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사퇴 기다렸다가 최상목 탄핵
尹 파면됐는데 심우정 항고 문제 뒷북
경제사령탑 공석에 美 관세 대응 위기

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 카드를 꺼내 들면서 사상 초유의 대통령 대행·대행·대행 체제가 실현되는 등 정국이 급변하고 있다. 대미 통상이 중요한 시점에 정부 주요 인사를 정파적 이유로 탄핵한 탓에 국가적 위기가 가중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는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재했다. 이 대행은 "오늘 저는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무거운 책무를 맡게 됐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저와 장관들은 오직 국민과 역사의 평가만 두려워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소임을 다 해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의원총회를 거쳐 최상목 부총리 탄핵안을 당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 오후 8시30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소집해 최 부총리 탄핵조사보고서를 단독으로 의결했고 본회의에서 표결 절차를 밟았다.
최 부총리 탄핵안은 지난 3월 21일 민주당 주도로 발의됐다. 명분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이 국회 권한 침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마 후보자 임명을 하지 않은 것은 위헌·위법적인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 재판관은 이달 초 임명돼서 문제가 일단락됐다. 최 부총리 탄핵안은 본회의 표결 진행 중에 최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고 한덕수 대행이 수리하면서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됐다.
또한 민주당은 심우정 총장 탄핵안도 소속 의원 170명 전원이 참여해 발의, 본회의에 보고한 후 법사위에 회부했다. 이들은 명분으로 "심 총장이 내란 행위를 한 대통령에 대해 무의미한 구속기간 연장을 초래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이미 탄핵 인용으로 파면됐는데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즉시 항고를 안 했다고 문제 삼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일부 제동이 있었다.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김동아·백혜련 의원이 "지금 사법부가 잘못했는데 왜 갑자기 최 전 부총리를 탄핵하느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등 반대 의견이 10여 명이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추가 탄핵은 대선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지만 친명계인 김민석 최고위원 주도의 움직임을 막지는 못했다.
민주당의 탄핵 급발진은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법원 결정 직후 한덕수 대행이 사퇴하며 사실상 대권 출마 움직임을 보이자 다수당의 힘을 이용한 탄핵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는 관측이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덕수, 최상목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다 한덕수 출마 명분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거취가 확인된 뒤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며 "따라서 탄핵 결단 시점은 한덕수 총리의 사퇴에 연동됐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행 탄핵은 하지 않다가 사퇴 후에 최 부총리를 탄핵한 건 정략적 계산이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최 전 부총리) 탄핵 의결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가 갑자기 이재명 피고인에 대한 유죄 취지 파기환송 이후 (민주당이) 탄핵한다고 했다"며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사령탑을 포함한 국정 수뇌부가 공석이 된 상황에서는 현실화한 트럼프발 한미 관세 전쟁을 빨리 극복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르면 내주부터 한미 관세 협의의 뼈대를 세울 첫 실무급 회의가 시작되는데 산업 부문별 주고받기에 대한 승인 권한을 경제전문가가 아닌 이주호 대행이 갑자기 갖게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탄핵이라는 최후의 수단이 남발되는 것은 국익은 뒷전인 자충수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최상목 탄핵안은 민주당 일부 의원처럼 반대를 하는 게 정상이었다. 대법원 판결이 못마땅하다고 탄핵 시켰다는 식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이라며 "가만히 있다가 왜 같은 날 탄핵 시키는 건지 의문이다. 자꾸 그냥 다수당 권력을 휘두르는데 역풍이 상당할 거다. 오히려 파기환송 문제보다 심해질 건데 국무위원 정족수 문제도 발생하고 '나라가 나라가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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