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수출 급감···반도체 등 최대 31% 감소
최상목 사퇴로 7월 관세 협상 동력 약화
외환보유액 감소···관세 리스크 반영 시작

미국발 관세 여파가 현실화하면서 한국의 대미 수출이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정부 경제 리더십 공백까지 겹치며 향후 미국과의 관세 협상력 약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경제·외교 양측 모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6% 감소했다. 철강(-7.1%), 일반기계(-22.6%), 반도체(-31.0%) 등 주요 품목도 일제히 뒷걸음쳤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복귀 이후 강행한 '25% 품목별 관세' 정책의 직접적 여파로 해석된다.
수출 위축이 현실화한 가운데 최근에는 대미 협상을 이끌어 온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최 전 부총리는 불과 1주일 전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상호관세, 경제안보, 환율, 투자협력 등을 아우르는 '7월 패키지' 사전협의를 마치고 돌아온 참이었다.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협상할 한국의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붕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상황과 관련해 "리더십 회전문 상황 속에 한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취약한 위치에 놓이고 있다"며 "수출의존 경제 구조에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김범석 부총리 직무대행을 필두로 진화에 나섰다. 김 직무대행은 지난 2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를 열고 "정치·외교 불확실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며 24시간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4일 오전(현지 시각) 밀라노에서 열리는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해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같은 주 한은은 외환보유액(8일)과 국제수지(9일)를 발표한다.
한은은 지난해 말부터 원·달러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시장에 달러를 공급해 왔다. 외환보유액은 2월 4092억 달러까지 하락했지만 3월 4096억 달러로 소폭 반등한 바 있다.
국제수지 지표는 트럼프발 관세가 본격 반영된 이후의 흐름을 확인할 첫 기회가 될 전망이다. 앞서 한은은 "3월까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4월부터는 관세 리스크가 수치로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조치는 오는 7월 9일 완료될 예정이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