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판결에 사법부 논란 관심 집중
국힘 선출 두고 기싸움 계속돼
"정책·자질 논의할 판 안 깔렸다"

제21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난 2일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 외벽에 대선 투표일 안내 대형 현수막이 게시돼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난 2일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 외벽에 대선 투표일 안내 대형 현수막이 게시돼있다. /연합뉴스

21대 대통령 선거의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유력 정당들 모두 대선 후보와 관련된 논란에 홍역을 앓고 있다. 이에 공약이나 후보의 자질은 뒷전으로 밀리고 후보를 둘러싼 논란만 강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이 6일 기준 28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 정당이 모두 후보 관련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탄핵과 공직선거법 위반 2심 무죄 판결 이후 가장 유력한 주자로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일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파기환송심을 거쳐 재상고심에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후보는 피선거권이 박탈돼 아예 출마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설령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에 당선돼도 '당선무효형'이라는 위험 요소가 남아 있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5일 대법원에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로 변경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대법원 답변의 최종 시한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12일 전으로 제시했는데 기일 변경 무산 시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소추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법조계에서는 6·3 대선 전까지 확정판결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과 그 지지층 사이에서는 예상 밖 악재라는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법부의 이례적인 빠른 판단은 '이 후보의 출마를 막기 위한 것'이며 이는 대선 개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이 후보의 재판 판결 시기, 대법관 탄핵 및 법관들의 과거 판결 등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의 이재명 상고심이 이례적으로 빠른 것을 지적하며 대법원이 '충실한 심리'를 했는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 때부터 가져온 공약을 수정해 가며 발표하고 있지만 사법 리스크에 정작 그의 진정성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비슷해 아예 후보와 당 차원에서의 공약 발표가 없거나 적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4일 김 후보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 지 하루 만에 '단일화 추진 기구'를 꾸리겠다고 밝히며 빠른 단일화를 추진하고자 했다. 한덕수 후보 측도 "단일화는 빠를수록 좋다"며 화답했다.

그러나 단일화 추진 기구 설치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김 후보의 단일화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김 후보도 이런 논란을 수습하지 않고 친윤석열계 당 지도부를 향해 '당무 우선권'을 내세우면서 단일화를 둘러싼 기싸움이 시작됐다. 단일화를 둘러싼 논쟁은 김 후보가 이날 "당이 대선 후보에 대한 지원을 계속 거부했다. 대선 일정을 모두 중단하겠다"라고 밝히며 더욱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를 찾아 초선·재선 대표인 김대식의원(오른쪽)과 주낙영 경주시장(왼쪽)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를 찾아 초선·재선 대표인 김대식의원(오른쪽)과 주낙영 경주시장(왼쪽)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공약 및 정책적 논의는 뒤로 밀렸다. 현재 국민의힘 당 차원의 핵심 공약 발표는 연기된 상태다. 국힘은 한덕수 후보의 출마에 발표하기로 했던 10대 핵심 공약 발표를 지난 3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당의 핵심 공약을 발표했다가 이후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여부 및 방식에 따라 변경될 수 있는 걸 우려한 것이다.

후보들을 살펴보면 김 후보의 경우 단일화 협상에 몰두하면서 자신의 강점과 생각 등을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한 후보는 출마 선언만 했을 뿐 아직 개헌 외 특별한 공약을 내놓지도 않았다.

전문가는 후보자들의 공약과 자질, 미래 가치관이 주목받고 논의될 판 자체가 깔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 때부터 주장했던 공약을 수정하면서 계속 발표하고 있지만 언론 보도가 잘되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최 정치평론가는 "국힘의 김 후보는 한 후보와의 단일화에 매몰되면서 공약을 비롯한 자신의 얘기를 할 타이밍을 놓쳐버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21대 대선은 이날부터 10일까지 선거인명부를 작성하며 10일부터 11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는다. 후보자 등록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자들과 관련된 논란에만 관심이 쏠리면서 대선을 향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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