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27년 만에 사명 ‘SK AX’로 변경
'AI 디폴트 컴퍼니' 선언, 글로벌 톱10 목표
최태원도 현재 전략 불완전한 개념 인정
GPU 데이터센터 구축도 구조 설계 부족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AI 정책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AI 정책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SK C&C가 ‘SK AX’라는 새로운 간판을 내걸었지만 거창한 슬로건에 비해 구체적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I 디폴트 컴퍼니'를 표방하며 글로벌 상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현실적 실행 방안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분석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SK C&C는 27년 만에 사명을 'SK AX'로 변경하고 다음 달 1일부터 적용에 들어간다. SK 측은 AI 전용 기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고객의 비즈니스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 표명과 함께 △AI for Future(미래) △AI for Innovation(혁신) △AI for Expansion(확장) △AI for X(무한 가능성)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번 선언은 AI 시대에 방향성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는 있으나 거창한 수사에 비해 실행 전략은 빈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 산업군, 기술 적용 방식, 고객 맞춤 가치 전략 등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아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SK AX가 슬로건으로 내세운 각 항목이 어떤 산업군을 겨냥하는지, 또 어떤 기술 스택을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고객 가치에 연결되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인공지능 한 전문가는 "가장 중요한 '무한 가능성'이라는 표현에서조차 전략 부재를 감추려는 의도가 엿보일 정도"라고 혹평했다.

지난 12일 윤풍영 SK AX 사장이 새로운 사명 의미와 성장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K AX
지난 12일 윤풍영 SK AX 사장이 새로운 사명 의미와 성장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K AX

10년 내 글로벌 TOP 10이라는 목표도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알리바바의 Qwen, 오픈AI의 GPT, 앤서브릭의 Claude, 구글의 Gemini 등 글로벌 주요 대형 언어 모델과 어떻게 경쟁할지가 불명확하다. 특히 SK AX가 자체 모델 개발보다는 기존 글로벌 모델을 활용하는 데 집중하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각종 프로젝트도 단편적이다. 'AI 명장'은 숙련자의 노하우를 디지털화해 제조업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이며 반복 업무 자동화 도구 'A.Biz' 시리즈도 실무 활용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들 프로젝트가 하나의 통합 플랫폼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유럽 등 해외 진출도 언급됐지만 현지 제도나 고객 성향에 대한 전략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과 함께 GPU 기반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지만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서비스 계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단순 장비 확보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 생태계는 연산 자원뿐 아니라 알고리즘, 학습 데이터, 서비스 연계가 유기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AI 디폴트 컴퍼니'라는 선언에 걸맞은 인재 확보 전략이나 내부 문화 혁신, 교육·재훈련 시스템 등 구체적 청사진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상의 주최 인공지능 포럼에서 3(에너지·데이터·인재) + 3(인프라·모델·AI 전환) 이니셔티브 자체가 불완전한 개념임을 인정한 바 있다.

종합적으로 SK AX의 선언은 AI 시대 전환을 위한 방향성을 담고 있지만, 정작 실행 설계는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AI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식의 비전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핵심 기술 역량, 타깃 산업, 고객 가치를 어떻게 결합할지에 중점을 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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