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은 문구에만 초점
대법 "맥락으로 봐야"
유권자 판단 왜곡 초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 선고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허위사실 공표’의 기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2심과 대법원의 판단 방식이 뚜렷하게 갈렸다. 2심 판결이 파기환송됨에 따라 문구 중심의 판단에서 맥락과 수용 효과 중심으로 법리가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향후 선거법 사건들의 판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1일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장은 조희대 대법원장이다. 이 후보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기속되므로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2심에서는 추가 양형심리를 거쳐 형량을 새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후보는 2021년 12월 대선후보 신분으로 방송에 출연해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에 관해 김문기 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하고, 국정감사에 나와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1항에 따른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후보가 김문기 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에 관해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은 허위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 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허위사실 공표’의 기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갈렸다. 특히 2심과 대법원의 판단 방식이 뚜렷하게 갈리는 대목이다.
2심 재판부는 이 대표의 발언을 문구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 해석했다. “김문기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이나, “국토부의 협박 때문에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는 주장을 ‘인식의 차이’ 또는 ‘의견 표명’으로 간주해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발언의 맥락이나 전달 효과보다는 문장의 의미와 사실 관계만을 따져 판단을 내렸다.
반면 대법원은 발언이 유권자에게 어떤 인상을 줄지, 전체 맥락 속에서 발언이 사실과 얼마나 괴리됐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도 하위사실 공표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 원칙을 재확인하며, 발언이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의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여부를 중심에 뒀다.
특히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는 단순한 사실 오인이 아닌,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정도로 유권자의 판단에 왜곡을 초래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대법은 맥락과 전달 효과를 중시하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선고는 법리 해석 차이를 넘어 선거법 위반의 판단 기준이 문구 중심인지, 유권자의 수용 관점 중심인지를 가르는 선례가 됐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문구 중심의 판단에서 맥락과 수용 효과 중심으로 법리가 이동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에 따라 향후 선거법 사건들의 판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대법원 판단이 대선 정국과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
관련기사
-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피선거권 박탈 위기 직면
- [속보] ‘이재명 상고심’ 파기환송, 대법관 10명 다수의견…이흥구·오경미 2명은 반대의견
- [속보] 대법 "이재명, 국토부 협박 발언 명백히 허위 발언"
- [속보] 대법 "이재명 골프발언은 허위사실 공표 해당"
- 이재명 대선 출마 가능, 당선 시 재판 중단 논란 불가피
- 한덕수 대행, 총리직 사퇴···"극단정치 버리고 협치 없으면 분열·갈등 반복"
- 이재명 파기환송·한덕수 대선 도전 시사···격랑 속으로 들어가는 대선판
- 이재명 파기환송에···민주당 “후보 유지” vs 국민의힘 “당장 교체” 정면충돌
- 명분 불분명한 민주당 '줄탄핵'···이재명 파기환송 화풀이 수단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