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진료 가능한 도심형 소규모 실버타운
치매 등 인지 저하 대응 체계·정서 돌봄 구조
서울 용산 입지 활용한 교통·생활 접근성 장점
중산층 부담 완화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 제기

식당과 카페가 밀집한 서울 용산의 '핫플레이스' 용리단길 중심에 실버타운이 있다. '하이원빌리지'다. 외관만 보면 브런치 카페나 갤러리로 보일 정도로 일반 상업시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김정수 기자
식당과 카페가 밀집한 서울 용산의 '핫플레이스' 용리단길 중심에 실버타운이 있다. '하이원빌리지'다. 외관만 보면 브런치 카페나 갤러리로 보일 정도로 일반 상업시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김정수 기자

식당과 카페가 밀집한 서울 용산의 '핫플레이스' 용리단길 중심에 실버타운이 있다. '하이원빌리지'다. 외관만 보면 브런치 카페나 갤러리로 보일 정도로 일반 상업시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양방·한방·치과 진료가 가능한 의원급 병원까지 갖췄다.

원불교 재단이 운영하는 하이원빌리지는 총 114세대 규모의 도심형 소규모 실버타운으로 자체 의료 시스템과 비교적 안정된 정서 돌봄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정현솔 원장은 "진료실은 일반 병원보다 넓고 편안한 사랑방 분위기로 구성돼 있어 어르신들이 수시로 들러 건강 상태를 자연스럽게 상담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했다.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인지 저하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도 갖춰져 있다. 두인선 원한의원 원장은 "진료 중 어르신의 대화 흐름, 예약 착오 등을 통해 조기 징후를 포착한다"고 했다.

18일 여성경제신문이 하이원빌리지에서 정현솔·두인선 원장을 만나 도심형 실버타운의 운영 현실과 과제를 들어봤다.

18일 여성경제신문이 정현솔 하이원빌리지 원장과 만났다. /김정수 기자
18일 여성경제신문이 정현솔 하이원빌리지 원장과 만났다. /김정수 기자

ㅡ하이원빌리지 원장으로서 갖고 있는 운영 철학은 무엇인가.

정현솔 "하이원빌리지에서 6년째 근무 중인 내 운영 철학은 '4H', 즉 하이원빌리지(Highwon Village), 행복(Happy), 건강(Healthy), 평화의 조화(Harmony)를 이루는 것이다. 입주 어르신, 입주자 가족, 직원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기본적으로 어르신 중심 운영을 지향하지만 실버타운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위해서는 직원들의 역할과 역량 강화도 필수다. 결국 어르신과 직원이 함께 중심이 되는 운영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노년'과 '현실'이라는 일상을 함께 여행한다는 공동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생활팀장에게 교통과 문화 인프라가 풍부한 용산의 특성을 살리면서 입주 전·후 1년, 3년, 5년 단위의 맞춤형 입주 프로그램을 '크루즈 여행'처럼 설계하라고 지시했다. 2024년부터 프로젝트를 정기 점검하며 실행 중이다."

두인선 원한의원 원장(왼쪽)은 "진료 중 어르신의 대화 흐름, 예약 착오 등을 통해 조기 징후를 포착한다"고 했다. /김정수 기자
두인선 원한의원 원장(왼쪽)은 "진료 중 어르신의 대화 흐름, 예약 착오 등을 통해 조기 징후를 포착한다"고 했다. /김정수 기자

ㅡ하이원빌리지는 도심형 소규모 실버타운이면서도 의원급 병원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구조가 갖는 의미와 실제 어르신 삶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궁금하다.

정현솔 "노년기에 찾아오는 병적 고통과 불안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온다. 하이원빌리지는 그 불안과 불편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한방·치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어르신들에게 '내 주치의가 여기 있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예컨대 뇌출혈 같은 위급 상황에서 빠른 타이밍에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도 실질적인 장점이다. 치료 시점에 따라 노후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으로 입주가 이어지는 이유도 결국 이 안정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리 목적이 주가 아니라 어르신의 불안과 불편을 덜기 위한 구조라는 점에서 이 병원 시스템은 하이원빌리지만의 중요한 운영 철학이다."

하이원빌리지 원한의원 진료실 모습 /김정수 기자
하이원빌리지 원한의원 진료실 모습 /김정수 기자

ㅡ실버타운 입주 어르신 중 경증 치매나 인지 저하를 겪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하이원빌리지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운영 측면에서 어떤 초기 감지 시스템이나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있는가.

정현솔 "입주 어르신들이 노령에서 초고령으로 넘어가는 시간 속에서 경증 치매나 인지 저하를 겪는 현상을 자연스러운 노화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건강한 어르신들보다 더 많은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직원들과 입주민 모두 이 문제를 내 가족도 겪게 될 수 있는 현실로 인식하고 있다.

