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소세 9년 만에 전환
인구부 신설 늦어져
여야 총선 공약 표류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차병원에서 태어난 아기들 /연합뉴스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차병원에서 태어난 아기들 /연합뉴스

출생아 수가 증가세를 보여 저출생 반전 기대감이 높아지지만 정국 혼란 속에 정치권의 관련 입법,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할 시기에 탁상공론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연간 출생아 수가 올해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안전부 ‘2024년 주민등록 인구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24만2334명으로 2023년(23만5039명)보다 7295명(3.1%) 증가했다. 2015년 44만4098명으로 최대치를 찍은 뒤 줄곧 감소세를 보이다 9년 만에 반등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출생아 수는 2만1398명으로 지난해 10월보다 2520명(13.4%) 늘었다. 증가율 기준으로 2010년 11월의 17.5% 이후 14년 만에 최대다.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오름세다. 출산이 활발해진 것은 코로나 엔데믹 이후 늘어난 혼인과 정부 저출생 대책 영향으로 풀이된다.

출산의 선행지표인 혼인 건수는 역대 두 번째 상승률을 기록했다. 10월 혼인 건수는 1만9551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3% 늘었다. 2018년 10월의 26.0%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이다. 올해 혼인 건수는 지난 4월 이후 6월(5.6%)을 제외하고 꾸준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저출생 대책 시행은 제한적이다. 올해부터 바뀌는 것은 기존 제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난임 휴가 6일 확대 △배우자 출산휴가 20일 확대 △육아휴직급여 상한액 월 250만원 인상 △육아휴직 사용기간 최대 1년 6개월, 분할사용 3회까지 가능 등이다.

여야는 지난해 4월 총선 전 앞다퉈 저출생 공약을 발표했다. 기존 제도와 관련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인구전략기획부 신설로 여성가족부 업무를 흡수하고 여러 부처에 흩어진 걸 통합해 저출생 정책을 총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저출생 대응 재원 마련을 위해 '저출생 대응 특별회계' 신설도 추진했다.

또한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 일·가정 양립 △임신 중 육아휴직 배우자(남편)에게도 허용 △가족 친화 우수 중소기업에 법인세 감면 등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모두 잊혀졌거나 정부 추진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인구부 신설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은 파격적이었다.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해 주겠다고 홍보했다. 정부가 지급보증하고 첫째를 낳으면 무이자로 전환, 둘째를 낳으면 무이자에 원금 50%를 감면한다. 셋째까지 낳으면 원리금 전액을 감면한다. 사실상 아이 셋 낳으면 1억원을 주는 셈이다.

이 금융지원책은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제시한 '헝가리식 저출산 해법'과 유사하다. 나 의원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신혼부부에 2억원 이상의 주택자금을 연 1% 이하 금리로 대출받도록 하고 정부는 시중금리와의 차액을 보전토록 하는 입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은 또 ‘우리아이 키움카드’를 만들어 8세부터 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출생 시부터 18세까지는 정부가 매월 10만원씩 펀드 계좌에 입금해 주는 ‘우리아이 자립펀드’도 운영한다고 했지만 선언에 그쳤다. 

아울러 정부·여당과 같은 취지의 민주당식 인구위기대응부 신설 법안을 발의했으나 정작 정부의 인구부 신설안에 대해선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처리하면 여가부는 없애겠다는 뜻 아니냐"며 거절했다. 인구부 설립을 총괄해 오던 행정안전부는 수장 공백에 따라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상황이 여의찮다. 

예산 뒷받침도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연말 민주당은 여가부 아이돌봄 지원사업 예산 384억원을 감액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채현일 민주당 의원이 "아이돌봄 서비스는 국가가 무한책임을 보장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 행보였다. 여가부는 올해부터 지원을 대폭 강화하려고 했으나 대상을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에서 ‘200% 이하’로 확대, 지원 가구 수를 11만에서 12만으로 늘리는 데 그쳤다.

여야는 추경에 대해서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추경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최 권한대행은 국정협의회에서 협의를 해보자는 원론적 답변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추경보다는 예산 조기 집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문가는 출생아 수 반등을 지속하려면 종합 패키지 방식의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출산하고 육아 지원에 10년 정도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입해 봤는데 그렇게 효과는 없었다"며 "결국은 젊은 층에서 인생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잘 돼야 결혼과 출산을 할 텐데 지금 젊은 세대는 자신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청년들이 자기가 평생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나 경력 계획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해서 우선 노동시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예전에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많았는데 요즘은 이동성은 좋아졌으나 불안정성이 높아진 부분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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