPU·서버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냉각 기술은 성능 유지와 에너지 효율에 직결된다. 특히 액체 냉각 기반의 CDU 기술은 고밀도 서버 장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핵심 기술로 각국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설계에서 표준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경쟁 구도는 치열하다. 현재 글로벌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은 버티브(Vertiv),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 존슨 콘트롤즈(Johnson Controls) 등 미국과 유럽 중심의 전문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반도체·서버·데이터센터 HW 연동 경험에 더해 신규 소프트웨어와 공조 기술을 통합하는 시도를 할 수 있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플랙트 그룹(FläktGroup)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의 최강자로 꼽힌다. /플랙트 그룹(FläktGroup) 홈페이지
플랙트 그룹(FläktGroup)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의 최강자로 꼽힌다. /플랙트 그룹(FläktGroup) 홈페이지

이뿐 아니라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와 이미 고성능 서버·스토리지 장비 공급 협력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삼성의 HBM·SSD·DRAM 제품군이 Azure AI 인프라에 실제 적용 중이다. 이번 플랙트 인수를 계기로 삼성이 Azure의 초대형 AI 클러스터에 ‘통합 공급자’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ChatGPT·코파일럿 운용을 위한 데이터센터 확장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 중이어서 냉각 효율은 핵심 운영비 절감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플랙트 조합은 Azure의 AI 인프라 고도화와도 직결될 수 있는 전략적 연계 지점으로 주목받는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이번 인수는 삼성전자가 AI를 단순한 연산 기술이 아닌 물리 기반 인프라로 보고 본격 진출했다는 선언"이라며 "칩-전력-공조로 이어지는 'AI 생태계 공급망'을 확보한 몇 안 되는 기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냉각을 통제하는 자가 AI를 지배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시대가 도래했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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