고령자 입주 시에는 입주 전 심층 인터뷰를 통해 가족과 함께 객관적인 인지검사 결과를 공유하고 입주 결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상호 조율하고 있다."

두인선 "한의원 진료 과정에서도 예약 시간 착오, 대화의 논리성 저하 등을 통해 인지 저하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설문 기반 인지 기능 검사 자료도 활용해 어르신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하이원빌리지 로비에 있는 원의원, 원치과, 원한의원 모습. 세 병원이 한곳에 모여있다. /김정수 기자
하이원빌리지 로비에 있는 원의원, 원치과, 원한의원 모습. 세 병원이 한곳에 모여있다. /김정수 기자

ㅡ한의학적 관점에서 인지 저하가 의심되는 어르신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실질적인 치료 효과나 객관적 지표가 있다면.

두인선 "인지 저하를 처음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어르신은 불편해하고 거부감을 보인다. 그래서 검사를 원하지 않는 경우엔 침 치료와 한약 처방을 통해 일상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상태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치료는 기본적으로 침·한약 치료에 상담 요법을 병행하고 있으며 감정 기복이 큰 어르신들께는 상담이 특히 도움이 된다.

인지 검사에 동의한 분들에 한해서는 치료 전후 설문을 통해 인지 기능 변화를 확인하고 있으며 치료 후 개선된 사례도 적지 않다.

우리 한의원은 서울시가 매년 지원하는 '한의약 건강증진 사업'에 참여 중이다. 지난 4년간 20~25명의 어르신들을 치료해 왔다. 매년 4~8명의 입주 어르신들이 이 사업을 통해 치료를 받고 있다. 꾸준한 한방 치료로 인지 저하뿐 아니라 통증 완화, 골절 및 낙상 회복 속도 향상 등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ㅡ이처럼 인지 저하 상태의 입주자를 위한 실버타운 내 통합 돌봄 모델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정현솔 "일부 대규모 실버타운에서는 인지 저하 어르신을 위한 별도의 프리미엄 공간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하이원빌리지는 소규모 시설로 공간적 제약이 있어 그러한 구조를 갖추기는 어렵다. 향후 여건이 마련되더라도 단순히 공간을 분리해 운영하는 방식보다는 어르신 개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일상에 스며드는 맞춤형 돌봄 모델, 유연한 운영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

하이원빌리지 44평형(위쪽), 46평형(아래쪽) 객실 모습이다. 1인 기준 월 기본 관리비는 22평형 109만원, 32평형 135만4000원, 44평형 166만5000원, 46평형 170만9000원이며 식비는 월 90식 66만원이다. /김정수 기자
하이원빌리지 44평형(위쪽), 46평형(아래쪽) 객실 모습이다. 1인 기준 월 기본 관리비는 22평형 109만원, 32평형 135만4000원, 44평형 166만5000원, 46평형 170만9000원이며 식비는 월 90식 66만원이다. /김정수 기자

ㅡ실제 실버타운 운영 현장에서 가장 시급하다고 느끼는 제도적 한계나 개선이 필요한 지점은 무엇인가.

정현솔 "가장 시급한 문제는 중산층 입주자의 비용 부담과 정부 제도가 현장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 실버타운은 중상위층에만 현실적 대안이 되는 구조고 중산층 중 특히 중하위 어르신에게는 입주비가 큰 장벽이다. 예를 들어 매달 연금 350만원을 받는 퇴직 교직자도 생활비 200만원이 들어가는 구조 속에서 기존처럼 손주 학원비나 여가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입주를 망설인다. 건강하신 분들은 장기요양보험 지원 대상이 아니라서 공적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제도 측면에서는 정부가 설계한 정책이 현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민간 현장의 경험과 실제 운영 사례를 기반으로 제도를 조정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처럼 정부와 민간이 따로 움직이는 구조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현장 중심의 제도 설계를 통해 서로 접점을 넓혀야 실질적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이원빌리지 내부 시설 모습.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예실, 체력단련실, 사우나실이다. /김정수 기자
하이원빌리지 내부 시설 모습.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예실, 체력단련실, 사우나실이다. /김정수 기자

ㅡ앞으로 실버타운 운영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세대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정현솔 "실버타운 운영은 단순한 시설 관리가 아니라 노인의 마지막 생애 주기를 함께하는 '노년 인생 학교'를 운영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입주 전의 망설임, 입주 후의 적응과 공존, 퇴거 시의 불안감 등 다양한 과정을 함께하며 오히려 입주 어르신께 인생을 한발 앞서 배우게 되는 의미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다만 그만큼 감정노동이 크고 현실적으로 방향을 잃기 쉬운 일이기도 하다. 운영자는 수익과 경영이라는 목표도 함께 안고 가야 한다. 이 복잡한 현실 속에서 중요한 것은 입주자와 운영자 모두가 공존과 공익을 위해 소통하며 상호 존중 속에 공감하고 동행하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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