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태계 핵심적 요소 빠진 전시성 정책
2만2000가구가 한달치 전력 공급 필요
덩치만 큰 데이터선터 아무말 대잔치 공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퓨리오사AI NPU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퓨리오사AI NPU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인공지능(AI) 초강국 도약을 외치며 내놓은 ‘GPU 5만 개 확보’ 공약에 대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 목표의 상징성은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 인력, 설계, 에너지 인프라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말은 거창하지만 현실성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주요 대선 공약으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산업 집중육성을 통한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 실현 등을 내걸었다. 민주당은 우선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이라는 주제 아래 AI 3강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AI 예산의 비중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증액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대표는 앞서 AI 인프라 확충 공약을 발표하며 “GPU 5만 개를 국가가 확보해 국내 AI 생태계를 키우겠다”고 밝혔다. GPT-4의 훈련에 사용된 GPU 수량이 약 2만5000개 수준이라는 점에서 5만 개는 2배에 해당한다. 하지만 정작 국내 AI 기업 대부분은 모델 설계 능력은 물론 훈련용 데이터 확보 역량도 떨어지는 상황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GPU가 많다고 인공지능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는 비판적 시선이다. 실제로 AI 훈련은 대규모 언어 데이터셋, 고도화된 모델 설계, 프롬프트 최적화 기술 그리고 이를 통합 관리할 엔지니어링 능력이 결합돼야 가능하다. 이 모든 생태계가 갖춰져야 GPU의 성능도 비로소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현재 구조가 GPU를 투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데 있다. 독자적인 LLM(대규모 언어모델)을 가진 국내 기업은 사실상 전무하다. 대부분은 오픈소스 기반의 조정형 모델(fine-tuned model)을 운용하거나 외산 API를 단순 호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GPU 5만 개'는 AI 훈련이 아닌 GPU 창고를 만드는 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글로벌 AI 전문가 사이에선 이 대표의 공약이 최신 트렌드와도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 오픈AI, 메타 등 선도 기업들은 GPU 확보에 앞서 구조 설계, 데이터 조달, API 정렬 등 복합적 기술 구조를 구축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연산 자원보다 AI의 지적 구조를 어떻게 만들고 조율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 대표가 제시한 'GPU 5만 개 확보' 공약이 현실적인 전력 인프라와 괴리된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고성능 연산장비인 GPU는 개당 약 400와트의 전력을 소모하며 5만 개가 동시에 운용될 경우 최소 20메가와트(MW)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는 중소형 화력발전소 한 기의 출력에 근접한 수치다.

여기에 서버 냉각 및 전원공급 장치 등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수적인 요소까지 포함하면 실제 총 소모 전력은 30MW에 달한다. 전력사용효율(PUE) 기준치인 1.5를 감안한 수치다. 하루 기준으로 환산하면 720메가와트시(MWh), 한 달이면 2만1600MWh로, 이는 4인 가구 약 2만2000가구가 한 달간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결국 GPU 확보만으로는 의미 있는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으며 '고철덩어리'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카카오가 출시한 ‘카나나’ 사례에서도 GPU만 사들여  외부 API를 호출하는 식의 AI는 챗봇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다. 인공지능 구조론에 정통한 업계 한 전문가는 "GPU는 단순 계산 장치일 뿐 아무런 철학 없이 병렬로만 이어붙인다면 아무말 대잔치를 양산하는 소음 공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 강국이 그런게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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